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군 경찰’ 해군 헌병 前 단장도 ‘전관예우’ 의혹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02.13 10:00
  • 호수 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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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한 기업 수주 위해 ‘인증서’까지 요구

해군 헌병단장이 전역 후 사기업에 재취업해 군(軍) 인맥을 동원하는 방식으로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보안설비 수주를 따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군 헌병단장이었던 A 전 대령은 입찰 과정에서 해군 간부들과 다방면으로 접촉한 것은 물론 해군 헌병단에 자신이 재취업한 기업의 제품이 ‘뛰어나다’는 식의 인증서를 발급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헌병은 최근 ‘군사 경찰’로 명칭을 바꾸기까지 했는데, 비리를 단속해야 할 곳에서 ‘전관예우’가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A 전 대령은 “진해기지사령부 시설단장 등 후배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과 관련한 어떠한 청탁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해군 헌병대 ⓒ 연합뉴스
해군 헌병대 ⓒ 연합뉴스

A 전 대령은 2019년 초 전역한 직후 보안설비 등을 제작하는 B업체 상무로 재취업했다. B업체와 B업체의 모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C업체는 남편-아내-아들이 대표와 임원을 맡고 있는 친족기업이다.

2019년 진해기지사령부(진기사)에서는 고속침투 차단시설인 ‘로드 블록’ 설치 사업을 진행했다. C업체 역시 이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해군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A 전 대령은 입찰 과정에서 진기사 헌병전대장, 시설전대장, 해군 헌병단 중앙수사대장 등을 접촉했다. 이 외에도 해군 헌병단 소령급 장교를 대상으로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해군 내부 관계자는 “전형적인 ‘전관예우’ 행태다. 어떤 민간인이 군 부대를 자유롭게 출입하고, 지휘관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단 말인가”라면서 “헌병전대장의 경우, 시설 규격을 결정하는 ‘부대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입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C업체는 A 전 대령을 통해 엄청난 특혜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해군본부 관계자는 “A 전 대령이 일부 지휘관 등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확인 결과, 입찰과 관련한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 전 대령은 입찰을 따내기 위해 군 고위 관계자에게 이른바 ‘품질 인증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해군 내부 관계자는 “A 전 대령이 해군 헌병단 중앙수사대장에게 ‘C업체에서 설치한 로드블록이 해군 기지의 경계태세 강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인증서를 요구했다”면서 “이는 공문서 위조에 해당할 수 있는 중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해군본부 측은 “A 전 대령이 이와 같은 문서를 요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실제로 발급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C기업은 결국 로드블록 사업을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A 전 대령 덕분에 C기업이 입찰을 따냈다는 말이 파다했다. 이후 해군 내에서 A 전 대령과 C기업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지만, 해군 헌병대가 ‘전관예우’ 때문에 전임 단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해군 내부 관계자는 “A 전 대령이 현역에 있을 때부터 재취업을 바라고 이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해군 헌병단이 A 전 대령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전임 단장에 대한 전관예우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엄중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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