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숨겨진 北·美의 진심 파악에 골머리
  •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연구실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4.19 17:00
  • 호수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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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 오판 막아 협상 적극 유도해야”

문재인 대통령의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점점 더 멀어져만 갔던 북·미 지도자는 3차 정상회담 개최 희망을 표출하고 있다. 단지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해 양측은 계속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류 언론은 대체로 문 대통령의 방미가 별 성과 없이 끝났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는 요원한 일이며, 따라서 북핵 문제의 해결 국면으로의 진전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은 기대하기 매우 어렵다는 논조를 보여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4월11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4월11일 오후(현지 시각)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머지않아 남북 정상회담 열릴 가능성 커

한국 주류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직전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을 마치 정상회담 결과인 것처럼 인용했다. 그중 트럼프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는 현재 적절하지 않고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빅딜을 추구한다고 한 발언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발언은 문 대통령과 회담을 갖기 전의 생각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견해를 듣기 전에 미국의 양보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것은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 회담 때 미국의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이 자기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중재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선 아무 대가 없이 북한에 양보하는 것이 되므로 이는 전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어찌 보면 트럼프는 당연한 얘기를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중 현재 미국이 빅딜을 추구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 오히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동시에 언급된 “다양한 스몰딜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단지 그 내용을 보아야 한다”고 발언한 대목을 더 주목했다. 이제까지 미국이 고집해 왔던 빅딜 입장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보았다면서 사실상 한국이 제안한 ‘충분히 좋은 거래(good enough deal)’나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실행’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을 전망했다.

물론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은 ‘선(先) 비핵화 후(後) 제재완화’나 ‘빅딜’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히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지지하면서 북한을 잘 설득해 보고 그 결과를 알려 달라고 했으므로, 미국은 일단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김정은의 태도를 보고 나서 자신의 입장을 내놓는 것이 현명하다는 고려 때문에 지금은 본래의 입장을 유지하는 듯이 행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이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을 향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는 조건에서”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용의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에 “오지랖 넓은 중재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했다. 국내 주류 언론은 이 점을 강조하면서 마치 북한이 우리 정부의  역할을 전면 부정한 것처럼 해석했는데, 이는 과도하다고 여겨진다. 

물론 김정은 입장에서는 지난 하노이 회담의 실패 때 한국이 미국을 비판하고 북한의 입장을 두둔해 주지 않은 점에 대해 섭섭했을 것이다. 북한에 많은 경제지원을 할 것처럼 행세하면서도 실제로는 경협 이전에 하나하나 미국과 상의하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특히 경제발전 성공을 거둔 한국을 흠모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려는 김 위원장의 국내정치적 발언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남북관계를 화해·협력과 평화·번영 국면으로 전환하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둡니다”라고 선언한 것을 주목해야 한다. 특히 그의 연설 이후에도 미국이 계속 ‘선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으므로, 미국과의 새로운 합의를 통해 체제를 보장받고 제재를 해제하며 국제사회와 경협을 통해 경제발전을 하려면 결국 북·미 간 타협을 중재하고 촉진하는 한국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머지않아 남북 정상회담에 나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조선중앙TV가 4월13일 방영한 영상에는 시정연설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허리 숙여 악수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모습이 담겼다. ⓒ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4월13일 방영한 영상에는 시정연설을 마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허리 숙여 악수하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모습이 담겼다. ⓒ 연합뉴스

김정은의 고강도 발언은 북한 내부용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과연 미국과 북한이 희망을 가지고 3차 북·미 정상회담 쪽으로 전략방향을 선회할 수 있었을까. 자칫 북·미 간에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입장차가 벌어져 파국으로 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될 수 있는 희망을 열었다는 평가를 일각에서 내놓기도 한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이 ‘새로운 노선’을 강력히 천명하거나 다시 도발적인 행동에 돌입하지 않고,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면서 연말까지는 도발하지 않을 것이며 3차 정상회담을 갖자고 트럼프에게 제안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양측 간 입장차가 크므로 우리 정부는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설득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진다. 북·미 양측의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이 체면을 유지하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합의로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점을 창의적인 제안을 통해 보여주면서 이들을 협상 테이블로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측이 자기주장만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미 간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방관하거나 미국의 입장에만 동조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재작년의 파국 국면으로 되돌아갈 우려가 크므로, 우리 정부의 평화 촉진자 및 중재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게 사실이다. 

현재 남한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젊은 독재자와 예측불가의 독단적인 지도자 두 사람이 우리 민족의 운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농단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하는 데 집중돼 있다. 나아가 현 시국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며 상호 호혜적인 경협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북·미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하는 데 우리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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