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은 조직개혁 전사인가, 권력추구형 워커홀릭인가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5 13: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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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탐구]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외교부와 마찰 이유

10월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부 국정감사.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향해 “우리 국민들은 외교업무에 보이지 않는 섀도 캐비닛이 있다는 걸 다 안다. 대미 접촉은 외교부가 빠지고 청와대 안보실이 다 한다. 그러다 보니 국제사회에서는 우리의 중요한 외교현안을 외교부가 하지 않고 청와대가 다 한다고 본다”고 쏘아붙였다. 현장을 지켜본 한 외교부 직원은 “이정현 의원의 지적이 누굴 지칭하는지 다 알지 않느냐. 문재인 정부에서 우리 외교부의 역할은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답답해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관련한 야당의 지적은 이후 더욱 구체화됐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있는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김현종 차장(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의전 실수를 문제 삼아 외교관의 무릎을 꿇게 한 사실이 있느냐. 사죄한 외교관이 누구냐”며 해당 외교관에게 손을 들 것을 주문했다. 그러자 국감장에 있던 주유엔 대표부 소속 A서기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 차장의) 숙소로 갔다. 방으로 갔다”면서 “심하게 질책한 건 아니었고 지적이 있었다”고 답변했다. 정진석 의원실 관계자는 “청와대를 통해 공식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국감장에서 해당 직원이 그런 식으로 대답한 것에서 청와대 안보실, 더 자세히 말하면 김 차장의 문제를 확인했다”고 대답했다.

ⓒ 연합뉴스

‘김현종 vs 강경화’ 아니라 ‘어공 vs 늘공’

최근 김현종 차장이 여러 구설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 수장인 강경화 장관과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다. 9월16일 국회 외통위 회의에서 “4월 대통령 해외순방 자리에서 김현종 차장과 다툰 적이 있느냐”는 정진석 의원의 질문에 강 장관은 “부인하지 않겠다”고 답해 이러한 사실은 어느 정도 확인됐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수면 아래 있던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쟁점을 ‘김현종 vs 강경화’로 한정 짓는 것은 본질을 가리는 거라고 주장한다. 그보다는 외교부를 바라보는 청와대의 시각, 더 나아가 늘공(직업 출신 공무원)을 바라보는 정치권 어공(전문 임기제 공무원)의 불신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본다.

김 차장의 스펙은 화려하다. 외교관 출신의 부친(김병연 전 주노르웨이 대사)을 둔 덕분에 해외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명문 사립고인 윌브레이엄 먼슨 아카데미를 졸업한 김 차장은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과를 거쳐 같은 대학원에서 법학 석사, 박사 학위(통상법 전공)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에서 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그가 공직에 몸담은 것은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에 임명되면서부터다. 당시 김 차장의 등장은 관가에 큰 화제가 됐다.

공직에서 물러난 뒤 대학교수(한국외대), 삼성전자 사장(해외법무담당) 등을 역임한 그가 공직으로 돌아온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다. 직책은 10년 전 맡았던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의 행보를 두고 당시 관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10년 만에 공직으로 돌아오는데 역할이나 직책은 전과 똑같아서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통상업무에 있어 김현종을 능가할 만한 인재를 찾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김 차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측이 계속 요구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면서 이를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그랬던 그의 행보가 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 것은 올 2월 청와대 참모진 개편에서 국가안보실 2차장에 기용되면서다. 2차장은 직급상으로 보면 차관급이다.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이 직급을 낮춘 것도 모자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외교업무를 맡는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임명 초기 김 차장을 가리켜 야당이 ‘야망이 큰 권력추구형 인물’이라고 평가한 것도 그런 면에서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강경화 장관과의 갈등을 제외하고는 별 탈 없이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소식통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오히려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통상업무도 큰 틀에서 보면 외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릴 때부터 외교관인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외교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고 설명했다.

국정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두텁다. 신임도만 놓고 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능가한다는 소문도 나온다. 민주당 외통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청와대에선 ‘정의용 실장은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강경화 장관과 김현종 차장이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것도 외무관료 출신인 정 실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서다”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핵심실세들이 보는 김 차장의 이미지는 타성에 젖은 외무관료 사회를 긴장케 만드는 ‘메기’와 같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민주당 의원은 “법무, 국방과 함께 외교 분야에도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친미 사대주의도 모자라 위에서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수동적인 문화가 조직에 깊이 배어 있다. 김 차장은 그걸 깨부수는 전사와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김 차장의 업무 스타일은 여느 외무관료들과 다르다. 오랜 기간 외국계 로펌에서 근무한 탓에 워커홀릭(일중독자)형 업무 스타일이 몸에 배어 있다. 필요할 경우 새벽에도 나와 일하는 스타일이다. 외교업무 특성을 고려해 사실상 24시간 내내 일을 처리한다고 보면 정확하다. 더군다나 일 처리도 깔끔하다는 평가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밤 늦은 시각에 실무자에게 전화를 거는 일도 많다.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임명 직후 미국발 중요한 현안이 터졌는데, 외교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않는 걸 보고 김 차장이 매우 황당해했다. 그런데 나중 사실관계를 파악해 보니 외교부 말단 실무자는 재빠르게 대응했는데 그걸 위에서 뭉갰다. 그때부터 김 차장이 외교부를 다그치는 일이 빈번해졌다.”

아세안 정상회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1월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 옆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배석해 있다. ⓒ 연합뉴스
아세안 정상회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1월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Suntec) 컨벤션센터에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면담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그 옆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배석해 있다. ⓒ 연합뉴스

‘자주파’ 외교, 문재인 정부 코드와 딱 맞아

그렇다고 김 차장을 ‘권위로만 똘똘 뭉친 꼰대’로 볼 순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격의 없이 실무자와 토론하는 걸 좋아한다. 아무리 말단이라도 좋은 의견이라면 곧장 받아들이는 편이다. 그러기 때문에 젊은 외무관료들은 김 차장 같은 스타일이 싫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커홀릭과 함께 김 차장의 업무 스타일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단어는 ‘꼼꼼함’이다. 오탈자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다. 올 4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국가 순방기간 동안 김 차장이 강 장관과 크게 다툰 이유도 외교부가 작성한 문건에서 오탈자와 비문이 많이 나와서였다. 이를 문제 삼아 김 차장이 실무자를 다그치자 이를 지켜본 강 장관이 “우리 직원들(외교부)에게 소리치지 말라”고 말했고, 이에 김 차장이 영어로 “It’s my style(이게 내 방식이다)”이라며 맞받아친 것이다. 김 차장을 오랫동안 봐온 주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완벽주의자인 김현종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는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에선 외교부가 의전 등 기강 해이로밖에 볼 수 없는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질렀고, 이를 지켜본 김 차장이 ‘도저히 이래선 안 되겠다’고 판단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강 장관과 마찰이 불거졌다고 본다.

주도면밀함과 몸을 사리지 않는 김 차장의 업무 스타일은 문 대통령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 차장은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 중 전격적으로 임명됐지만, 청와대 내부 의견을 종합해 보면 문 대통령이 오랫동안 봐왔던 적임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차장은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외국계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해서 그런지 ‘검은 머리 미국인’이라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미 FTA를 건의했다고 알려지면서 의혹은 확신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당시 FTA 협상에 참여했던 실무진의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 전문가는 “김 차장은 FTA 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국 쪽이 무리하게 요구하자 노 대통령에게 ‘이렇게 할 거면 (FTA)협상을 깨자’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외교에 있어서도 김 차장은 ‘자주파’에 속한다. “미국이 슈퍼 강대국인 건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국익까지 훼손해 가면서 굽신거릴 필요까진 없다”는 게 지론이다.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도 정통 외무관료 출신이라면 생각하기 힘들다.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산 데다 미국 변호사로 활동해 미국인들의 협상전략을 너무도 잘 알기에 지소미아 파기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김 차장을 우려하는 쪽 역시 이 점을 걱정하며 “협상의 관점으로 국제외교를 바라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지소미아만 해도 우리가 일본 쪽에 주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많다. 상호 균형을 추구하는 협상가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지소미아는 분명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현종, 1차장 업무까지 관할하는 광폭 행보

최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행보는 거침없다. 외교뿐만 아니라 남북 등 국방업무 등도 김 차장이 챙기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북한 목선이 강원도 삼척항에 입항한 것과 관련해 책임자인 김유근 1차장에게 엄중 경고한 뒤부터는 1차장실의 무게감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김유근 차장과 박한기 합참의장 모두 강원도 삼척을 관장하는 육군 8군단장을 역임했기에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일하게 봤다”면서 “그러다 보니 지소미아 중단 결정도 김 차장이 주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김현종 차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차장은 조국 법무부 장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개혁인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한 국회 외통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외교부 장관보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관료를 만나는 등 ‘공을 가로채기 위한 행보가  도를 지나쳐 국익을 손상시킬 정도”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은 강 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 차장을 바라보는 외교부의 시선도 곱지 않다. 그가 차관급(안보실 2차장)을 선택한 것을 전략적 후퇴(외교부 장관 임명)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조세영 1차관과 이태호 2차관 모두 과거 외교부에서 통상업무를 담당했다. 조 차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김 차장 밑에서 동북아통상과장으로 일했고, 이 차관은 FTA 지원업무를 맡았다. 정확하게 확인되진 않지만 김 차장이 외교부를 떠날 때 우스갯말로 “I’ll be back(나 돌아올 거야)”이라고 말한 것이 농담인지 진심인지는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면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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