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다크호스 30대, 강북 재개발로 몰린다
  • 노경은 시사저널e 기자 (rke@sisajournal-e.com)
  • 승인 2019.12.10 07:30
  • 호수 157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축은 비싸고 청약 커트라인 높아 부담… 재개발 지역 ‘뚜껑매물’에 주목

30대들이 서울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강북의 재개발 지역 분양권이다. 이유는 많다. 일단 청약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분양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통제한다 해도 당첨 가점 문턱이 70점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사회 초년생인 30대 입장에서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미 지어진 신축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끝자락인 노원구 상계동같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의 전용 84㎡(구 33평)도 10억원 수준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올해 초 국세청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287만원이라고 발표한 점에 견줘보면 약 30년간 소비 없이 번 돈을 꼬박 모아야 상계동의 신축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모로부터 거액을 증여받지 않고서야 보통의 직장인으로선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 금액이니 구옥 등을 매입해 조합원 입주권을 획득하는 것이다. 30대들의 강북 재개발행 분양권 사수는 다른 투자 대안이 사라지면서 결정한 마지막 선택지인 셈이다.

청약이나 신축 아파트 매입에서 소외된 30대가 최근 강북 재개발 지역의 분양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강북 길음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시사저널 이종현
청약이나 신축 아파트 매입에서 소외된 30대가 최근 강북 재개발 지역의 분양권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강북 길음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 시사저널 이종현

‘집값 더 오를 것’ 전망에 분주해진 30대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전 연령대를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아파트 값 오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주택시장의 주된 수요층인 40대가 아닌 30대가 서둘러 사들인 것이다. 결혼자금 등으로 모아둔 돈이 많지 않을 법한 30대가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방법은 대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가 금융통계시스템에 공개한 연령구간별 대출금액 및 잔액현황을 보면 가장 최근 데이터인 올해 5월을 기준으로 전체 대출금액의 51%를 30대가 차지한다. ‘부동산은 자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과 3기 신도시 건설계획 등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가파른 집값 오름세에 불안감을 느낀 30대가 대출을 받아 집을 매입하고 있다.

이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강북 재개발 지역의 구옥을 사들이는 것이다. 통상 재개발조합은 사업이 일정 궤도까지 올라오면 외부에 의뢰해 구역 내 조합원이 보유한 각각의 주택에 대해 감정평가액을 매기는 절차를 밟는다. 주택의 경우 대지 지분과 건물분 가격을 합해 책정한다. 이와 함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신축 후 보유할 아파트 평형수를 신청받는다. 그리고 조합원이 구옥의 감정평가액과 신축 분양가격 간 차액을 추가분담금으로 납부하면 온전히 신축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감정평가액 5억원인 구옥을 보유한 A씨가 신축 후 분양가 7억원 상당의 전용 84㎡ 아파트를 신청한다면 추후 2억원을 내면 된다. 그런데 통상 같은 아파트라 하더라도 조합원 대상의 3.3㎡당 분양가는 일반분양가의 60% 수준으로 저렴하게 책정된다. 일반분양에 당첨된 아파트도 서울의 경우 웃돈이 최소 5억~10억원씩 붙는 마당에, 일반분양 가격보다도 40%나 저렴한 수준의 조합원 분양가에 신축 아파트를 소유하게 되는 것은 현 청약제도에서 당첨 가점이 낮아 소외된 30대엔 시세차익이 큰 만큼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 균형발전을 이유로 1조원 투입을 약속하는 등 힘을 실어주는 것도 호재로 작용한다. 특히 뚜껑매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뚜껑매물이란 대지 지분과 구옥으로 구성돼야 할 주택이 대지 지분 없이 뚜껑에 해당하는 건물만 있는 상태를 지칭한다. 이는 과거 이주민 등이 시유지 등에 무허가로 지은 주택이 다수로, 관악구 신림동이나 노원구 상계동 등에 대규모로 밀집돼 있다. 감정평가상 대지 지분은 없으니 허름한 건물분만 평가받게 되는데 평가액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게 일선 공인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거래가액은 수억원을 웃돌고, 그나마 매물로 나오기 무섭게 계약이 이루어진다. 초기 투자금액이 소액이기 때문에 자금이 넉넉지 않지만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매입하려는 30대가 주로 사들인다. 실제 서울의 재개발 지역 전문 공인중개법인에 따르면 동대문구 제기4구역 10평 건물의 뚜껑매물은 최근 3억8000만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건물 가격을 1000만원으로 책정하더라도, 추후 분양받는 평형의 분양가 전액을 추가분담금으로 납부해야 하니 웃돈만 3억7000만원인 셈이다. 제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서로 못 사서 안달이지 웃돈이 비싸다고 주저하고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사업 절차를 더 빨리 진행해 입주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청량리7구역 같은 경우 웃돈 4억원을 주겠다는 매수자가 있는데도 매물이 없어 못 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뚜껑매물 입주권 부여 꼼꼼히 살펴야

분양상담사가 각종 절차를 설명해 주는 것과 달리, 각 조합이 처한 상황과 조합원 개개인의 지분 등 여건이 모두 다른 만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게 일몰제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일정 기간 사업에 진척이 없는 정비구역을 시·도지사가 직권으로 구역 해제하는 제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토지 등 소유자가 정비구역 지정일로부터 2년간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거나, 추진위가 2년간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는 경우 정비구역 지정권자가 해당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내년 3월 일몰제 적용시한에 걸리는 서울 시내 재개발 사업지는 총 18곳에 달한다. 통상 사업 절차가 늘어지는 곳의 입주권이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에, 가격이 낮다고 무턱대고 매입했다간 목돈이 묶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업진행 절차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뚜껑매물 역시 조심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1981년 12월31일 이전에 지어진 건물 등으로, 관할구청에서 무허가 건물확인원이 발급 가능한 매물이 아닌 경우 추후 입주권을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서울 북아현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여의도, 광화문 등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은 아현동 입지 특성상 30대들이 주로 많이 매입하는데 특히 자금력 등을 이유로 저렴한 뚜껑매물을 많이 찾는다. 저렴하게 나왔다고 무턱대고 매입하지 말고 꼼꼼히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