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꼽은 ‘존경하는 직업’ 1위? 현직소방관이 말하는 '소방관으로 산다는 것'
  • 김경민 기자 기자 (kkim@sisapress.com)
  • 승인 2016.05.16 19:40
  • 호수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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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심이요? … 감사하죠. 좋은 뉴스니까, 감사합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수화기너머 소방대원 이아무개 대원의 말 사이에 머뭇거림의 무게감이 묵직하게 전해졌다. 5월16일 동아일보가 보도한 ‘존경받는 직업’ 소방관 3연속 1위란 제목의 기사를 전해들은 이 씨의 목소리는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5월16일 동아일보는 ‘존경받는 직업’으로 소방관이 3연속 1위를 했다고 보도했다. 인하대 사범대 김흥규 명예교수와 인하대 학생생활연구소 이상란 박사가 진행한 ‘한국인의 직업관’ 조사는 2014년부터 약 2년에 걸쳐 수도권에 사는 고교생과 대학 재학생, 일반 성인 124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44개 직업을 대상으로 △국가·사회적 공헌도 △청렴도 △존경도 △준법성 △신뢰성 등 5개 부문에 걸쳐 점수(10점 만점)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크고 작은 재난 현장의 최전선에 서있는 소방관들. 소방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존경심은 이들이 보여주는 투철한 직업의식과 헌신적 희생정신에서 비롯된 것 일테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소방관에 대한 평판에 비해 소방관들의 사회적 처우가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지방직 공무원으로서 2~3교대로 바쁘게 돌아가는 격무, 노후한 장비, 낮은 연봉, 일부 몰지각한 시민들의 하대 등은 소방관들의 자존감을 끌어내리는 주요 요인들이 돼왔다.

 

“특히 젊은 소방대원들 사이에서 우리직업(소방관)에 대한 자존감이 많이 내려갔다. 워낙 거친 재난·사고 현장을 다루는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헌신의 강도에 걸맞는 사회적 대우·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의식 때문이다.”

 

20년차 소방대원 이 씨는 “스스로 소방대원임이 자랑스럽지만 솔직히 ‘내가 이 일을 왜 하나’며 흔들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직업 선택에 대해 회의감을 가장 강하게 느낄 때는 대민(對民)활동을 하면서다. 소방관들의 주요 업무는 재난 발생 처리뿐만 아니라 대민 활동도 상당 부분 차지한다. 실제로 구급·구조 출동 건수가 화재 진압 출동 건수를 능가한다. “출동 현장에 나가면 저희를 무슨 아랫사람 부리듯 대하는 시민들이 있다. 출동한 대원들에게 다짜고짜 쌍욕을 퍼붓거나 ‘빨리 빨리 시체부터 안 치우고 뭐하냐’며 화를 내시기도 한다. 이럴땐 우리가 하는 일이 서비스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무력감을 느낀다.”

 

‘First in, Last Out.’ 소방관들은 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 가장 늦게 나오는 사람들이다. 올해로 3년차가 된 서울지역 한 소방대원은 “최근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소방공무원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어떤 ‘보상’을 바라고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은 없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은 큰 보상을 바라고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 일이란 게 할 일은 많고 월급은 적다. 3교대로 빠듯하게 일하느라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적다. ‘수고하셨다’‘감사한다’ 한마디만 해줘도 그걸로 모든 두려움이나 어려움이 눈 녹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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