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 있다면 베르나르처럼 실컷 빠져보자”
  • 조철 북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5 11: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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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평전 펴낸 프랑스 작가 다니엘 이치비아

“때는 1961년 초여름. 타고난 천재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생의 무대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그러니까 아직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남달랐다. 훗날 베르나르는 어머니의 자궁 속에 머물렀던 수정란 시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주홍색의 배경, 무엇인가 울려 퍼지는 소리, 심장박동 소리, 기분에 따라 출렁이는 소화기관의 움직임을 기억하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기 3개월 전, 아직 어머니의 배 속에 있던 베르나르의 귀에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쇼팽과 드뷔시의 피아노곡이었다.”

프랑스 전기작가 다니엘 이치비아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평전을 펴냈다. ‘나는 왜 작가가 되었나’라는 부제를 단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은 한국에 많은 독자를 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저자는 베르나르를 직접 인터뷰하고 주위 사람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이 책을 썼다. 학교 과제로 인간의 몸을 타고 오르는 벼룩 이야기를 써서 선생님을 놀라게 한 안경 쓴 꼬마 베르나르부터 《고양이》 후속편을 준비하는 최근까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이 모두 담겨 있다. 최고의 작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베르나르를 만나볼 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예미 펴냄│352쪽│1만6000원 ⓒ 예미 출판사 제공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생소설》 다니엘 이치비아 지음│예미 펴냄│352쪽│1만6000원 ⓒ 예미 출판사 제공

“예지자? 통증 이겨내기 위해 글쓰기 시작해”

“베르나르의 이야기에서 우리가 기억할 것은 무엇일까? 베르나르는 어떤 인물일까? 선구자, 혹은 대담한 예지자? 무한한 상상력을 지닌 이상주의자? 베르나르는 사람들에게 소설이라는 형식을 이용해 길을 알려주는 가이드로 기억되고 싶어 할 것이다. 베르나르의 이야기들은 우리로 하여금 한발 물러서서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창의력이 뛰어나 어릴 때부터 눈길을 끈 베르나르가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한 이유가 ‘등 통증’ 때문이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어느 날 아침 베르나르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등이 아파 도무지 걸을 수가 없어 지팡이를 짚고 학교에 가야 할 정도였다고. 의사 여러 명을 찾아갔지만 하나같이 고칠 방법이 없다고만 했다.

“어린 베르나르는 물리치료사가 고안한 자세교정 요법, 주사치료, 에센셜 오일 요법, 항염증제 투약, 소금주사 요법, 침술 등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다. 담당의사가 아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을 테스트하겠다고 말할 때마다 베르나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많지 않았다. 독한 항염증제로 위에 구멍이 뚫릴까봐 적당한 양만 복용하겠다는 선택 정도였다. 베르나르다운 매력적인 발상이었다.”

결국 미래의 작가 베르나르는 스스로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냈다. 그 치료법은 바로 글쓰기였다.

“불행한 처지라는 생각이 들 때는 등이 계속 아팠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분이 우울할 때는 짧은 이야기를 썼죠. 그러면 훨씬 나아졌습니다. 그래서 글쓰기 치료법을 생각한 것입니다. 혼자서 심심할 때는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무작정 글을 쓰고 작은 삽화를 그렸습니다. 저는 이것을 글쓰기 테라피라고 부릅니다.”

베르나르는 소설이 현실의 고통을 잊게 해 준다는 것도 일찌감치 깨달았다. 평생 등 통증에 시달린 베르나르는 신나게 글을 쓸 때만은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훗날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그는 하루 종일 영화 현장에서 작업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면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파피용》 집필에 몰두했다고도 한다.

 

“다양한 사건들 다 보고 나서 진실 따지는 성격”

“인간이 사는 세상,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전개해 나가지만, 여기저기서 작용하는 것은 직관이다. 진실이라는 가치를 갖추려면 건너야 할 큰 바다가 있다. 하지만 베르나르는 이들과는 다르다. 그는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씩 보고 나서 진실인지 따져보는 성격이다. 여기서 한 가지는 기억하자. 베르나르는 진실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채식주의자였으며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베르나르는 태극권을 연마하고 명상을 즐기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신비주의 체험에 나서기도 하는데, 이들은 모두 그의 환상적인 작품세계로 연결된다. 저자는 작가로서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에게 영향을 준 모든 것들을 빠짐없이 옮겨놓았다. 어린 시절의 사소한 경험들, 잡지사에서 겪은 일은 물론 사랑과 이별 등 개인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작가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교차되며 우리로 하여금 위대한 작가이자 한 인간인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베르나르는 쥘 베른도 동시대 사람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다가 나중에 긍정적으로 재평가됐다는 말을 종종 한다.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반 고흐, 폴 고갱, 에드거 앨런 포, 모딜리아니도 그랬다. 그러니 우리도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베르나르처럼 실컷 빠져보자. 먼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 아닌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2016년 교보문고에서 조사 발표한 ‘최근 10년간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판매량 집계 결과’ 1위에 올랐다. 당시 한국에 상륙한 《제3인류》의 인기 덕분이었다. 저자는 이렇게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베르나르의 작품들이 어떤 배경에서 탄생하게 됐는지 그의 육성을 그대로 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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