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논란’ 일으킨 문건은 왜, 어떻게 공개됐나
  • 이철재 미국변호사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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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변호사의 재밌는 미국 이야기] 작년 1월 부통령 의혹부터 올 9월 탄핵조사 발표까지…시간 순으로 정리한 그간의 과정

내부고발자를 영어로 휘슬블로어(Whistle-blower)라고 한다.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이란 뜻이다. 내부고발자는 직장을 잃는 것은 물론 때로는 신변위협의 두려움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내부의 비리를 보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한다. 특히 비리 행위자가 대통령일 경우 그 공포는 더욱 커진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호루라기를 부는 이들은 누구일까. 대통령이 자신들의 상관이긴 하나, 자신들의 충성심은 대통령을 향한 게 아니라 국가와 헌법에 향한다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사람이다.

미국은 헌법이 탄생하기도 전인 1778년 국회의 전신인 대륙회의(Continental Congress)가 휘슬블로어를 보호하고 그들의 신분을 보장하는 법을 만들었다. 법학자들은 이를 인류 최초의 휘슬블로어 보호법으로 본다. 그 뒤로도 1989년 ‘휘슬블로어 보호법(Whistle-blower Protection Act)’, 2002년 ‘무 공포법(No Fear Act)’과 ‘사라배인-옥슬리 법(Sarabane-Oxley Act)’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휘슬블로어 보호법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중앙정보국(CIA)의 한 관리가 ‘휘슬블로어 항의문건(Whistle-blower Complaint)’을 작성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문건은 왜, 어떤 과정을 거쳐 쓰여졌고, 세상에 알려지게 됐을까? 민주당 내 트럼프 탄핵 요구가 점점 거세지던 9월 중순까지도 요지부동이던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는 왜 한순간에 마음을 바꿔 탄핵 조사로 가닥을 잡았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9월26일 (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IMPEACH)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이 9월26일 (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IMPEACH)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前 부통령 발언에 집착 시작한 트럼프

시간 순서로 살펴보자. 지난해 1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인의 과거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자신이 백악관에 있던 시절,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던 페트로 포로셴코에게 “빅토르 쇼킨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부정 척결에 소극적이니 그를 해임하라”고 압력을 넣은 적 있다는 일화를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 뒤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개인변호사로 활동 중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바이든 전 부통령 일가와 우크라이나 간의 관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이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한 것이 바이든 본인의 가족과 관련 있다는 추측에서다. 당시 바이든의 아들 헌터는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후 작년 말부터 줄리아니는 전‧현직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장관직에서 물러난 쇼킨과도 화상회의를 했다.  

올 4월,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때부터 줄리아니는 더욱 분주히 각료들과 접촉했다. 이 와중에 쇼킨의 후임자였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유리 루첸코가 5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父子)가 우크라이나 법을 어겼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8월 갑자기 사임한 바 있다. 

5월6일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인 마리 요바노비치가 임기를 마치고 귀환한다”고 발표했다. 요바노비치 대사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부패척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담당 검사를 해임하라고 강조했던 인물이다. 5월14일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기자에게 “요바노비치는 트럼프 대통령 반대 세력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해임됐다”고 얘기했다. 

이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그는 폭스뉴스에 나가 “바이든 전 부통령이 본인의 아들을 수사하려던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을 해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넣었다”고 말한다. 이에 더해 트럼프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나라에서 나의 정치적 라이벌에 대한 약점을 알려준다면 얼마든지 듣겠다”고 얘기한다. 

버락 오바마를 비롯한 전임 대통령들이 이런 말을 했다면, 그 자체만으로 탄핵이 거론될 만한 ‘폭탄발언’이다. 줄리아니 또한 폭스뉴스에 출연, 우크라이나의 새 대통령 젤렌스키를 두고 “현재 미국 대통령의 반대 세력에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에게 주기로 했던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의 안보 관련 지원금의 집행이 계속 미뤄졌다.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말이다. 본격적인 의혹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미국 의원들은 지원금을 약속대로 보내라고 트럼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트럼프-우크라이나 통화, 휘슬블로어 움직여

트럼프 탄핵 사태를 촉발한 휘슬블로어는 이때까지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는 이름과 얼굴은 물론 성별까지도 밝혀진 바 없다. 알려진 건 CIA의 고위 관료라는 게 전부다. 그는 앞서 정부 관리들로부터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와 대화하면서 윤리규정을 심각하게 어긴 것 같다”는 보고를 수차례 받았다고 한다. 그가 처음으로 뭔가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7월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취임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다.  

곧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가 우리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해주면서 앞으로 부정척결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고만 발표했다. 백악관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때 휘슬블로어는 양국 대통령의 통화 도중 오고 간 부적절한 내용에 대해 계속 보고받았다. 이후 익명으로 ‘휘슬블로어 항의문건’을 CIA 법무팀에 전달했다. 법무팀은 이를 백악관 관계자와 법무부 등과 돌려 보며 논의를 시작했다. 

휘슬블로어는 직감했다. 사안이 묻혀버릴 수도 있겠다고. 그래서 이번에는 의회에 보낼 문건을 작성했다. 그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본인은 공적임무 수행 중 다수의 미합중국 정부 관리로부터 ‘미합중국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다른 국가가 2020년 대선에 개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휘슬블로어는 이 문건을 8월12일 상‧하원 각각의 정보위원회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미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의혹'의 발단이 된 미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고발장. 문건 날짜가 2019년 8월 12일로 돼 있는 이 고발장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9월2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미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조사를 압박했다는 '우크라이나 의혹'의 발단이 된 미 정보당국 내부고발자의 고발장. 문건 날짜가 2019년 8월 12일로 돼 있는 이 고발장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9월26일(현지시간) 공개했다. ⓒ 연합뉴스

그 전에도 몇 가지 중요한 일이 있었다. 국무부의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였던 커트 볼커는 우크라이나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과 만났다. 휘슬블로어의 문건에 따르면, 당시 볼커의 방문 목적은 ‘트럼프 대통령 요구사항의 이행 방법에 관한 직접적인 논의’였다. 줄리아니가 스페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안드리 예르막을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줄리아니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예르막을 만났을 때 ‘그 망할 놈의 문제들(the darn things)을 잔말 말고 수사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고 말했다. 

8월26일, 미국 정보기관 감찰관 마이클 앳킨슨은 휘슬블로어의 문건을 CIA 상위기관인 국가정보국(DNI)의 국장 대행 조셉 맥과이어에게 보냈다. 이와 함께 편지를 통해 “위급한 사안”이라며 “(휘슬블로어 문건은) 믿을 만하며 법대로 7일 이내에 의회 정보위원회에 보내달라”고 권고했다. 

8월29일,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안보 관련 지원금 2억5000만 달러가 여전히 묶여있음을 확인했다. 이날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고의적으로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9월1일,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가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났다. 이튿날 펜스는 ‘바이든 부자의 수사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얘기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는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단지 유럽 동맹국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우리와 함께 일하자’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9월11일, 미국 상원의 양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을 당장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9월13일, 하원 정보위원장 아담 쉬프는 맥과이어 국장 대행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여기엔 “앳킨슨 감찰관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한 휘슬블로어의 문건을 당장 제출하라”는 요구사항이 담겨 있었다. 

9월18일,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휘슬블로어 문건은 트럼프와 외국 정상 간 대화에 관한 것이며, 여기에는 모종의 약속이 포함돼 있다”며 “이것이 휘슬블로어가 문건을 작성하게 된 이유”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것이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9월19일, 앳킨슨 감찰관이 쉬프 정보위원장과 비공개로 만났다. 휘슬블로어 문건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워싱턴포스트는 해당 문건에 대해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9월20일, 트럼프 대통령은 ‘휘슬블로어 문건을 읽어봤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읽고 웃었다”고 답했다.

9월24일,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 누구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는다”라며 대통령 탄핵조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금 지급을 일부러 늦추고 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유럽 동맹국들이 지원금을 더 많이 분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랬다”고 해명했다. 

9월26일(현지시각)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의 시작에 대해 발표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 연합뉴스
9월26일(현지시각)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의 시작에 대해 발표하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 연합뉴스

‘휘슬블로어 문건’ 본 하원 “탄핵조사 시작”

9월25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25일 젤렌스키 대통령과 나눴던 대화의 요약본을 공개했다. 대화 전체를 그대로 받아 적은 기록본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기록본은 극비사항만 암호화해 보관하는 서버에 저장돼 있다고 한다. 대통령과 다른 나라의 정상, 그것도 트럼프의 주장대로 “그저 당선을 축하하는 전화”였다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대화 요약본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단히 우호적이었다. 꼭 그에 대한 답례를 하라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지적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또 미국 사이버 안보업체 ‘크라우드 스트라이크(Crowdstrike)’에 대한 조사도 요구했다. 이 업체는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서버에서 힐러리 클린턴 등의 이메일이 대량 유출된 사건을 조사한 곳이다. 당시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유출 경위가 ‘러시아인들의 해킹’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트럼프 캠프가 러시아와 내통해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9월26일, 하원 정보위원회는 휘슬블로어 문건에서 기밀사항을 일부 지우고 공개했다. 맥과이어 감찰관은 의회에서 “휘슬블로어는 사심 없이 옳은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문건을 빨리 공개하지 않은 것은 기밀유지에 관한 대통령 특권(Executive Privilege) 문제가 걸려있었기 때문”이라며 “법무부에서 공개하지 말라고 한 점도 있다”고 증언했다. 

같은 날, 루첸코 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이 워싱턴포스트에 “바이든 부자가 범법을 저질렀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가 지난 5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때도 했던 말이다. 

여기까지가 휘슬블로어 문건이 8월12일 제출돼 9월26일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의 상황이다. 그 뒤로도 속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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