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에도 ‘비선실세’…전방위 이권개입 의혹
  • 송응철·박준용 기자 (sec@sisapress.com)
  • 승인 2017.02.09 11:00
  • 호수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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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 40년 지기 유씨, 회장 및 임원들과 주고받은 문자 입수… 포스코 측 “유씨가 자기 과시한 것”

“포스코의 뇌관은 아직 터지지 않았다.”

1월25일 포스코 이사회에서 권오준 회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되며 사실상 회장 연임이 확정된 것을 지켜본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포스코 주변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들이 일거에 묻히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계속 제기된다. 여기에는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지금의 복잡한 정치 상황과 맞물린 탓도 있다.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정권에 휘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 회장 임기 동안 포스코 내부의 이권 개입 의혹들이 계속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는 탓이 더 크다. 이는 비단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만이 아니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최씨나 차은택씨 등 그 주변 인물들보다 포스코의 이권과 인사에 더 광범위하게 개입해 온 인물이 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른바 포스코판 ‘비선실세’ 의혹이다.

 

© 시사저널 이종현

“담당에서 주저하는 듯하니 한 말씀 해 주길”

 

이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은 권 회장의 ‘비선라인’으로 통하는 유아무개씨다. 유씨는 권 회장의 서울대사대부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권 회장과는 지난 40여 년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씨는 직업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포스코 계열사 임원들은 유씨를 ‘회장님’으로 호칭하며, 그의 민원을 처리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유씨와 권 회장의 관계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유씨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통화녹음 기록에는 이런 정황들이 자세히 담겨 있다.

 

해당 자료들의 내용을 종합하면, 유씨의 이권개입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벨리즈 프로젝트’다. 벨리즈는 멕시코 남단에 위치한 인구 35만여 명의 소규모 국가다. 이곳에 2조원을 투입해 복합레저단지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계획은 이렇다. 사업부지 1213만㎡를 담보로 300만 달러(약 35억원)를 투입해 토지분양을 위한 공사를 먼저 진행한다. 이후 빌라·콘도·호텔 등을 분양한 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전체 부지를 개발하게 된다.

 

포스코건설 내부에서는 이 ‘벨리즈 프로젝트’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포스코건설 실무담당자도 투자를 주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유씨는 올해 1월초 포스코그룹 컨트롤타워 격인 가치경영센터의 고위임원에게 청탁했다. 벨리즈 정부가 사업을 무산시킬 수 있으니 포스코건설에서 PF 대출 투자협의를 먼저 해 달라는 내용이다. 

 

2017년 1월초, 유씨와 포스코 임원 A씨의 문자메시지 내용 요약

 

A씨: 포스코 담당자 의견입니다. 벨리즈 관련해서 가치경영센터 국내사업관리실 건설인프라그룹과 절차기준을 정하는 철강소재 그룹에서 협의해서 정했다고 합니다.

유씨: 사업 심의하면 최소한 2주는 걸릴 텐데 벨리즈 정부에선 기한을 연말로 생각했거든요. 추후에 심의해도 될 일을 지금 한다고 해서 자칫 실기할까 걱정입니다. (중략) 문제는 포스코에서 추후에 전체 개발 진행시 필요한 PF 600억에 대한 투자협의를 미리 받으라는 것입니다. 우선 300만 달러 투입으로 사업 및 담보 확보한 후 PF든 일반투자든 토지분양이든 차후에 결정해서 진행하면 좋을 듯합니다. 담당에서도 주저하고 있는 듯하니 A씨께서 한 말씀 내려주실 타이밍인 듯싶습니다. A님 파이팅!

율하이엘더샵센트럴시티 개발사업도 유씨가 관여하고 있는 대규모 사업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8000억원을 투입해 경남 김해시 율하지구에 4600세대를 건립하는 이 사업은 2015년 4월부터 추진돼 왔다. 그러나 반년이 넘도록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었다. 기대 수익에 비해 사업 규모가 크다는 우려 탓이다. 이런 가운데 2015년 11월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유씨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사업을 따온 이에게 총 공사비용 가운데 10%의 사업권을 부여한다. 이로 인해 유씨는 800억원가량을 자신이 지정하는 업체가 수주할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후 사업은 지연됐다. 그러자 유씨는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 고위임원(E&C 부문)에게 연락을 취했다.

 

2016년 12월16~17일 유씨와 포스코 고위임원 B씨의 문자메시지 내용 요약

 

유씨: B님 잘 계시지요. (중략) 김해 율하 건을 진행하라는 B님 지시가 있었던 걸로 압니다. 시행사 측에서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다행히 김해시에서는 사업승인 전제로 영구음영문제를 설계 변경을 통해 시정할 것을 권유도 했답니다. (중략) 문제는 한 달이 되도록 회의 한번 못하고 있다는 거죠. 바짝 달려들어 서로 오해도 풀고 시원하게 결론짓는 게 바람직한데요. 

B씨: 메시지 잘 받아 이미 상황보고 지시했습니다. 담당책임자의 접촉이 있을 것입니다. 

유씨는 또 포스코 계열사가 발주한 44억원 규모의 사업을 특정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6년 12월5일, 유씨와 입찰 참여 업체 대표 C씨의 문자메시지 내용 요약 

 

C: 이번 주 포스코에서 입찰을 할 것 같습니다. 구매에서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유씨: 네 열심히 해봐야죠. 구매담당 임원이 누구죠? OOO에게는 얘기했고요. 

이 밖에도 유씨가 포스코 계열사 임원들을 통해 경영에 개입한 증거는 문자 대화에 고스란히 담겼다. 자신이 관리하는 업체가 포스코P&S로부터 철강제품을 출고받도록 실력을 행사한 흔적도 있다. 

 

2016년 11월14~15일 유씨와 포스코 임원 D씨의 문자메시지 내용 요약

 

유씨: 승진하신 이후 P&S에서 오더가 끊겨 공장에 외국산 거미줄 수입할 지경입니다. 

D씨: 회장님 반갑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수요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유씨: D님 화끈하시네요. 대마가 살겠습니다.

유씨는 특정 건설업체가 포스코건설로부터 선급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역시 해당 계열사 임원들에게 청탁을 하는 식이었다. 

 

2016년 12월6일 유씨와 포스코 임원 E씨 의 문자메시지 내용 요약

 

E씨: 회장님 어제 말씀하신 OOOO사업은 현재 수행가능한 공급사가 더 있는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유씨: 감사합니다. 

E씨: 선급금 관련 서류 재무실로 넘겼습니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자료는 문자메시지와 일부 통화녹음 내용이다. 그마저도 비교적 최근의 기록이다. 통상 중요한 청탁은 대면 또는 직접통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이권 개입이 있었을 개연성이 적지 않다. 또 유씨가 그동안 포스코 임원들과 지속적으로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실제 유씨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내용과 일정표를 분석한 결과, 포스코 임원 십 수 명과 빈번한 식사와 술자리, 골프회동을 함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마워. 회장 하면 이런 일도 겪어야 하나봐”

 

이런 가운데 ‘사고’가 벌어진 적도 있다. 유씨가 2015년 계열사 고위실무자들을 모아놓고 권 회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자신을 ‘밀어달라’는 취지로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이 일로 포스코 감사팀에 투서가 들어간 것이다. 당시 감사팀은 유씨에 대한 권 회장의 입장을 물었고, 이에 대해 권 회장은 “동문인 것은 맞지만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팀은 이런 권 회장의 입장을 문제제기한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일이 있은 뒤에도 유씨는 권 회장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유씨와 권 회장의 대화 내용을 통해 드러난다. 특히, 아래 문자메시지 대화에는 유씨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검찰수사 대상에 오른 권 회장을 격려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유씨와 권 회장의 문자메시지 대화 요약

 

▶ 2016년 11월12~13일  

유씨: 여론은 전과 달라 오히려 총수들에게 더욱 호의적인 것 같아요. (중략) 살아있는 권력에 예전에도 그랬듯이 (중략) 현실을 이해해주는 분위기. 힘내요.

권 회장: 고마워. 회장 하면 이런 일도 겪어야 하나봐.

 

▶ 2016년 12월9~10일

유씨: 19일 고비 잘 넘기고 큰 발자국 남기시게나.

권 회장: 격려해주어 고마워요.


두 사람의 관계는 단순한 동문관계 친분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 가운데는 ‘벨리즈 프로젝트’와 관련된 청탁도 포함돼 있었다.

 

▶ 2017년 1월3일

유씨: 회장님. 긴요한 사항이 있어 문자로 드립니다. (중략) 벨리즈란 국가에 2조 정도 되는 리조트 사업이 있어요. (중략) 단단한 담보 잡고 진행하는 것이니 유연한 접근 방식이 바람직한 것 같아요. 

일각에선 유씨가 포스코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배경이 ‘인사권’에 있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녹취록에는 유씨가 포스코 계열사 부사장에게 인사를 청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씨가 소개한 인물은 현재 해당 계열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2월24일 유씨와 포스코 고위임원 F씨의 통화 내용 요약 

 

유씨: 예예. 

F씨: 일단은 채용을 하면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 이렇게 해가지고 인사 쪽에 올려놓은 그런 상태입니다. 예. 

유씨: 아유 부사장님이 애써주시면 됐죠. 사람은 뭐 삼성에서도 일은 열심히 한 것 같아요. 

F씨: 예에, 실력도 있고, 아마 현장 경험이 없어가지고, 아마 소장하고 사이가 안 좋고 그랬던 것 같은데. (중략) 또 와서 거기 맞는 일을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유씨: O월O일날 뵐게요. 

F씨: 예 알겠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포스코건설 송도사옥 © 연합뉴스

포스코 “권 회장, 임기 중 유씨 만난 적 없다”

 

이 밖에도 유씨는 이아무개씨, 최아무개씨, 강아무개씨 등 계열사 복수의 임원들로부터 연임청탁을 받았으며, 이는 실제 인사에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의 한 측근이 포스코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담긴 녹취록에도 ‘포스코에서 인사가 나기 전에 유씨가 먼저 안다’ ‘유씨가 누가 일을 잘하더라는 식으로 인사 청탁을 한다’ 등의 내용이 있다.

 

이렇다 보니, 포스코 임원들은 유씨를 ‘알아서 모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시사저널이 확보한 문자기록에는 유씨가 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핵심간부로부터 ‘정보 보고’를 받아온 정황도 있다.

 

2016년 12월9일, 16일 유씨와 포스코 경영진 핵심간부 G씨의 문자 내용 요약

 

G씨: 4시30분에 시작합니다. 잘될 겁니다. 

유씨: 감사합니다. 

G씨: 회장님 연임의사 표명하셨고, 사외이사들이 심사방법에 대해 1차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씨: 잘하셨네요. 좋은 일 있겠죠. 

G씨: 회장님! 현재까지 22일 5차 청문회에는 증인 채택 합의가 되지 않았습니다. 

시사저널은 유씨의 포스코 이권 개입 의혹을 묻기 위해 권오준 회장에게 수차례 문자 및 전화 연락을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은 회장 선임 이후 유씨를 만난 적이 없다. 유씨 스스로 (권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했을 가능성은 있다”며 “유씨가 직원들에게 권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던 일의 경우, 그룹 내 감사실 감사 이후 유씨가 해당 직원들에게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벨리즈 프로젝트는 현재 투자 결정이 되지 않았고, 포스코가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며 “유씨가 추진한 사업이 아니어서 그가 결정권을 행사할 여지가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율하지구 사업의 경우 공사를 가져온 이에게 일부 사업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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