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석희 사장 “배고프다고 정크 푸드로 배를 채울 순 없다”
  • 김지영 기자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5.09.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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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 손석희…“대권 후보는 여전히 나와 상관없는 일”

손석희의 철옹성은 견고했다. 오히려 더 굳건해졌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부문 조사에서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이 1위에 올랐다. 2005년 이후 11년째, 지목률도 62.4%로 최고치다.

각종 선거 때마다 여야 정치권에선 그를 영입 대상 0순위로 꼽았다. 그의 대중 인지도와 영향력이 표심을 얻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그는 완강히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이번 ‘차기 대권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정치인’ 부문 조사에서 공동 14위에 올랐다. 지난해 공동 22위에서 여덟 계단이나 오른 것이다. 손 사장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손풍(孫風)’이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9월14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만난 손 사장은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나하고는 여전히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아마도 현 상황을 좀 답답하게 보시는 분이 많이 계셔서 그런 것 같다. 손풍이란 표현은 가당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2012년 5월 친정인 MBC를 떠나 JTBC 보도담당 사장으로 적(籍)을 옮겼다. MBC 라디오 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그만둘 때 “마이크를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JTBC 사장으로 간 지 4개월 만인 그해 9월16일 다시 앵커로 마이크를 잡았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그는 “지난 2년이 그 앞의 30년보다 더 치열했던 것 같다”고 짧은 소회를 밝혔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 1위를 11년째 고수하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드린다. 난 사실 ‘영향력’이란 것에 흔쾌히 동의하는 편은 아니다. 좀 더 잘해보라는 기대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모두 무겁다. 얼핏 11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그때 더 젊어서였는지 지금보다 몸과 마음이 더 가벼웠던 것 같다.

JTBC도 지난해에 이어 ‘가장 신뢰하는 언론 매체’ 3위에 올랐다. 이제 안정기에 들어선 느낌인데, 아직도 배가 고픈가.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JTBC 뉴스가 그래도 애를 많이 썼다고 평가해주신 분이 많다. 올해로 넘어오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한편으로는 야단도 맞았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위축되지 말고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열심히 더 잘해봐라 하는 뜻으로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시장 경쟁 속에서 가끔씩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는 솔직히 배가 고픈데, 그렇다고 정크 푸드로 배를 채울 수는 없으니까 밥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많이 겪었고, 야단도 맞았다고 했는데.

지난해 지방선거 출구조사와 올해 성완종 녹취록 보도로 인해 논란이 빚어졌던 걸 말한다.

“시장 경쟁 속에서 가끔씩 힘이 빠진다”

법원은 JTBC가 지상파 방송 3사의 지난해 6·4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도용한 점이 인정된다며 방송 3사에 총 1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의 상황은 간단하다. 우리는 우리 예산으로 예측조사를 따로 했고, 그것이 주된 방송 내용이었다. 지상파의 출구조사 인용 보도는 우리의 예측조사와 비교해서 내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당연히 지상파에서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되면 그 이후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내라고 했다. 그랬더니 출구조사 결과가 방송도 되기 전에 SNS상에 떴다고 했다. 우리가 억지로 어디서 구해온 게 아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가지고 방송할 수는 없는 거다. 참고용이라면 몰라도…. 그래서 지상파가 최종적으로 방송하는 내용을 보고 확인한 후 인용해서 냈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일부 자료가 지상파와 시간차가 크게 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나는 생방송 중이어서 그 사실을 알지는 못했다. 그걸로 경찰 조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난 최종 책임자이고 조사 받은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성완종 녹취록 보도도 논란이 됐다.

성완종 녹취록을 일부러 찾아다닌 게 아니라 들어온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경향신문의 성완종 녹취록)이 검찰로 넘어갔다고 해서 특정 언론사(경향신문)의 것이 아닌 공적(公的) 자료라고 판단했다.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당시 경향신문이 굉장히 화를 냈는데 지금은 다 화해했다.

시장 경쟁 속에서 가끔 힘이 빠진다고 했는데.

시청률 경쟁에서 힘이 빠질 때가 있다. 생각만큼 빨리 (시청률이) 확장되진 않는다. 그럴 때는 솔직히 배가 고픈데 그렇다고 정크푸드로 배를 채울 수는 없으니까 밥 때가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거다. 시청률 조사 방법을 바꿔야 한다. 요즘 유선전화 쪽만 조사 대상에 들어가는 것은 시청률을 명확하게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무시할 수도 없지만, 조사 방법을 바꿔야 한다.

정크 푸드와 밥은 무엇을 의미하나.

흥미 본위의 뉴스가 정크 푸드다. 저널리즘을 제대로 추구하고 싶은데 시장 경쟁을 하다 보면 흥미 본위로 갈 때도 있고 선정적으로 보도할 때도 있다. 그 점을 지양하려고 한다. 

손 사장도 연예인 등을 직접 인터뷰하는데, 그것도 일종의 정크 푸드 아닌가.

대중문화를 다룰 때 대중문화의 본질을 다룬다. 어느 가수·배우·감독이 나오든 일 자체로 풀어나가지 흥미 본위의 사적인 질문으로 나간 적은 없다.

JTBC 뉴스의 강점과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방금 말한 것처럼 정크 푸드로 배를 채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건강엔 좋은데 맛은 덜하다. 그래서 건강식도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강점은 기자들이 헌신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헌신만 강요할 수는 없다. 인력은 부족하고 일은 많다 보니 모두들 힘들어 한다. 우리보다 인력이 세 배 이상 되는 지상파 보도국들은 무척 복 받은 곳들이다.

손 사장을 ‘바른생활 사나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나.

기본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아내와 함께 걷거나 영화를 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으로 푼다. 아니면 가끔씩 후배들과 쓸데없는 얘기로 푸는 경우도 있다. 다들 나의 썰렁한 농담이 괴로울 텐데 그래도 재밌어 하는 척한다.

요즘 주된 관심사는 무엇인가.

바깥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일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더 좋은 뉴스도 나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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