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후원회장①] 정치적 후견인이냐, 경제적 후원자냐
  • 안성모·구민주·조해수·유지만 기자 (asm@sisajournal.com)
  • 승인 2019.04.09 08: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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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의원 후원회장 전수조사…민주당은 ‘정치인’, 한국당은 ‘경제인’

‘정치적 후견인’ 또는 ‘경제적 후원자’. 흔히 국회의원 후원회장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다. 실제 후원회장이 곧 정치적 후견인을 의미하던 때가 있었다.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져나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력 인사를 주로 후원회장으로 모셨다. 이는 한국의 정당 정치가 계파 중심으로 흘러온 결과이기도 하다.

경제적 후원자를 후원회장으로 영입하는 경우도 많았다. 정치 활동에는 돈이 든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자금 마련에 늘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정치 인생이 발목 잡히기도 했다. 이런 골칫거리를 후원회장이 도맡아 해결해 줬다.

이러한 후원회장의 역할은 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많이 달라졌다. 정당 민주화와 자금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후원회장의 정치·경제적 지원이 예전만 못하다.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약해지다 보니 후원회장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의원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여전히 국회의원과 후원회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국회의원과 후원회장이 정치·경제적 ‘공동체’라는 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시사저널은 3월초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국회의원 후원회장 명부’를 입수했다. 이후 각 의원별로 확인 작업을 거친 후 국회의원과 후원회장을 둘러싼 관계망을 다양하게 분석했다.

강금실·김원기, 의원 5명 후원회장 맡아 ‘최다’

국회의원 후원회장으로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인사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다. 두 인사는 각각 국회의원 5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노무현 정권 때 여성 최초 법무부 장관을 지낸 강금실 전 장관은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유은혜 의원,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인 인재근 의원, 검사 출신의 법조계 후배인 백혜련 의원,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이후삼 의원, 그리고 김대중(DJ) 정권 때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박선숙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유은혜·인재근·백혜련·이후삼 의원은 민주당 소속인 반면, 박선숙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이다. 5명 중 4명이 여성 의원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던 김원기 의장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5선 중진 원혜영 의원, 행정안전부 장관에서 물러나 국회로 돌아온 김부겸 의원, ‘친문 실세’로 불린 최재성 의원,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영입한 김병관 의원,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관료 생활을 한 김정우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중량감 있는 중진들과 친문 성향의 의원들이다.

‘친노’ 좌장 역할을 해 온 이해찬 대표는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여당을 이끌고 있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후원회장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 올해 1월까지 이해찬 대표 체제에서 정책위 의장을 맡았던 김태년 의원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홍 원내대표와 김 의원은 지금까지 민주당을 실질적으로 운영해 온 핵심 인사들이다. 이 대표는 또 노무현재단 기획위원 출신인 심기준 의원, 충남에 지역구를 둔 조승래 의원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2명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유력 인사도 여럿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5선 중진으로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4선 중진의 변재일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민주당을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인 문 의장이 야당인 바른미래당 소속 김동철 의원의 후원회장인 데는 김 의원이 DJ 청와대 행정관 출신으로 국민의당 창당 전인 19대 국회 때까지 민주당에서 활동한 정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노무현 정권 시절인 17대 국회 후반기를 이끌었던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국토부 장관 퇴임을 앞둔 김현미 의원과 민주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윤호중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DJ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은 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의 추미애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규백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 작가는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한정애 의원과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 권칠승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언론인 출신인 김성수 민주당 의원과 강경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김성수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당은 다르지만 이른바 김종인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가 재임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맡았던 윤상직 의원과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추경호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윤 의원과 추 의원은 자유한국당 소속 초선이다.

이해찬 대표와 문희상 의장과 같이 국회의원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현역 의원은 14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직전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민주당 의원이 당직자 출신의 초선 송옥주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고, 자유한국당 소속인 이주영 국회 부의장은 국가품질명장인 1호로 알려진 김규환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재선의 김경협 의원과 초선인 김영호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후원회장  맡은 현역 의원 14명

6선 중진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인 김관영 원내대표와 장정숙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당이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으로 쪼개지기 전 함께했던 의원들로 비례대표인 장 의원의 경우 소속만 바른미래당이지 당 활동은 민주평화당에서 하고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국민의당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강금실 전 장관과 인재근·이인영·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후원회장으로 엮여 있다. 강금실 전 장관이 후원회장인 인재근 의원은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586그룹을 대표하는 이인영 의원의 후원회장이고, 이인영 의원은 재선의 후배 정치인 김민기 의원의 후원회장을 맡고 있다. 강금실 전 장관에서 김민기 의원까지 하나의 후원회장 관계망에 놓여 있는 셈이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우원식 의원과 시민사회 출신인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소위 말하는 ‘품앗이 후원회장’ 관계에 있다. 우원식 의원이 이학영 의원의 후원회장, 이학영 의원이 우원식 의원의 후원회장을 서로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국회의원 간 후원회장을 품앗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해찬 대표와 당 대표 선거에서 경쟁했던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의 후원회장이다. 이에 반해 현재 보좌진이거나 보좌진 출신이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의원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좌진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진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진들이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재정 관리가 좀 더 깔끔하고 간편해서 그렇게 올려놓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지역구·비례대표 의원 후원회장 분포에 차이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109명(36.6%)의 후원회장이 정치 분야 인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경제 69명(23.2%), 교육 57명(19.1%), 법조 17명(5.7%), 의료 12명(4%) 순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은 정치, 기업인은 경제, 학계 인사는 교육 분야에 포함시켰다.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 온 인사의 경우 대표 경력을 우선했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의 후원회장 분포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지역구 의원 251명의 후원회장들은 종사 분야가 정치(36.7%), 경제(24.9%), 교육(16.3%) 순인 반면, 비례대표 의원 47명의 후원회장은 정치(36.2%), 교육(34%), 경제(17%) 순이었다. 지역구 의원은 경제, 비례대표 의원은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후원회장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역구 의원은 해당 지역구의 기업인이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고,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은 학계 인사가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민주당 의원 128명의 후원회장의 경우 정치(41.4%)가 경제(15.6%)보다 두 배 넘게 더 많은 반면, 한국당 의원 113명의 후원회장은 경제(33.6%)가 정치(32.7%)보다 다소 높게 나타났다. 공통적으로 지역의 정치·경제 인사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 보좌관은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평판이 좋은 어른들을 내세우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한국당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도 “지역에서 작은 사업을 하거나 단체를 운영하시는 분이 후원회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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