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년 해외 도피 중인 ‘최시중 양아들’ 정용욱씨 포착
  • 워싱턴DC = 조해수 기자, 안성모·유지만·박성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8.12.28 09:23
  • 호수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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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정권 실세’ 최시중의 최측근 정용욱, 10여 일간 美 현지 추적 “한국 돌아가 모든 것 밝히겠다”

[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7년여 동안 해외 도피 중인 ‘최시중 양아들’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책보좌역을 단독 포착했다. 본지는 정 전 보좌역이 미국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10여 일의 현지 취재를 통해 정 전 보좌역의 현재 모습과 직장 및 근무지 등 최근 행적을 확인했다. 그는 워싱턴DC 인근에 거주하며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정 전 보좌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멘토’인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의 최측근이다. 그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자 2011년 도주했고, 검찰수사는 지금까지 중단된 상태다. 그는 MB 정권의 대선자금·공천헌금·인사청탁·방통위 뇌물·언론장악·정계로비 등과 관련한 의혹을 풀어줄 키맨으로 꼽히고 있다. 정 전 보좌역은 기자에게 “곧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면서 “검찰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MB 정권 비리 의혹의 마지막 퍼즐 조각인 정 전 보좌역이 또 한 번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으로 보인다.


2011년 12월15일, 정용욱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책보좌역은 대만 국적 에바 항공편을 이용해 태국으로 급히 출국했다. 이미 그해 10월 방통위에 사표를 제출한 상태였다. 같은 시간, 검찰은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과 김학인 이사장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었다. 정 전 보좌역이 김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을 도와주는 대가로 2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정 전 보좌역은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해외 도피를 선택했다. 당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양아들’로까지 불리며 언론·방송계를 좌지우지했던 정 전 보좌역의 끝은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왼쪽)과 그의 ‘양아들’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의 현재 모습 ⓒ 연합뉴스·시사저널 사진자료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은 2011년 12월15일 태국으로 출국하며 해외도피를 시작했다. ⓒ MBC 캡쳐



해외 도피 중인 정용욱, 드러난 혐의만 3건

2012년 1월6일, 정 전 보좌역은 태국에 머무른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말레이시아로 거처를 옮겼다. 이는 당시 정 전 보좌역의 불안한 심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말레이시아는 태국과 달리 우리나라와 범죄인 인도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정 전 보좌역의 국내 송환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정 전 보좌역이) 태국의 거처가 발각되자 밤 9시에 말레이시아로 서둘러 떠났다”면서 “말레이시아에서는 정 전 보좌역의 신병 확보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2012년 1월30일, 또 하나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정 전 보좌역의 귀국길은 더욱 요원해졌다. 시사저널 단독 보도로 국회의원들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본지는 이날 “[단독] 최시중, 친이계 의원들에게 수천만원 뿌렸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정 전 보좌역이 최시중 전 위원장의 지시를 받고 2008년 추석 직전 친이계 의원 3명에게 3500만원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최 전 위원장과 정 전 보좌역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정두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정태근·김용태 의원이 모두 3500만원을 받았다. 나의 경우, 최시중 위원장이 광화문 조선호텔에서 직접 2000만원을 건넸다”면서 “우리는 그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밝혔다(38페이지 “최시중, 직접 2000만원 돈봉투 전달했다” 기사 참조).

2012년 4월30일, 정 전 보좌역의 ‘동아줄’마저 끊어졌다. 최 전 위원장이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청탁을 받고 8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것이다. 9월14일, 법원은 최 전 위원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보좌역에 대한 또 다른 비리 정황이 나왔다.

2012년 7월17일, 최 전 위원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율씨는 검찰 신문에서 “용욱이가 최시중 (전) 위원장을 모셨고, 평소에 기자들을 관리하는 데 술값이 들고 경비가 필요하다고 했다”면서 “용욱이의 요청이 있어, 2007년 경선과 대선 사이에 5000만원씩 3차례 돈을 줬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 전 보좌역의 혐의는 세 건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정 전 보좌역의 행방은 말레이시아로 들어간 후 묘연한 상태였다.

2012년 8월30일, 검찰은 소재 불명을 이유로 정 전 보좌역에게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정 전 보좌역의 행방을 포착할 때까지 수사를 중단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 전 위원장도 사면으로 풀려나게 됐다.

 

2018년 3월5일 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수와 관련한 조사를 받은 후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정용욱, MB 비리 의혹 풀 키맨

2013년 1월29일, MB 정부는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최 전 위원장은 물론 46억원 수수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MB의 또 다른 최측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사면을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이 퇴임을 불과 20여 일 남겨둔 시점이었다. MB의 ‘최후의 만찬’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최측근들을 구제할 수 있었을지언정 자신의 앞가림은 하지 못했다.

2018년 3월22일, 이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BBK 횡령, 직권남용 등 16개 혐의로 전격 구속됐다. 10월5일에는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중형이 나온 것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최측근의 폭로가 결정적이었다.

정 전 보좌역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멘토인 최 전 위원장의 손발 역할을 했다. 정 전 보좌역은 정치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다 갤럽 회장으로 있던 최 전 위원장과 인연을 맺었고, 2007년 17대 대선에서 MB 캠프에 합류해 최 전 위원장과 함께 홍보 전략을 세웠다. 대선 승리 후인 2008년, 최 전 위원장은 방통위의 규정을 바꾸면서까지 정책보좌역을 신설해 정씨를 발탁했다. 정 전 보좌역은 최 전 위원장을 비롯해 MB 정권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그가 MB 정권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정 전 보좌역의 행방은 7년여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으로 들어갔다는 확인되지 않는 얘기만 떠돌 뿐이었다.

시사저널은 2018년 11월말쯤 정 전 보좌역이 미국 워싱턴DC에 거주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워싱턴 인근의 A라는 동네에 정 전 보좌역으로 보이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12월14일(현지 시각), 시사저널은 워싱턴에 도착해 정 전 보좌역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곳을 찾았다. 이곳은 워싱턴 도심에서 차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으로, 한국 교민을 비롯해 동남아·남미계 등의 이민자들이 모여 살고 있는 곳이다. 인근 주민과 부동산업소를 통해 정 전 보좌역에 대한 탐문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 결과, 정 전 보좌역을 알고 있는 동네 주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웃과의 교류 없이 폐쇄적인 생활을 해 온 것을 짐작하게 했다. 다만, 한 주민으로부터 정 전 보좌역으로 보이는 동양인이 동네 안쪽의 한 주택에 살았다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정용욱 전 정책보좌역이 최근까지 거주했던 집 ⓒ 시사저널 사진 자료

 

정용욱, 워싱턴 인근 박물관에서 청소부로 근무

그러나 집은 텅 비어 있었고, 매물(FOR SALE)로 나와 있는 상태였다. 미국 주정부에서 공개하는 부동산 정보를 검색해 보니, 주택의 소유주는 정 전 보좌역이 아닌 외국인 B씨였다. 다행히 이 집의 맞은편에 사는 남미계 C씨가 정 전 보좌역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맞은편 집에 이 사람이 살았었다. 딸과 함께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흰 머리가 인상적이어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정 전 보좌역은 이 집을 렌트해서 살았고 약 2주 전에 이사를 했다.

 

2층 주택인 이 집의 매매가는 84만5000달러(약 9억5000만원) 상당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이 집의 임대료는 월 3500~4000달러(약 400만~450만원)로, 상당히 고급주택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부동산업자는 “고액 렌트의 경우 세입자의 지불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재정 관련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이 집의 경우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계약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정 전 보좌역이 해외 도피 전 받은 거액의 ‘뒷돈’으로 여유롭게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 집 역시 서민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러나 이웃 주민 C씨는 “이 집에서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숙을 쳤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있는 정 전 보좌역의 지인 역시 “호화 도피 생활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매우 어렵게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숙을 치고 청소부로 일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주미대사관 한국문화원의 협조를 얻어 워싱턴 인근에 위치한 한인 청소업체 리스트를 입수했다. 리스트에 오른 업체만도 20곳이 넘었다.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워싱턴 인근에 한인 청소업체만 50곳에 이른다고 했다.

 

12월17일 시사저널은 수십 곳의 청소업체를 탐문한 결과, 정 전 보좌역이 D청소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전 보좌역은 이 회사의 하청업체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빌딩과 사무실 등의 청소를 맡고 있었는데, 저녁에 시작해 늦은 밤이 돼야 끝난다고 했다. 예순 살을 바라보는 정 전 보좌역에게는 고된 일임에 틀림없다.

봉급도 많지 않다. 청소업체 관계자는 “사무실 청소의 경우 직원들이 퇴근한 오후 6시 이후에나 시작할 수 있다. 이때부터 4시간가량 청소를 한다. 일이 많으면 몇 시간씩 추가 근무를 할 때도 있다”면서 “많이 받아야 시간당 17달러 정도다. 하루 4시간, 주 5일 근무를 한다고 봤을 때 한 달에 약 1300달러(약 150만원), 연봉으로 계산하면 1만6000달러(약 18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300달러의 월급은 정 전 보좌역이 살았던 주택 임대료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보좌역의 지인은 “정 전 보좌역이 미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경제적, 행정적으로 도움을 준 곳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해외 도피 기간이 길어지고, 정권이 바뀌면서 떨어져 나갔다. MB 측 사람들과의 접촉은 오래전에 끊겼다. 최 전 위원장도 등을 돌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팽’당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1년 1월4일 신년인사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수사 시작돼 부르면 다 얘기하겠다”

시사저널은 12월18일, 수소문 끝에 정 전 보좌역이 실제 청소 업무를 하고 있는 근무지를 확인했다. 이곳은 워싱턴DC 도심에 위치한 한 박물관이다. 청소 관리자는 “미스터 정(정 전 보좌역)은 오후 6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대략 10시까지 일한다”면서 “이곳에서 기다리면 퇴근시간에 미스터 정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보좌역은 기자를 피하는 듯했다. 이 와중에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정 전 보좌역은 퇴근 1시간 전에 일찍 박물관을 떠났고, 지인의 차를 문 앞까지 오게 한 다음 채 정지하지도 않은 차에 뛰듯이 올라타 황급히 박물관을 떠났다. 한 동료 직원은 “미스터 정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평소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차를 타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이후 12월19일부터 22일까지 청소업체와 박물관을 오가며 정 전 보좌역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정 전 보좌역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시사저널은 전화 통화를 통해 정 전 보좌역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정 전 보좌역은 여러 차례 귀국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내가 곧 (한국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수사가 시작돼서 나를 부르면 다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 전 보좌역의 한 지인은 “MB 측에서 정 전 보좌역을 ‘나 몰라’ 하는 식으로 대우했다. 다른 측근들처럼 알고 있는 내용을 수사기관에 모두 진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보좌역도 수사에 대비해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아는 형이 한 달 전쯤 (나를) 찾아왔다. 이 사람도 MB 정권에 당했다고 억울해했다”면서 “이 사람에게 후배나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정 전 보좌역은 언론과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모습이었다. 그는 특유의 대구·경북 사투리로 “밤에 일을 시작해서 아침 6시에 끝난다”면서 “낮에는 자야 하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언론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 전 보좌역은 귀국 즉시 공항에서 검찰에 통보돼 소환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과 관련된 사건뿐만 아니라 이 전 대통령 재판과 관련해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MB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 스스로가 중형을 면치 못했다. 최 전 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정용욱’이라는 또 다른 폭탄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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