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부활의 신호탄’ 쏘나
  • 이장수 전 산업은행 여신팀장·경제학박사 (ls@sisajournal.com)
  • 승인 2020.01.09 16:00
  • 호수 1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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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줄줄이 착수…하반기 이후부터 반등 전망

최근 유례없는 한파가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과 일본의 경제 보복,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대외 변수로 인해 무역 환경이 크게 위축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세계경제가 성장을 멈추고 동반 하락하기 시작했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성장률 하락과 수출 감소, 투자 정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위기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하지만 정부는 속 시원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제 등을 중심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현실과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아무리 이론적인 토대가 탄탄해도 복잡한 경제구조에서는 실효성 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다 유연성 있는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효성 있는 방향 전환으로 경제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이 무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수출이 무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가운데,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 있다. ⓒ 연합뉴스

실효성 있는 경제정책 시급

재정 확대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양적완화(QE·Quantitative Easing)를 통해 경기부양을 이끌어왔다. 일본도 대규모 재정 확충을 통해 건설 경기 등을 부양하고 있다. IMF는 한국 역시 경제 회복을 위해 재정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물론 국가 재정의 확대를 추진하면 부채가 증가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부채보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를 우선시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제조업은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 세계적인 공업 강국이 되는 기초가 됐다. 하지만 최근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설비(제조업) 투자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10년간 설비(제조업) 및 건설 투자 증감률을 보면 2017년에는 설비(제조업) 투자가 15.9% 증가했다. 하지만 2018년에는 수출 부진과 소비 위축으로  2.7% 감소세로 전환했다. 인건비와 공장 설립 비용 증가 등으로 해외 이전이 대폭 증가하면서 국내 제조업 분야의 기초가 흔들린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건설업 투자 역시 2017년 10.9%에서 2018년 –1.3% 등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감소세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양적완화(QE)와 세제 혜택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건설업의 경우 우선순위로 정책을 시행하면 투자 효과를 단기간에 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1970년대에 경부고속도로 공사를 시작하면서 기간산업인 자동차·철강·조선 산업의 발전 토대가 된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거쳐 건설·제조업이 살아나면 소비·소득도 함께 증가해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일부 반등이 예상된다. 최근 경제정책이 실질적으로 전환되면서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증가한 점이 우선 주목된다. 2018년에는 SOC 예산이 전년 대비 14.1% 감소했으나, 올해는 17.2% 증가한 23조2000억원이 반영돼 건설 경기 회복이 예상된다.

대규모 프로젝트도 잇달아 발표됐다. 용인 SK하이닉스의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10년간 약 120조원), 현대·기아자동차의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설(총 투자비 약 3.7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이 건물의 착공이 시작되면 연관 효과가 커서 건설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공항의 4단계 확장공사(총 투자비 4.8조원), 제3기 신도시 건설 추진(30만호 건설), 기타 GTX(광역급행철도) 등도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다. 이처럼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추진으로 그동안 부진했던 건설 경기가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경기는 경기 회복에 직접적이고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역대 정권이 건설 경기를 부양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결국 건설 경기 부양이 경기 회복에는 가장 우선적이며 효율성이 높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제 회복을 위한 충격 요법도 필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만이 제조업이고 그 외에는 전부 토목, 건설 분야라는 점도 눈에 띈다. 대규모 투자 중에서 제조업 투자는 시장 규모, 인건비, 기술 등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에 꺼리게 된다. 반면에 건설 투자는 공급자와 구매자 사이의 네트워크가 일치되는 경우가 많아 제조업보다는 쉽게 추진할 수 있다.

침체된 경제에서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충격 요법도 필요하다. 1990년대 초 분당·일산 등의 아파트 200만호 건설 추진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규모 건설 추진은 경제 활황에 대한 분위기 조성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2015년 시작된 동탄 지역 아파트 건설도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몇 년 전부터 동탄 신도시가 완료되면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조업이 아닌 건설 및 SOC 분야를 통해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건설 경기도 그에 필요한 원자재 등 일정 부분은 제조업 분야여서 제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대규모 국가 공단이나 산업단지 추진도 필요하고, 이에 부수적으로 대기업의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 혜택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30년 전만 해도 소규모 공장만 있었던 충남의 북부 지역인 천안, 아산, 당진 등에 세제 혜택을 주면서 수도권 분산 정책을 시행한 결과 현재는 많은 공장을 유치해 인구 증가와 함께 대규모 공업지역으로 변모했다.

세제 지원 내용으로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공장을 이전하면 5년간 법인세를 전액 면제해 주고 이후 5년간은 법인세를 50% 감면하는 정책 시행으로 공장 이전과 설립을 유도해 지역의 균형발전과 함께 경기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됐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경제 회복을 위한 과감한 경제정책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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