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김정주, 그가 말한 ‘좋은 사람’은 어디로 갔나
  • 권상집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1.11 14:00
  • 호수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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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매각설’ 김정주 대표, 그에게 다시 묻고 싶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는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가 1994년에 만든 넥슨은 수많은 게임을 통해 신화적인 역사를 만들어 나갔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라는 용어를 대중화한 장본인이다. 참고로 2017년 기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콘텐츠 산업 중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은 분야는 다름 아닌 게임 산업이다. 방탄소년단(BTS)이 전 세계적인 K팝 열풍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국내 콘텐츠 산업의 절대적 강자는 여전히 게임이다. 그러므로 게임 산업의 최강자인 넥슨을 이끌고 있는 김정주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특히 새해 벽두에 불거진 넥슨 매각설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콘텐츠 산업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수많은 히트게임을 출시해 게임 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국내 최고 게임 기업의 매각설은 신년 경제계의 가장 큰 문제적 뉴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주 대표 자체가 삼성의 이건희 회장 못지않게 은둔주의, 신비주의로 일관하다 보니 그가 왜 넥슨을 매각하는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그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가 2011년 5월2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도구와 디지털 그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김정주 NXC 대표가 2011년 5월25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커뮤니티 엔터테인먼트: 도구와 디지털 그 경계를 넘다’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뉴스뱅크이미지

넥슨 매각의 불확실성이 몰고 올 후폭풍

넥슨 매각설을 이해하려면 일단 김정주 대표의 경영 방식을 먼저 참고해야 한다. 김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최고의 개발자로 알려진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넥슨을 창업했지만 게임 개발로 명성을 이어 오지는 않았다. NC소프트의 김택진 대표나 송재경 대표가 게임 개발로 업계 최고의 스타에 올라섰다면 김정주 대표는 인수·합병(M&A)을 토대로 넥슨의 성장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일부 게임업계 경영진들의 반목을 사기도 했다. 그는 2004년 위젯을 시작으로 2008년 네오플, 2010년 게임하이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 기업을 모조리 인수했으며, 2013년부터는 유아용품, 레고 거래 중개앱, 가상화폐 거래소 전문기업까지 인수하기 시작했다. 다른 게임 기업가들과 달리 김정주 대표는 철저하게 인수 또는 매각의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보고 이해한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인수하는 데 초점을 둔 김정주 대표는 기업의 인수 또는 매각과 관련해 친구처럼 지내던 김택진 대표의 NC소프트와도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을 만들기도 했으며, 게임하이 M&A 과정에서 ‘서든어택’ 논란으로 CJ그룹과 갈등을 벌여 기업가 정신보다 M&A 정신만 가득 찬 기업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넥슨의 공식 조직구조에서 그의 역할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항상 그림자처럼 넥슨을 지배하며 M&A 결정도 은밀하게 진행해 황제경영을 행사한다는 또 다른 비판을 듣기도 했다. 이런 그의 경영 방식을 돌이켜보면 넥슨 매각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김정주 대표가 실제로 넥슨을 매각한다면 국내 게임업계가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 국내 모바일 게임분야 1위 넷마블이나 콘텐츠 분야에서 CJ ENM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 등이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10조원에 이르는 인수 자금을 국내 기업이 충당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넥슨의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배급하고 있는 텐센트가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유력하게 도는 이유는 넥슨을 인수할 정도의 막강한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건 중국의 텐센트만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텐센트가 넥슨을 인수한다면 게임 산업의 패권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김 대표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며 한발 물러선 입장을 취했다. 게임업계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그가 게임 산업 규제와 3년 전 진경준 사건 등에 휘말리며 게임업계를 떠나고 싶어 했다는 악재성 루머까지 더해지자, 그는 여전히 넥슨의 가치를 고민하고 있다며 다양한 옵션을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를 전해 왔다. 김 대표가 다시 입장을 선회하면서 넥슨 매각의 진정성, 넥슨 매각의 의도가 진짜 무엇인지에 대한 의혹만 더 커지고 말았다. 국내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그의 언행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넥슨이 매각 루머에 휘말린 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넥슨은 지난 2009년 미국 디즈니에 매각된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지난해에는 중국 기업 알리바바가 넥슨을 인수하기 위해 김 대표와 접촉하고 있다는 루머가 업계에 돌기도 했다. 김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은둔주의, 신비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보니 그가 지난해 알리바바와의 M&A 협상을 진짜 주도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기업의 매각 과정을 비공식적인 루트로 이끌면 이끌수록 불확실성만 더욱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긍정도 부정도 아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그의 경영 방식이 비판받는 이유다. 


“유능한 사람 아닌 좋은 사람 선택해야”

김정주 대표는 일본 닌텐도 게임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넥슨을 창업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히 흥미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과 감동을 주는 게임 그리고 그 이상의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그의 기업가 정신을 보고 서울대 및 KAIST 출신 A급 개발자들이 함께 넥슨의 역사를 만들어 나갔다. 그는 3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디즈니같이 좋은 이미지를 오랜 기간 구축할 수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넥슨도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 디즈니같이 꿈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는 어디로 갔는가.

김 대표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독특한 행보와 달리 8년 전인 2011년 모교 KAIST에서 ‘기술벤처’라는 과목을 통해 한 학기 동안 학생들에게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속 가능성’을 꼽았고 이를 위해서는 유능한 사람이 아닌 좋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스토리를 만들어야 더 많은 꿈과 감동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디즈니같이 꿈과 감동을 줄 수 있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한 기업가가 모든 이가 함께 노력한 꿈을 너무 쉽게 정리하려는 건 아닌지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좋은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유능한 사람은 언제든 좋은 조건에 따라 회사를 떠날 수 있기에 좋은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그는 얘기했다. 그의 말이 맞다. 유능한 사람은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애착이 약하기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나타나면 언제든 그 조건에 따라 자신의 조직이나 구성원을 떠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김 대표는 유능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을 늘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한다고 학생들에게 얘기했고 많은 호평을 받았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넥슨 구성원들에게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유능한 사람인가? 김정주 대표가 이제는 답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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