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여론조사] 국민 10명 중 7명 “불매운동 이어가야”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0 07:3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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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는 차가워졌고, 가슴은 여전히 뜨겁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갈등이 넉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작된 국민들의 자발적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금세 사그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뒤집고 전방위로 확산됐다. 그리고 불매운동은 아직 뜨겁게 지속되고 있다.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꺼졌던 과거 불매운동과는 다른 양상이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국민들은 대체 어떤 마음으로 불매운동을 진행하고 있는 걸까. 여론의 흐름 기저에는 무엇이 자리하고 있고,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사저널은 불매운동이 한창 뜨겁게 달아오르던 지난 8월초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100일이 지났다. 시사저널은 다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뜨거운 불매운동으로 표출되고 있는 국민 인식과 그 변화의 추이를 파악하고 싶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국민들의 자발적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금세 사그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뒤집고 전방위로 확산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국민들의 자발적 일본 상품 불매운동은 금세 사그라질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을 뒤집고 전방위로 확산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100일 전 여론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불처럼 뜨거웠다. 지금의 여론은 미묘하게 달랐다. 여전히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는 차가워졌다. 100일 전보다 신중해졌고 차분해졌다.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지했고, 불매운동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0일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열기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규제가 계속돼도 우리 경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은 이전보다 냉철한 대응을 주문했다. 100일 전 국민 절반 이상은 정부에 ‘매우 강경한’ 대응을 주문했지만, 이제는 상대적으로 강경하되 보다 신중한 전략을 요구하는 비율이 많이 늘었다. 원칙대로 가되 실리도 취하자는 인식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국민들은 정부가 미국·일본 등과의 외교적 협상 노력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하는 동시에 피해 기업 지원에도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이전보다 강하게 요구했다.

불매운동이 계속 뜨거운 이유의 단초도 찾을 수 있었다. 국민 중 71.3%는 여전히 일본을 위협적인 경쟁국으로 인식했다. 현재 일본이 북한보다 한국에 더 위협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는 국민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이전 조사보다는 일본에 대한 적대적 인식이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이 현재 상황을 여전히 매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매운동 지지한다” 83.2%→78.9%

시사저널이 ‘포스트데이터’에 의뢰해 11월8~10일 전국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지지하느냐’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62.9%였다. “그런 편이다”는 응답률(16.0%)까지 합치면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 응답은 78.9%에 달했다.

이전 조사에서는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라는 응답률은 71.4%와 11.7%로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 응답은 83.2%였다.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도가 다소 줄었는데, 불매운동은 지지하되 그 지지 강도는 한 단계 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별로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각각 8.8%, 11.7%로 조사됐다. 눈에 띄는 점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률이 0.6%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불매운동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이 이미 어느 정도 끝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불매운동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40대(85.9%)에서 가장 높았다. 30대(81.5%), 20대(80.0%), 50대(77.4%), 60대(72.7%) 순으로 전 세대에서 고르게 높은 응답률이 나왔다.

국민들 상당수는 이번 불매운동이 일본 정부를 압박해 태도 변화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었다. 67.1%는 “도움이 된다”에, 27.5%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5.4%였다. 이전 조사에서는 70.9%는 “도움이 된다”고, 23.9%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5.1%였다. 불매운동 열기가 계속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국민 10명 중 7명 이상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불매운동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60.3%였다. “그런 편이다”는 응답률(15.6%)까지 합치면 불매운동에 대한 지지 응답은 75.8%에 달했다. 반대 의견은 23.0%,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1.2%였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그간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판단하고 있을까. “막대한 피해”(16.6%)와 “어느 정도 피해”(47.3%)를 합친 ‘피해 있음’ 응답률이 63.9%로, “별 피해 없음”(23.8%), “거의 피해 없음”(8.0%) 등 ‘피해 없음’ 응답률 31.8%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지점은 국민들이 생각하는 향후 전망 부분이었다. ‘일본 수출규제가 계속될 경우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22.8%로 조사됐다. 이전 조사(8.9%)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대답도 24.6%로 이전(36.4%)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즉 국민들은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가 일정한 타격과 피해를 입었지만, 향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문제 극복을 통해 우리 경제가 더 튼튼해질 것”이라는 대답이 절반(46.9%)에 육박했다.

ⓒ 디자인 차보람

“日 수출규제 계속돼도 별 영향 없다” 8.9%→22.8%

국민들은 일본 정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줬다.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매우 잘한다”는 대답은 36.9%에 달했다. “잘하는 편이다”는 응답률(23.0%)까지 합치면 국민 10명 중 6명(59.9%)은 정부의 대응을 지지해 줬다. “별로 잘하지 못한다”(20.5%), “전혀 잘하지 못한다”(17.6%) 등은 38.1%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2.0%에 그쳤다.

향후 일본에 대한 정부 대응을 놓고 ‘강경론’과 ‘신중론’이 맞서는 가운데 시사저널 조사에서는 강경론이 62.1%의 응답률로 신중론(37.1%)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이전 조사에서 강경론(65.7%)과 신중론(33.3%)의 격차는 32.4%포인트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그 격차가 25.0%포인트로 다소 줄었다. 이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경제보복으로 받아들이면서 매우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던 국민들의 태도가 ‘강경하지만 신중한’ 입장으로 다소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매우 강경하게”란 응답률은 이전 조사에서는 51.9%였지만 이번에는 39.5%로 조사됐다. 반면 “조금 강경하게”란 응답률은 22.6%로 이전(13.7%)보다 늘었다. “조금 신중하게”라는 응답률도 21.8%로 이전(18.2%)보다 증가했다.

일본과의 갈등 국면에서 정부가 가장 주력해야 하는 부분으로는 ‘내부 단합 등 국민 통합’이라는 의견이 31.1%로 가장 높은 응답을 기록했다. 이전 조사(40.3%) 때보다는 응답률이 낮아졌다. 반면 “피해 기업 지원 등 영향 최소화”(22.0%→23.5%), “미국과의 협의 등 외교적 노력”(18.9%→22.0%), “일본과의 협상 노력”(16.2%→19.1%) 등의 응답률은 이전 조사 때보다 모두 상승했다.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정부는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시민들의 주문이 이제는 ‘고차 방정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올해 안에 해결될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내년 상반기’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 응답은 각각 29.0%와 19.8%를 나타냈다. 반면 ‘그 이후까지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응답은 36.6%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8%로 조사됐다.

“일본은 위협적인 경쟁국” 79.7%→71.3%

우리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은 여전히 일본을 ‘위협적인 국가’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이 ‘우호적인 동맹국’이라는 응답률은 18.9%에 그친 반면 ‘위협적인 경쟁국’이라는 응답률은 71.3%를 기록했다. 이전 조사에서는 각각 13.8%, 79.7%의 응답률이 나왔다. 두 응답률의 차이가 65.9%포인트에서 52.4%포인트로 줄긴 했으나 여전히 상당수 국민들은 일본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가 높았다.

아울러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지금 일본을 한국에 북한보다 더 위협적인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일본이 북한보다 한국에 더 위협적인 국가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런 편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28.1%와 29.9%로 전체 응답의 절반을 넘었다. 반면 “별로 그렇지 않다”(24.1%)와 “전혀 그렇지 않다”(13.4%)고 응답한 비율은 37.5%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는 무선 RDD(무작위 임의걸기) 방식에 의한 ARS 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5.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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