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어라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5.19 09:00
  • 호수 15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1기 신도시 몰락 가속화 우려…사고 전환하면 오히려 기회

정부는 지난 5월7일 제3차 신규택지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28곳에 11만 호를 공급하는 3차 계획의 핵심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에 2곳의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었다. 2차 발표 때 공식화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을 합하면 총 5곳에 17만3000호를 공급하는 제3기 신도시 계획이 구체화됐다.  

그러나 전체적인 여론은 3기 신도시 계획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장 큰 원인은 서울 주택가격을 안정화시킨다는 목적에 과연 경기도에 조성되는 신도시가 얼마만큼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서울이 아니라는 행정구역상의 문제와 더불어 그동안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광역교통망 구축이 과연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강하게 형성돼 있다. 또 5개 신도시 모두 비슷해 보이는 성격의 자족용지를 통해 판교와 같은 자족도시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과연 3기 신도시는 서울 주택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조된,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패한 신도시가 될까?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사고를 전환하면 오히려 새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사고를 전환하면 오히려 새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자족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해

1970년대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의 도시계획 경험도 축적됐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불문율로 남아 있던 것이 시가지가 연이어 형성되는 ‘연담화 현상 방지’였다. 서울이 무한정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를 설치해 시가지 확산을 차단함으로써 개별 도시들이 독자적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것은 도시 및 공간계획에 있어 절대 넘을 수 없는 원칙이었다. 그래서 제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시청에서 20km 떨어진 곳에, 2기 신도시는 그보다 더 먼 30km 권역에 조성됐다. 그에 비해 3기 신도시는 처음부터 서울과의 연계성을 최우선에 두고 서울과 경계를 접하거나 아주 근접한 지역에 조성되도록 했다. 

이런 변화는 서울 및 수도권 공간구조의 본격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과거 1980년대 초반 광명시의 서울 편입을 포기한 이래 중단됐던 서울 경계의 실질적 확대가 시작되는 셈이다. 의도적으로 개발이 억제됐던 경계지역의 개발 본격화는 물론 서울 외곽지역의 대폭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1970년대 이래 우리가 알고 있던 수도권의 공간 변화는 물론 수도권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 3기 신도시의 가장 큰 의미라 할 수 있다.

신도시 계획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자족도시’다. 서울로의 출퇴근 없이 새롭게 조성된 도시 내에서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해 출퇴근 걱정 없는 그런 도시는 언제부터 우리의 이상향이 됐을까? 1기 신도시 때부터 등장한 자족도시라는 개념은 사실 당면한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임기응변적으로 등장한 개념이었다. 당초 1기 신도시는 서울의 주택 부족을 위한 ‘베드타운’ 성격으로 계획됐는데, 서울과의 연결교통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정부는 자족도시 개념을 급조해 제시했다. 이를 위해 신도시 건설을 책임지던 주택공사·토지공사를 비롯한 공기업 이전을 통해 자족기능을 강화하고자 했으나 현실적으로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인근에서의 자족도시는 쉽지 않았다. 

2기 신도시로 조성된 판교의 성공은 많은 이들에게 다시 한번 자족도시의 환상을 심어줬다. 우리도 노력하면 제2의 판교가 될 수 있다는 환상은 거의 모든 개발사업에서 넉넉한 자족용지를 설정하도록 했다. 그렇지만 판교를 제외한 그 어떤 도시도 제대로 된 일자리 공급을 비롯한 자족도시로의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도시가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판교라는 곳이 운이 좋았던, 매우 특이한 사례였던 것이다.

3기 신도시 역시 자족도시라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은 5개 신도시 구상안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자족용지에서 잘 드러난다. 서울에서도 강남을 비롯한 소수의 지역에만 형성되는 그런 일자리 중심지역이 과연 외곽의 신도시에서 형성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것이고 넓게 지정된 자족용지는 또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결국 나중에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는 형태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실수를 또 반복하기보다는 차라리 자족용지를 축소하고 그곳을 주택 건설을 위한 유보지로 설정해 도시의 성장에 따라 지속적으로 주택을 공급함으로써 한꺼번에 늙어가는 도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1·2기 신도시와의 연계 발전 꾀해야

3기 신도시 계획 발표 때 새롭게 드러난 현상 중 하나는 기존 1, 2기 신도시 주민의 반발이었다. 특히 고양 창릉에 신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에 일산 및 운정 신도시 주민들은 시위를 포함한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 특히 강남과의 취약한 연결성으로 인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 주민으로서는 서울 바로 옆에 조성되는 신도시로 인해 향후 주택가격 하락을 포함한 많은 불이익을 볼 것이라고 예상할 수밖에 없다. 

사실 1기 신도시는 1990년대 조성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중산층의 대표적인 거주지로서 인기를 끌었으나 서울과의 접근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한계를 드러냈다. 또 준공 이후 20년이 경과하면서 급속한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선호도는 더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일산 백석역 근처에서 지역난방 배관이 파손돼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1기 신도시의 노후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이런 1기 신도시 문제는 아직까지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준공 후 30년이 도래하면서부터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 등장한 3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몰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사고를 전환해 보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3기 신도시 계획으로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이 낮아진 시점에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산의 경우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용적률로 조성된 도시며 대형 평형이 많아 이들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진행할 경우 충분한 사업성이 확보될 수 있다. 3기 신도시 추진 과정에서 구축되는 광역교통망 개선 계획을 통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돼 오던 서울과의 접근성 문제도 개선됨으로써 낡은 주거단지가 아닌 새롭게 재탄생하는 주거단지 역할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어렵게 시작한 3기 신도시 계획을 단순한 주택공급의 차원에서 벗어나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고정관념을 돌파해 새로운 차원의 주거 및 공간을 창출하는 것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똑같은 사고와 방법을 반복한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보다 근본적인 변화와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서 3기 신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