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GTX-A 노선 변경, 주민 반발 거세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0 08:00
  • 호수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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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노선 갑자기 변경된 배경 주목
국토부 자료 ‘민원 측면에서 유리’ 언급

최근 급물살을 탄 GTX-A 노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빗발치고 있다. 진원은 서울 용산구(후암·동자·갈월동)와 강남구(청담동), 경기도 파주시(교하지구) 등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일방적으로 노선을 변경해 자신들의 안전과 재산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그런데 노선 변경의 배경이 심상치 않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국토부 자료에는 노선을 바꾼 이유에 대해 ‘민원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명시돼 있다. 

GTX-A 노선이 서울 용산구 트윈시티(왼쪽)와 갑을빌딩 사이 노후주택가를 관통하도록 변경됐다. ⓒ 시사저널 고성준
GTX-A 노선이 서울 용산구 트윈시티(왼쪽)와 갑을빌딩 사이 노후주택가를 관통하도록 변경됐다. ⓒ 시사저널 고성준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노선 바꿔

GTX 사업이 처음 거론된 건 벌써 10년여 전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사업은 2018년 급물살을 탔다. 그해 5월 우선협상대상자(신한은행 컨소시엄)를 선정하고 협상과 실시설계를 병행 추진해 왔다. 같은 해 12월26일 실시계획을 승인받은 뒤 착공식도 가졌다. GTX A가 완성되면 최고속도 180km, 평균속도 100km로 파주에서 서울 삼성동 등을 거쳐 동탄까지 수도권 남북을 연결하게 된다. 총사업비 2조9017억원으로 운영비를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민간투자사업(BTO)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초 계획했던 노선을 틀었다. 파주시의 경우 계획고시 당시 하천 지하를 지나도록 노선이 설계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돌연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단지(1026가구)를 관통하도록 변경됐다. 용산구도 당초 용산시민공원과 대로를 지나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후암동 일대 노후주택가로 노선이 바뀌었다. 강남도 마찬가지다. 환경영향평가 때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아래로 노선이 계획돼 있었지만 현대아파트를 피해 청담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과정 역시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는 거치지 않았다.

변경된 노선 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안전이다. 파주의 경우 노선이 열병합발전소 지하 17.3m와 아파트단지 지하 23m를 지나간다. 주민들은 열병합발전소의 경우 공사 진행 시 지하의 온수탱크와 액화천연가스(LNG)탱크 파손이나 지반침하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청담동 주민들은 지반에 파쇄대가 다수 존재한다는 점에서 지반침하를 우려하고 있다. 파쇄대는 단층에 따라 암반이 부스러진 지대다. 이 때문에 청담동의 암반 품질 지수는 100점 만점에 13~18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청담동 일대 지하수가 흐르는 지층은 세굴에 취약해 지하터널 내로 지하수와 토사가 유출돼 지반침하가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놨다.

용산구는 후암동에서 안전에 대한 걱정이 높다. 노선 위 260여 개 주택의 70%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주택이기 때문이다. 사용승인일부터 50년이 경과된 노후불량주택 비율도 30%를 상회하고, 심지어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주택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현재 후암동 내에선 벽에 금이 가거나 지붕이 내려앉은 건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후암동 주민들은 이런 가운데 발파가 진행될 경우 주택 붕괴 등의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발파공법(NATM)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국토부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핵심 도심지(경복궁~서울역)와 한강 하저 구간에 굴착식인 TBM 공법을 적용한다고 돼 있다. TBM은 NATM에 비해 고가지만 진동과 소음이 적고 안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선진국에선 도심 터널공사에 모두 TBM 공법을 사용하는 반면, 국내에서만 비용 등의 이유로 NATM 공법을 고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8년 12월19일 광역급행철도(GTX) 등 수도권 광역교통개선 방안이 포함된 ‘수도권 제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8년 12월19일 광역급행철도(GTX) 등 수도권 광역교통개선 방안이 포함된 ‘수도권 제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문화재 위해선 안전 공법, 주택가에선 ‘발파’

핵심 도심지에 TBM 공법을 적용키로 한 것은 문화재 보존 등을 위한 결정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후암동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국토부는 오래된 주택보다 문화재가 더 보존가치가 높다고 판단했겠지만 노후주택 안에 국민이 살고 있다는 점은 간과했다”며 “국민보다 문화재를 소중히 여긴다고밖에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NATM 공법을 이용해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NATM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문제가 생긴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인천의 삼두아파트다. 2015년 12월 시작된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지하도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하 40m 깊이의 굴착이 진행됐다. 여기엔 NATM 공법이 적용됐다. 이로 인해 삼두아파트는 건물 균열과 지반침하, 가스 누출 등이 발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인근 주택들도 건물이 뒤틀리는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아직까지도 이 지역 주민들은 건물 붕괴에 대한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도가 지나가는 지역 부동산에는 ‘구분지상권’이 설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당장 부동산 가격이 하락한다. SRT수서고속철도가 지하로 지나가는 한 아파트단지의 경우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동의 매매가가 설정되지 않은 동에 비해 낮았다. 재개발도 어려워진다. 앞서 언급한 삼두아파트 주민들은 붕괴 우려에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지자체의 인허가까지 받았지만 국토부가 구분지상권이 설정돼 있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더라도 문제는 여전하다. 노선 위로는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개발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후암동 주민들 입장에서 구분지상권은 상당한 악재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재개발이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노선 위에 아파트를 건립하지 못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GTX 노선 변경추진 청담비대위 주민들이 1월11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주택가 밑 지하발파 공사의 위험성과 주민 동의 없는 노선 확정’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GTX 노선 변경추진 청담비대위 주민들이 1월11일 국토교통부 앞에서 ‘주택가 밑 지하발파 공사의 위험성과 주민 동의 없는 노선 확정’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민들은 국토부가 노선 변경 사유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열병합발전소와 후암동 노후주택가, 파쇄대가 다수 분포한 청담동 등 유독 안전상 문제가 되는 지역으로 노선을 바꾼 배경은 무엇일까. 시사저널이 입수한 국토부 자료에는 그 이유가 담겨 있다.

자료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계획된 노선은 서울역과 종점을 잇는 최단거리 노선이었다. 그럼에도 노선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선 ‘용산구 한남재정비 개발지구 저촉이 다수 발생하며, 압구정 현대아파트 직하부 통과로 사유지 저촉이 다수 발생해 집단 민원 우려’라고 적시돼 있다. 또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및 대단위주택단지 저촉을 최소화하고 한남재정비 촉진지구 저촉을 최소화해 민원 측면에서 유리한 기본계획안 선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결국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피하기 위해 청담동 일대를 지나가도록 노선을 변경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민원 측면에서 유리한’ 지역의 조건은 무엇일까. 자료에는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없다. 대신 건설업계에서 그 답을 간접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업에는 민원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데 주민들의 수가 적고 연령이 높을수록,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빈곤할수록 민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먹고살기 바빠 민원으로 눈을 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부촌’일수록 민원의 강도가 높아진다는 얘기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민원 측면에서 유리한 지역으로 노선을 변경한 것에 대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사비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민원은 사업비와 직결된다. 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계속해서 손실이 쌓일 수밖에 없다. 

 

본지는 지난 4월9일자 ‘GTX-A노선 변경, 주민 반발 거세’ 제하의 기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민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유로, 주민들과 협의 과정 없이 부자 동네에서 가난한 동네로 GTX-A노선을 변경했고, 비용 등의 이유로 발파공법(NATM)을 적용했으며, 재개발 시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철도 노선 위로는 아파트를 건설할 수 없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후암동 지역으로 노선이 변경된 배경은 용산미군기지 이전 지연으로 동 구간 지반조사 등이 불가능했기 때문이고, 청담동 지역은 사유지 영향·안전·방재·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선이 선정된 것이다. 또 지하 터널의 굴착공법은 구조안전성과 무관하고, 지상부에 대한 영향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이며, 재개발 등과 관련해서도 구분지상권은 지하 터널 주변 일부 구간에만 설정되는 것으로 구분지상권이 설정된 필지 지상부에도 건축물 설치가 가능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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