주민들은‘애물단지’, 정권은‘애지중지’
  • 박승준│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
  • 승인 2012.03.05 23: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 북한 체제 붕괴 막는 데만 집중…탈북자에는 예민 반응

2002년 5월 중국 선양 일본 영사관을 통해 망명을 시도한 탈북자 김광철씨의 부인 이성희씨가 중국 공안에 의해 끌려 나온 뒤 재차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송환에는 노림수가 있다. 중국은 북한을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고, 이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 목적 때문에 북한 정권이 붕괴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탈북자 문제도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다.

지난 2월29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는 정례 뉴스 브리핑이 있었다. 이날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미국과 유럽은 유엔 인권이사회에 ‘탈북자’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고, 미국 의회는 앞으로 이 문제에 관한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국과 유럽은 탈북자들이 ‘정치적 난민’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훙레이의 답은 이러했다.

“그런 주장은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불법으로 중국 국경 내로 진입한 조선인들의 문제를 관련 국제 기구로 가지고 가서 토론하는 데에 반대한다. 이들 기구는 이들 문제를 토론하는 장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지적해왔다. 관련 불법 입국자들은 난민이 아니며, 경제적인 이유로 불법 입국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 문제를 난민화·국제화·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 우리 중국은 이 문제를 일관된 방식으로 처리해왔으며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잘 처리해왔다. 우리는 중국의 사법 주권이 존중되고 보호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당사자들이 다시는 이 문제를 공연하게 쟁점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라는 것이었다.

외교부가 중심이 되어 탈북자 문제 대응

중국은 탈북자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보지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북한을 떠나 중국으로 ‘불법 입국’한 사람들일 뿐이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 유럽이 최근 들어 탈북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에 따른 것이 아니라 중국을 압박하려는 국제 정치적 음모라고 해석한다.

훙레이 대변인은 탈북자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면서 ‘공연하게 쟁점화한다’는 뜻의 ‘차오쭈오’라는 용어를 썼다. 차오쭈오란 주식시장에서 가격을 조작하는 행위, 언론 매체들이 특정 목적을 가지고 문제를 확대 보도하는 경우에 쓰는 용어이다. 한마디로 한국이 탈북자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갑자기 쟁점화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훙레이 대변인의 주장은 3월1일자 <환구시보>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국제 문제 전문지 <환구시보>는 ‘한국이 탈북자 문제를 가지고 크게 떠드는 것은 아무런 의의가 없는 행동, 한국은 미국과 유럽이 중국을 공격하는 새로운 구실을 제공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미 의회 탈북자 문제 청문회 열 계획’이라는 굵은 제목들을 달았다.

중국은 외교부가 중심이 되어 탈북자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탈북자 문제를 ‘조용한 외교’가 아닌 유엔이 규정한 ‘정치적 난민’으로 인정받아 공개적이고 의무적으로 넘겨받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즉, 한국이 미국과 유럽에게 중국을 공격하는 새로운 구실을 제공하려는 음모라고 보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 난민들을 체포해서 북한에 강제 송환함으로써 수많은 탈북 난민을 죽음과 비인륜적 처벌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데 대한 인도주의적 반성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이 미국과 유럽에게 중국을 공격할 구실을 주기 위한 음모적 행동으로 국제 사회에 인식시키려는 비인륜적 대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비인륜적 외교 행위에는 중국 정부의 최종 목표가 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계산을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