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미래] “대선후보 되려면 신사 아닌 투사 돼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9 10: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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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10인이 스왓 분석한 대권주자 이낙연
풍부한 경륜 강점, 호남 출신은 ‘양날의 검’

‘신사, 관록, 호남, 비문(非文).’

정치인 이낙연을 설명하는 네 가지 키워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판에서 보기 드문 신사다. 촌철살인(寸鐵殺人)마저 온화하게 구사하는 게 그의 장기다. 그렇다고 온순한 모범생은 아니다. 이 총리는 분명 ‘정치 9단’이다. 기자에서 시작해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총리를 거쳤다. 두터운 관록 덕에 날 선 정무 감각을 자랑한다. 호남 출신 정치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파트너’로 일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친문 세력’의 지지를 받는 대권주자는 아니다.

큰 흠결도 없지만 큰 팬덤(fandom)도 없는 정치인 이낙연. 과연 그는 총리를 넘어 대권까지 넘볼 수 있을까. 시사저널은 정치 분야 전문가 10인을 만나 유력 대권후보로 부상한 이 총리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혼란한 정국이 기회 될 수도

이 총리의 가장 큰 강점으로 풍부한 정치 경륜이 꼽힌다. 이 총리는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후 도쿄주재특파원, 논설위원 등을 거치며 21년간 기자로 일했다. 이후 국회의원 ‘배지’만 내리 4번을 달았다. 광역단체장(전남지사)을 경험했고 문재인 정권에서 국무총리까지 됐다. 우리나라 정치판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이 총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경험이 바탕이 돼 안정감 있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정운영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이다. 안정적인 국정관리,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고 있어 상당한 신뢰감을 준다”며 “이 같은 능력은 문재인 정부의 다른 ‘권력 핵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민심을 읽는 데 도가 텄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신사 같은 모습이 지금처럼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이 혼돈과 혼란에 휩싸인 시기에, 이 총리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다”며 “정치 내공과 그간 갈고닦은 정책 총괄 능력을 앞세워 여야 모두에 분명하고도 차분하게 의사를 전달한다. 이는 지금껏 어느 총리에게서도 볼 수 없던 ‘명품 정치’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총리는 절제된 언어의 마술사다. 안정적인 이미지가 그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입법부, 행정부 등을 두루 거쳐 경험의 폭이 넓은데, 이 덕에 정치권에 적(敵)을 많이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리의 옅은 ‘정치색’도 그의 강점이자 향후 대권행보의 기회로 꼽혔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 총리에 대해 “여권 진영에서 가장 균형감 있으면서 이념지향적이지 않은 인물”이라며 “진형 간 대결에 질린 유권자들에게 먹힐 수 있는 강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 총리는 좌우에 치우치지 않는 포용형 리더십을 보여준다. 정치 지도자나 국가 지도자는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총리는) 양 진영에 고정적으로 속해 있지 않은 합리적 층을 설득할 능력을 갖췄다”며 “특히 나라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총리의 중용의 리더십, 통합의 리더십이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과 능력을 고루 갖춘 ‘준비된 지도자’라는 게 정치인 이낙연에 대한 공통된 평가다. 그럼에도 아직 이 총리가 여권을 대표하는 대권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 뒤에는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안티’가 없는 이 총리지만, 동시에 그에게 열광하는 ‘팬덤’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내 주류세력인 친문그룹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탓에 그가 과연 청와대를 벗어나 여의도로 돌아와서도 총리 때와 같은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이 따라붙는다.

 

‘안티’도 없지만 ‘팬덤’도 없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낙연 총리에게 친문의 존재는 기회이자 위협이다. 여권 내에서 친문은 순혈주의가 강하다. 향후 친문 세력은 대선주자를 자신들의 테두리 내에서 고르려 할 것”이라며 “다만 이 같은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는) 상황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재인 정권 인기가 떨어지면 친문 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이 총리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 총리가 호남 출신(전남 영광)이라 여권 대선후보로서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치에서 출신 지역을 논하는 것은 적폐지만, 이 뿌리 깊은 지역감정이 대선 때마다 반복돼서다. 실제 김대중 전 대통령도 호남 출신이라는 한계를 넘기 위해 충청 출신 김종필 전 총리와 손을 잡고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구성하기도 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이 총리는) 당내 조직 기반이 약해 호남 출신 후보라는 점을 어떻게 극복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국 경기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는 “호남에서 (이 총리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 세력이 갈려 있어, 이를 어떻게 통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이 총리가 ‘총리’ 타이틀을 떼는 순간,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까지는 이 총리가 문 대통령에 가린 2인자로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주지 않은 탓에 적도 아군도 불러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명실상부한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신사가 아닌 투사의 모습을 보여야만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으로 돌아와서 이낙연의 정치력을 총선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이낙연의 사람들’을 당선시키는 등 당내 주류가 친문에서 이낙연으로 옮겨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신중한 것은 좋으나, 앞으로는 이낙연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무난하다는 강점 하나로 대권까진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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