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를 가덕도라 부르지 못하는 오거돈 부산시장
  • 서진석 부산경남취재본부 기자    (sisa526@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6 13:00
  • 호수 15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 시장, 김해신공항 백지화에만 올인…경남·울산 의식해 애써 언급 회피

“동남권 관문공항으로는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고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가덕도 신공항을 개발해야 합니다. 2018년부터 약 6조원의 예산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밝힌 동남권 신공항 관련 발언이다.

그런데 오 시장은 당선 이후 철저하게 신공항 입지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제3의 입지도 가능하다”는 발언까지 했으며, 취임 1주년을 앞둔 현재까지도 오 시장의 사전에 가덕도라는 단어는 없다.

유일하게 ‘가덕도’를 언급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오 시장은 ‘제3의 지대가 어디를 말하는 것이냐?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것이냐’는 질문에 “제3지대는 가덕도를 포함한 곳”이라며 핵심을 슬쩍 비켜갔다. 현재 부산시와 오 시장은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존 김해공항의 확장안에 대한€문제점 지적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4월24일 열린 부·울·경 동남권 신공항 검증 보고회에 참가한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김정호 김해 을 국회의원(왼쪽부터) ⓒ 부산시 제공
4월24일 열린 부·울·경 동남권 신공항 검증 보고회에 참가한 송철호 울산시장, 오거돈 부산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김정호 김해 을 국회의원(왼쪽부터) ⓒ 부산시 제공

‘가덕도 신공항’ 선거공약임에도 ‘쉬쉬’하는 오 시장

부산시는 6월7일 ‘전격적으로 신공항 입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 “관문공항 건설은 동북아 물류거점 도시로의 도약을 가능케 하는 아주 중요한 요소인데 김해신공항은 이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먼저 문제점을 지적한 뒤 “지금은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와 더불어 제대로 된 공항 건설을 촉구하고 있는 단계이므로€입지에 대한 논의는 차후의 문제”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다만 안전·소음·확장성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입지라면, 어디든 열린 마음으로 적극 검토하겠다”면서 “가덕도 또한 부산신항·진해신항 등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이 있으므로 유력한 입지 중 하나로 검토될 수는 있다”는 말로 ‘신공항=가덕도’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부산시는 현재 소음 지역 확대, 공항 주변 산악 장애물에서 초래될 안전 문제, 민항기 운항과 겹치는 군사공항의 한계, 주변 가용 토지 부족으로 인한 확장성 문제 등의 이유로 김해신공항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신공항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오 시장의 주장에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송철호 울산시장도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부·울·경 동남권 관문공항 검증단을 꾸려 정부의 김해공항 계획안에 대한 용역을 다시 검토해 4월24일 부산시청에서 최종 검증결과 보고회를 가졌고, 5월27일에는 국회에서 검증결과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하는 등 김해공항 백지화에 대한 의견 일치를 과시했다. 과거 신공항 입지 후보로 가덕도와 밀양시를 놓고 부산과€대척점에 섰던 울산·경남이 이제 한배를 탄 것이다. 같은 배를 탔으니 목적지도 같을까?

(위)김해, 밀양과 경쟁했던 가덕신공항 조감도 (아래)김해공항 전경 ⓒ 부산시 제공·연합뉴스
(위)김해, 밀양과 경쟁했던 가덕신공항 조감도 (아래)김해공항 전경 ⓒ 부산시 제공·연합뉴스

일단 한배 탄 부·울·경, 결국€‘제 갈 길’ 불가피

부산시는 과거엔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놓고 울산·경남과 대립했으나 현재는 제대로 된 관문공항 건설을 위해 부·울·경이 입장을 같이하며 한마음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단 경남도의 경우 큰 틀에서 부산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11일 경남도 관계자는 “김해신공항은 안전과 소음 문제뿐만 아니라 관문공항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문제점 지적 외 입지 문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공항 밀양시 유치와 관련해 “김해가 신공항 후보군에서 제외되는 경우에는 밀양을 밀어야 하겠지만, 지역 여론이나 동향 파악이 우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회의원 시절 김해가 지역구였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의정활동 당시에는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자주 지적했지만, 신공항 입지에 대해서는 도지사 선거 기간이나 당선 후에도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신공항 문제의 최일선 지자체인 김해시도 일단은 경남도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순순히 가덕도에 양보할 뜻이 없어 보인다. 김해시 관계자는 “이름만 김해공항이지 사실상 부산 강서구에 있는 부산공항이다. 김해는 비행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만 수십 년 동안 떠안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면 신공항이 가덕도나 밀양으로 가는 것보다 김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밝혀 향후 오거돈 시장과의 마찰 가능성을 남겼다.

가덕도보다 밀양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울산시도 김해신공항을 공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016년 5월 밀양시청에서 열린 동남권 신공항 연구용역 관련 4개 시·도 공동성명서 발표 현장에서 “밀양이 지리적으로 가깝기도 하지만 산업적으로도 울산 서부권의 발전을 위해선 밀양 신공항의 유치가 매우 절실하다”고 밝혔다.€현재 울산시는 오거돈€부산시장의 김해신공항 문제에 대해 공동전선을 구축 중이다. 하지만 입지에 대해서는 가덕도보다 밀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송철호 시장의 최근 행보와 관련해 “오류를 바로잡아 제대로 된 공항을 만들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입지 문제가 다시 거론된다면 가덕도보다 밀양이 울산시에 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부·울·경 공조체제’의 분열 가능성을 간접 예고했다.

한편 국토부는 최근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합리적 의견은 수용하겠지만, 김해신공항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혀 신공항의 전면 백지화까지 요구하고 있는 오거돈 시장과 거리를 유지했다. 결국 김해신공항 논란이 오류 수정 수준에서 봉합된다면 오 시장의 가덕도 유치 공약도 실현 불가능해진다.€이럴 경우 지난해 부산시장 선거 당시 “가덕도 신공항이 그동안 특정 정당의 부산 표심 구걸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며 경쟁자였던 새누리당(지금의 자유한국당) 소속 서병수 전 시장을 향해 가덕도 신공항 유치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었던 오거돈 시장은 자신이 그토록 경계한 ‘가덕도 정치적 이용’이라는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오 시장은 당당하게 가덕도를 ‘제3’이 아닌 ‘가덕도’라고 정확히 지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부산에서 커지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