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꺼지지 않은 ‘전자담배’ 진실 공방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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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는 덜 해롭다는 주장의 함정…전문가들 “니코틴 중독은 일반 담배와 동일”

 

▷전자담배의 종류는? 

 

전자담배는 크게 궐련형과 액상형이 있다. 궐련형은 담뱃잎을 썰고 말린 후 첨가물을 넣은 것을 가열해 그 기체를 마시는 것이다. 다만, 일반 담배는 불을 붙여 담배를 태우는 것이고, 궐련형 전자담배는 고열로 찌는 방식이다. 액상형은 니코틴이 들어있는 액체를 가열해서 그 기체 상태를 마시는 것이다. 한마디로 니코틴 흡입용 담배라고 볼 수 있다. 

 

▷​궐련형과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 정도가 다른가?

 

궐련형엔 니코틴뿐만 아니라 기존 담배에 있는 벤조피렌, 벤젠 등 유해성분이 있다. 다만 담배회사는 그 농도가 낮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시각은 다르다. 담배를 찌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니코틴이 적게 녹아 나올 수는 있지만, 담배를 찐다고 니코틴의 중독성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중독성은 담배 한 개비에 들어있는 니코틴의 양과는 무관하다. 니코틴이 주성분인 액상형엔 타르 등 일반 담배에 있는 유해성분은 거의 없다. 그러나 향기 성분 등 우리가 모르는 성분이 들어 있어 얼마나 해로울지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자담배는 금연에 도움이 되나? 

 

궐련형이나 액상형 모두에 니코틴이 들어 있다. 니코틴은 중독성이 있어서 금연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이 청소년과 전자담배를 분리하는 정책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0대 청소년의 전자담배 흡연이 전염병 수준으로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FDA는 과일 향 등 좋은 향기가 나는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선호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찾은 이유는 다양하다. 담배 냄새나 연기가 덜 나거나, 화재 위험이 적다는 이유 등이다. 또 일반 담배보다 조금이라도 덜 해로울 것이라는 믿음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분을 분석했다. (연합뉴스)​

 

▷​일반 담배보다 전자담배는 덜 해롭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세계적인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저감화 권고 9개 성분'(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등)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일반 담배보다 평균 90% 적다고 주장한다. 또 필립모리스는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와 일반 담배 연기의 폐암 발생 영향 비교'라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3개 그룹의 실험용 쥐들을 전체 생애주기(18개월) 동안 일반 담배 연기, 아이코스(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증기, 일반 공기에 각각 노출한 결과 아이코스 증기 그룹의 폐암종 발병률·다발성은 일반 공기 그룹과 비슷했고, 일반 담배 그룹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담배회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연구를 학계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보다 적게 들어있다면 건강에 덜 해로운가? 

 

유해물질 함유량이 적다고 유해성도 줄어드는 게 아니다. 전문가는 '10층에서 떨어지나 20층에서 떨어지나 똑같이 위험한 것처럼 전자담배도 해롭긴 마찬가지'라고 표현한다. 

 

▷​일반 담배처럼 전자담배도 해롭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WHO는 2017년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WHO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미국 담배회사가 FDA에 전자담배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해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FDA 자문기구인 담배제품 과학자문위원회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필립모리스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흡연자들의 인식과는 달리 전자담배가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고 밝혔다. 즉 전자담배에서 유래하는 유해물질의 종류는 일반 담배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성 분석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 일반 담배보다 타르가 더 많으며, 니코틴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단순히 타르가 많기 때문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더 유해하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성급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전자담배도 암을 일으키나? 

 

현재까지는 관련 연구 결과가 없다. 시장에 출시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은 전자담배가 암을 일으키는 지를 확인하려면 수십 년을 사용해봐야 한다.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벤조피렌, 벤젠 등 인체 발암물질이 있으므로 일반 담배처럼 암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을 일으킨다고 확신한다는 게 전문가의 주장이다.  

 

▷​전자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어떤가?

 

전자담배는 2017년 6월 필립모리스가 국내에 처음 들여온 뒤 KT&G와 BAT코리아 등 경쟁사까지 가세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국내 출시 1년 반 만에 전체 담배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전자담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가?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이 커지자 정부는 관련 규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를 겨냥한 금연 광고를 내놓은 데 이어 암 유발을 경고하는 그림과 문구를 담뱃갑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엔 니코틴 중독을 경고하는 주사기 그림만 있었다.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량의 증가가 자칫 금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규제 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도움말=서홍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식품의약품안전처, 세계보건기구, 각 담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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