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도 부동산 투기라는 걸 할까
  • 노혜경 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6 17: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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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드라마 《SKY캐슬》의 속임수…부동산 확보는 아내·엄마의 몫

지난주에 썼던 ‘다른 것과 틀린 것’에 대한 독자 반응이 깜짝 놀랄 정도여서, ‘이 주제로 좀 더 함께 고민을 합시다’라고 쓰려고 했다. 그러나 한 주 동안 휘몰아친 정부 인사 문제가 신경줄을 거머쥐고 놓지 않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과 조동호 과기부 장관 후보자가 그들이다. 특히 조 후보자의 경우, 최초로 지명철회를 당한 경우였다. 가짜 학회에 참석한 것 때문이라는 청와대 발표와 달리 일반 시민들의 조 후보자 배척 사유는 오히려 “전세금 올려 아들 포르쉐를 사줬다”는 쪽에 더 기울었던 듯싶다. 

마찬가지로 김의겸 대변인도,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것 없어 보이는 부동산 취득이지만 문제는 법이 아니었다. 프레시안 성현석 기자의 뼈아픈 지적처럼, ‘포용적 복지국가’의 대변인조차 ‘각자도생’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이 두 사건은 건물주와 세입자의 대립이 정치적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 말고도, 숨어 있는 걱정거리 하나를 내 눈앞에 드러내준다.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 jtbc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어디까지일까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교육 열풍 이면에 계급계층을 유지하기 위한 중상위 계층의 안간힘이 있었다는 씁쓸한 각성을 하게 해 줬다. 조동호 후보자는 어떤가? 왜 아들을 유학 보냈으며, 그 아들에게 왜 포르쉐를 사줘야 했을까? 그 재원이 왜 하필이면 전세금을 올려서였을까? 재력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하든 법적으로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몇 년 동안 몇억의 전세금 상승을 감당해야 했던 그 세입자는 자녀를 유학 보낼 꿈조차 꿀 수 있었을까? 

김의겸 대변인의 경우는 더 직접적이다. 그는 장차 지대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임대료가 보장되는 상가를 “아내가 무능한 남편 몰래” 구입했다는 말을 남겼다. 그 말은 그 자체로 사실일 공산이 높다. 실은 조동호 후보자의 경우도 그가 직접 전세금을 올려 받지 않고 그 아내가 했을 공산이 크다. 그 ‘아내’가 나를 붙잡는다.

잠깐 드라마로 돌아가 보자. 《SKY캐슬》은 진실의 절반만을 보여준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서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은, 그래서 거의 재벌가문 이야기라는 착시를 불러일으키는 호화로운 캐슬은 실제로는 사택이다. 이미 부동산을 확보한 상태인 엄마들은 자녀교육이라는 임무에 좀 더 몰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조 후보자 가정처럼 자녀교육을 위해 부동산을 활용하거나 노후대책을 위해 부동산을 확보하는 일이 먼저다. 그 일은 누가 담당하나. 아내고 엄마다. 그 대부분의 방법이 과거에는 ‘투기적 복부인’이었고 지금은 남보다 빠른 정보와 ‘투자’라는 이름의 자금 회전력이다. 

일자리와 안전한 방 한 칸이 문제가 되는 청년층과 달리, 우리 사회의 중허리를 차지하는 50대와 60대의 최대 현안은 아마도 교육과 노후대책일 것이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주정부들은 복지를 제안했지만, 대다수 사회지도층들은 복지보다는 각자도생, 그것도 집값과 임대료를 겁나게 올려서 해결하려는 방법을 썼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엄마들이 있다. 사회에서의 성별 분업화, 가정 내에서의 업무 분업화, 남편과 자녀를 위해 각종 더럼 타는 소위 ‘세속’을 담당해야 하는 엄마라는 존재.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신비”는 도대체 어디까지 걸쳐 있는 걸까? (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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