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 “연기와 점점 사랑에 빠지고 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3.14 14:00
  • 호수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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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2》의 라이징 스타 안효섭

안효섭은 지금 가장 핫한 라이징 스타다. 그는 tvN 드라마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 2》(2015)로 데뷔했다. 이후 조연에서 주연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지상파 드라마의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무엇보다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에서 대선배 한석규를 상대로 ‘튀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무난히 잘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를 끝낸 소감이 어떤가.

“애초에 제가 이 작품에 합류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돌담병원 식구들과 특히 한석규 선배님과 호흡한다는 것 자체가 떨리고 설레었거든요. 이 좋은 작품에 내가 함께하게 되다니, 드라마가 끝난 지금 생각해도 벅차요. 동시에 혹여 제가 드라마에 누가 될까봐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시작 전에는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힘들었는데 막상 시작하니 고민이 줄더라고요. 일단 시작하면 시간이 흐르잖아요. 개인적으로 ‘우진’을 연기하면서 저 역시 성장한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꽤 잘 해냈다. 자신감을 얻은 순간이 있었을 것 같다.

“자신감을 얻은 순간이라기보다는 ‘이제 자신감을 가져도 될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적이 있어요. 저는 항상 제가 부족하다고 느끼며 연기해요. 스스로에게 인색하고 엄한 편이거든요. 주변에서 격려와 응원을 많이 해 주셔서 자신감을 조금 가져볼까도 했는데, 여전히 갈 길이 멀더라고요.”

 

조금은 어두운 천재 의사 캐릭터 역할이다. 어떻게 해석했나.

“우진이가 쉬운 삶을 살아온 친구는 아니기에 그가 겪은 일들을 상상하며 캐릭터를 그려 나가야 했어요. 무엇보다도 제 자신을 의사라고 믿게끔 하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8년 차 의사는 현실에선 최소 서른두 살이에요. 누군가는 12년 동안 쌓아온 것을 저는 두 달 안에 해내야겠기에 실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어떻게 보내는지 관찰하고, 수술대라고 상상하고 고기를 자르는 연습과 실로 꿰매고 연습을 수없이 반복했어요. 의학용어를 일상어처럼 쓸 수 있어야 하기에 무조건 달달달 외웠고요.”

 

안효섭이기에 잘 표현한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우진이는 벽이 있는 인물이에요. 세상에 대한 불신, 행복을 믿지 않는 시니컬한 성격, 자신만의 뚜렷한 선…. 저 역시 쉽게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또 저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서 자기 일만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고독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외딴섬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제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어요.”

 

초반에 시청자들에게 드라마를 보면서 낭만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작 본인은 낭만을 찾았나.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낭만을 찾았다기보다 작품 이후 낭만을 즐기고 있어요. 촬영하는 동안 잠과 밥이 참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그래서 촬영이 끝난 지금 집에서 고양이랑 놀면서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어요. 제가 집돌이예요. 원래 정적인 편이라 집에 있으면 며칠 동안 말도 안 해요. 나름의 낭만을 찾은 것 같아요.”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찾아보고 싶은 낭만은 없나.

“찾고 싶은 낭만보다도 어떠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생각을 좀 더 낭만적으로 해 볼 순 있을 것 같아요. 계산적이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걸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인식 감독님의 기억에 남는 디렉션이 있었나.

“감독님은 정말 현명하고 인자하세요. 제겐 최고의 감독님이셨어요. 한석규 선배님과 비슷하게 늘 웃는 얼굴이시기도 해요. 저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는 게 느껴져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했어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커트하고 특유의 억양으로 ‘직이네!’라고 하면 정말 좋은 거예요. 근데 그 말을 자주 하진 않으세요. 그래서인 그 칭찬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옆에서 본 한석규는 어떤 배우인가.

“원래 팬이었는데 더 짝사랑하게 됐어요. 현장에서 가장 열심히 하시고, 늘 새로운 걸 찾으세요. 좋은 아이디어를 후배들과 공유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 모습이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간혹 안주하시는 선배님들도 보고 연기를 일처럼 하시는 분도 봤어요. 한데 선배님은 연기를 정말 사랑하는 게 느껴져 선배님과 함께한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뜻깊었어요. 인터뷰라서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요(웃음).”

 

러브라인 이성경과의 호흡은 어땠나.

“사실 처음에는 저와 결이 다른 사람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좀 어색했어요. 저는 갇혀 있는 사람인데 성경씨는 적극적인 사람이었거든요.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근데 우리의 어색함이 오히려 극 중 은재와 우진의 서사에는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서먹한 관계이기 때문에 연기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됐고, 그래서 일부러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았어요. 물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친해졌지만요. 성경씨는 책임감도 있고 상대를 잘 챙겨주고 늘 에너지가 넘쳐요. 제겐 너무나 좋은 동료였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은 뭔가.

“연기를 대하는 자세요. 배운 건 너무 많은데 큰 알맹이로 얘기하면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특히 한석규 선배님을 보면서 많이 느꼈는데, 이 장면 하나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생각을 했는지가 느껴져 존경스러웠어요. 순간적인 몰입도가 정말 대단하세요. 큐 사인이 도는 순간 김사부 그 자체로 변하는 선배님을 보면서 집중도가 너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꼈어요. 연기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선배님들 덕분에 저 역시 연기와 점점 사랑에 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한석규 선배님이 해 주신 말씀이 생각나요. 안주하면 그 자리에 멈추는 게 아니라 퇴보한다는 말요. 안주하지 않고 늘 꾸준히 뭔가를 찾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계속 배우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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