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과 이낙연의 경쟁력, 대선까지 유지될까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6.17 08:00
  • 호수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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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대선 3년전 유력 대선후보로 부각됐던 역대 잠룡들, 3년 후 대부분 사라져

다음 대통령선거가 3년여 가까이 남아 있지만, 차기 대권을 놓고 벌써부터 불꽃이 튀고 있다. 지난 2월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오른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최근€문재인 정부의 국정 실정을 비판하며 민생투쟁 대장정에 올랐다. 이미 차기 대선후보로 행보를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황 대표뿐만이 아니다. 범진보진영에서는 이낙연 총리가 단연 돋보이고 있다. 차기 대선후보 조사에서 황€대표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팽팽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 현재 여야 진영에서 각각 1위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5월27~31일까지 실시한 조사(전국 2511명 무선전화면접 및 유무선RDD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 성·연령·지역가중치 응답률 5.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누구를 가장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황교안€대표 22.4%, 이낙연 총리 20.8%로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 다음으로는 이재명 경기지사 10.1%,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5.3%, 김경수 경남지사 4.8%, 김부겸 민주당 의원 4.7%, 박원순 서울시장 4.7%,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4.5%로 각각 나타났다.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황 대표와 이 총리는 20%대 지지율로 격이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유력 주자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다. 다음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이기 때문에 거의 3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다. 과연 조기에 부상한 후보들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사라지게 될 것인가. 차기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대선후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5년제 대통령 단임제의 운명 때문이다. 일단 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면 우리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을 생각한다. 차기 대선후보에€대한 관심이 커지는 첫 번째 이유는 ‘정치적 냄비 근성’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특정 인물이나 이슈는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다른 이슈가 기존 이슈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고건·반기문 등 역대 1위 후보들 중도 낙마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의 현실적 거리감’ 또한 이유가 된다. 내가 좋아했고 투표했던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가까이 있는 인물로 보이지 않는다. 구중심처 청와대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기 어렵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가 그랬다. 2012년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호감도가 높았지만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 호감도가 서서히 추락하지 않았는가. 차기 대선후보가 이른 시기에 부각되는 세 번째 이유는 ‘여야 대결 구도’다. 여당은 대통령의 눈치를 보겠지만, 야당은 정반대다. 여당 대표를 공격하기보다 야당의 정치적 전투력을 대통령 공격에서 확보하려는 관성이 있다. 범여권 진영에 비해 범야권 진영에서 차기 대선후보감이 더 빨리 등장한다. 대통령과 끊임없이 각을 세우면서 영향력을 키우게 되는 셈이다. 차기 대선후보와 관련된 여러 가지 현상은 차치하고 일찌감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 당면한 결정적 과제는 살아남느냐, 아니면 사라지느냐다. 역대 대통령선거 3년여를 남겨 놓았던 시점과 비교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2007년 대선€사례다. 결과는 이명박(이하 과거 대선후보로 거론된 각 인물들 호칭은 생략한다)의 당선이었다. 그러나 시계를 되돌려 대통령선거 3년여 전 시점의 판세는 전혀 달랐다. 코리아리서치가 동아일보의 의뢰를 받아 2004년 12월23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고건이 29.7%로 1위였다. 박근혜가 17.4%로 뒤를 이었고, 정동영이 10.8%였다. 정작 2007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의 3년 전 지지율은€고작 8.4%였다. 응답자 10명 중 1명의 선택도 받지 못했던 후보가 3년여 후 대선에서 투표자 절반에 육박하는 48.7%로 당선된다(표①). 반면 고건·박근혜는 대선후보로 선택받지 못했다.

2012년 대선€사례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마치 ‘대선의 저주’처럼 박근혜를 제외하고는 이른 시기에 떠올랐던 잠룡들은 대부분 사라졌다. 2012년 12월 대선을€3년여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는 대통령선거 본선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리얼미터가 자체조사로 2010년 1월11~1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차기 대선후보로 누구를 선호하는지 물어본 결과, 박근혜가 38.7%로 독보적인 1위로 나타났다. 유시민이 뒤를 이어 13.6%였다. 정몽준 11.6%, 정동영 10%로 나타났다. 2010년 여론조사 결과가 더욱 주목을 끄는 이유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인 박근혜를 제외하곤€유시민·정몽준·정동영은€본선에 진출조차 하지 못했다. 박근혜를 제외한 나머지 잠룡들은 모두 사라진 셈이다.

2017년 대선€사례는 한국 정치의 역동성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고 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다른 때와 달리 5월9일 대선이€있었다. 대선이€있기 2년 반쯤 전에 실시된 여론조사는 전면에 빨리 부상한 대선후보의 운명이 얼마나 무상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MBN의 의뢰를 받아 2015년 1월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누가 가장 선호하는 대통령 후보인지를 물어본 결과, 반기문이 22.1%로 1위였다. 문재인은 18.6%, 박원순 12.6%, 김무성 12%, 안철수 6.1%, 홍준표 4.4%로 나타났다(표③). 대선 2년5개월여 전 선두권을 형성했던 반기문은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박원순과 김무성 또한 본선 진출은 언감생심 꿈꾸지 못했고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안철수와 홍준표가 그 후 부각되면서 본선 출마의 기회를 잡게 된다.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조기에 부각된다고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과거 사례를 본다면 살아남기보다 사라지는 숫자가 훨씬 많다. 고건·반기문 등의 사례처럼 남보다 한발 앞서 대선후보 1위로 부각된 인물은 살아남지 못했다.

차기 대선전은 100m 달리기 아닌 마라톤

왜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을까. 후보 개인의 문제가 있겠지만, 환경적 요인을 무시하지 못한다. 우선 집중 견제를 받는다. 우리 속담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이 있다. 고건 전 총리는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일찍 떠올랐지만 정치권의 온갖 공격을 당하며 주저앉고 말았다. 유권자의 피로감도 한몫한다. 일종의 소비 심리다. 정치 소비자인 유권자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요구한다. 아주 충성도가 높은 후보가 아니라면 유권자들의 쉴 새 없는 정치적 요구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쉽게 질리고 만다.

마지막으로 후보들의 전략 부재다. 일찍부터 대중들의 평가에 놓인 후보들은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한다. 지역 기반, 이념 기반, 세대 기반을 거머쥘 적재적소에 지원 세력과 전략무기를 탑재하고 있어야 한다. 3년 가까이 남은 차기 대선전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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