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우중 “나는 한 번도 돈 벌기 위해 사업한 적 없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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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면에 든 ‘샐러리맨의 우상’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거 시사저널 인터뷰 조명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었다. 만 30세에 5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세운 회사가 재계 서열 2위로 우뚝 섰다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기까지 고작 32년이 걸렸다. 지난 12월9일 83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삶이었다. 

1998년 9월10일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1998년 9월10일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시사저널 임준선

‘샐러리맨의 우상’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한 김 전 회장. 그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한 적이 없다” “돈 보다 일을 벌이며 얻는 성취감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2017년 3월8일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다. 대우그룹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자리였다.

과거 인터뷰에서 김 전 회장은 “지금 한국 사회에 강조하고 싶은 건 ‘기업가 정신’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기업가 정신’이 사라져선 안 된다”며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이 2~3세대로 넘어오면서 없어지는 게 아쉽다”고 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월22일 열린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3월22일 열린 ‘대우그룹 창립 46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전 회장이 강조한 ‘기업가 정신’은 곧 ‘세계경영’을 의미했다. 그는 “당시 많은 건설사들이 중동에 진출할 때 대우는 리비아나 수단 등 아프리카 쪽을 우선 공략했다”며 “세계경영을 계속적으로 한국 기업들에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이나 현대가(家)의 2세대 경영인들에게 쓴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창업할 때 기업하는 사람들은 나의 발전과 국가의 발전을 연결 지어 생각했지만 지금 2~3세대(경영인)는 자기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만 기업을 경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재계 젊은 총수들에게 조언한다면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은 한국 대기업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김우중 前 대우그룹 회장 © 시사저널 이종현

대우그룹이 해체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김 전 회장은 여전히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한국 대기업 중에서 ‘희생’을 강조한 회사는 대우밖에 없었다”면서 “대우가 없어지면서 가장 안타까운 게 대우라는 브랜드 가치가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됐다”는 소회를 밝혔다.

또 ‘만약 50년 전 창업 시기로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한 적이 없다”며 “어떻게든 회사 경영을 잘하려고 했지 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 사람을 잘 키우면 모든 것이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가운데)의 주도로 인재를 키우는 글로벌 청년사업가 프로그램  ⓒ 대우세계경영연구회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가운데)의 주도로 인재를 키우는 글로벌 청년사업가 프로그램 ⓒ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람’을 중요시하는 김 전 회장의 철학은 머나먼 타국에서도 이어졌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수감돼 2008년 사면된 뒤 베트남으로 떠나 인재 양성에 힘썼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글로벌 청년 인재 양성 사업을 시작하면서다. 그는 “청년들이 잘돼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면서 “그중에서 ‘제2의 김우중’이 나오지 말란 법이 있나”라고 자신감에 찬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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