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시대] 임영웅, 국민가수의 길을 가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6.06 14: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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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브랜드 평판에서 BTS 이어 2위…《미스터트롯》 7대 가수 떴다 하면 ‘시청률 대박’

이제 막 오디션 프로그램을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을 뿐인데 벌써 ‘국민가수급’ 인기를 누리는 가수가 있다. 바로 《미스터트롯》 진 임영웅이다. 그는 4월 가수 브랜드 평판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팝스타로 국가영웅 수준의 특별한 존재다. 임영웅의 위상이 바로 그 뒤를 잇는다는 것이다. 5월 1주 차 아이돌차트 평점 랭킹에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1위 강다니엘, 2위 방탄소년단 지민, 3위 방탄소년단 뷔, 그리고 임영웅이다. 트로트 가수가 아이돌 평점 순위에 올라간 것 자체가 놀라운 사건이다. 그야말로 국민가수급이기 때문에, 인기의 저변이 워낙 넓다 보니 아이돌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TV조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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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와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라

임영웅을 비롯한 《미스터트롯》 7대 가수들은 지금 방송가 시청률 ‘어벤져스’다. 임영웅, 장민호, 이찬원, 정동원이 출연한 올리브TV 《밥블레스유 2》는 최근 1.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전 주 시청률 0.4%에서 무려 4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이었다. 7대 가수가 모두 출연한 JTBC 《아는 형님》의 시청률은 15.5%로, 평소 대비 2배 상승했다. 해당 프로그램 사상 최초로 10%를 돌파했다. MBC 《끼리끼리》는 평소 시청률이 1%대 초반이었는데, 임영웅과 영탁이 출연하자 2.8%로 올랐다. 임영웅과 《미스터트롯》 멤버들만 출연하면 시청률이 최소 2배 이상 뛰는 마법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스터트롯》 이후에 편성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가 20%대 시청률을 올리기도 했다. 《미스터트롯》의 시청률 35%는 거의 판타지 수준의 기적 같은 수치였고, 《사랑의 콜센타》가 올린 20%대 시청률도 요즘 예능 분위기에선 대단히 놀라운 기록이다. 가히 방송가 블루칩이라 할 만하다.

임영웅 인기의 가장 큰 원인은 실력이다. 기존 오디션 수상자들 중에선 개인 사연이 투표로 이어져 우승에 영향을 미친 경우가 있었는데, 임영웅은 노래 실력으로 팬덤을 일으키면서 1위 자리에 올랐다. 《미스터트롯》 1회 때 유소년부, 직장인부 무대에 이어 현역부 첫 주자로 등장했다. 앞선 무대에서 워낙 신선하고 충격적인 공연이 이어졌기 때문에 현역부로선 긴장될 수밖에 없고,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진 상황이었다. 오디션에선 새 얼굴을 기대하기 때문에 이미 데뷔한 현역부에 대한 느낌도 부정적인 쪽에 가까웠다. 하지만 임영웅은 노사연의 《바램》을 완벽하게 부르면서 시청자의 눈높이를 뛰어넘고 현역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걷어냈다. 그 자리에 있던 노사연이 기립박수를 치고 김준수가 눈물지을 정도의 호소력이었다.

그때까지는 ‘역시 현역이라서 노래를 안정적으로 부르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는데, 본선 3차 기부금 팀미션 에이스전에서 그 이상이라는 걸 증명했다. 팀 순위가 떨어져 팀원들의 생사가 에이스인 임영웅의 무대에 걸렸다. 그런 순간에도 긴장하지 않고 여유 있게 가창했다.

TV조선 《미스터트롯》의 본선 3차 기부금 팀미션에서 임영웅은 ‘역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TV조선 화면캡처
TV조선 《미스터트롯》의 본선 3차 기부금 팀미션에서 임영웅은 ‘역시’라는 찬사를 받았다. ⓒTV조선 화면캡처

쥐어짜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였다. 이 노래는 잔잔한 분위기가 길게 이어져 지루할 수 있고, 임팩트를 줘야 하는 오디션에선 불리한 면도 있었다. 그 잔잔한 노래마저 임영웅이 부르니 감정의 동요가 일어났다. 시청자들을 눈물짓게 한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지만 이런 현상은 드물었다. 임영웅이 역대급 싱어라는 걸 알린 순간이다.

그 후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졌다. 임영웅이 부르면 노래가 달라졌다. 준결승 레전드 미션에서 설운도의 《보랏빛 엽서》를 부르자 설운도가 “제 노래가 이렇게 좋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했다. 이때 우승은 사실상 결정됐다. 당시 설운도는 “저는 이렇게 감정을 담아 부르지 못했다. 오늘 이후로 이렇게 가슴 찡하게 부르겠다”고 했다. 그만큼 임영웅이 감정을 애절하게 전달했다는 뜻이다.

감정을 애절하게 전달한다고 해서 힘을 준다는 뜻이 아니다. 임영웅은 일반적인 오디션 도전자처럼 열창하며 쥐어짜지 않았다. 요즘은 담담하게 말하듯이 노래하는 게 높이 평가받는 추세다. 바로 임영웅이 그렇게 노래했기 때문에 세련되고 수준 높게 느껴진다. 깊은 인상을 줘야 하는 오디션 무대에서 그런 스타일을 지키는 것에선 신인 같지 않은 뚝심이 느껴진다. 그런데 그런 담담한 가창에 시청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신묘한 일이 발생했다.

담담하게 부르지만 완급조절, 적절한 힘의 배분 등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여 감정을 고조시킨다. 열창 힘자랑을 안 해도 소리가 정확히 전달될 정도로 힘이 있다. 팀미션에서도 임영웅이 부르는 순간 무대를 찢고 나온다는 느낌이 있을 정도로 힘이 있었다. 그런 목소리로 섬세하고 애절한 감성을 표현해 가슴 저미는 느낌을 전해 준다. 결승전에서 부른 《배신자》도 원래 그렇게 슬픈 노래가 아닌데 임영웅이 부르니 눈물이 났다. 거의 인간 감정증폭기 수준이다. 그가 부르면 기존 노래가 명곡으로 재탄생했다.

오디션 이후 진행된 TV조선 《사랑의 콜센타》에서도 이런 가창력으로 줄줄이 명곡을 탄생시켰다. 이 프로그램에서 임영웅의 가창력이 새삼 증명되기도 했다. 전화 연결된 시청자의 신청곡을 즉석에서 노래방 기계 반주로 부르는 것이었는데, 임영웅은 어떤 노래도 마치 스튜디오에서 녹음이라도 하듯 안정적으로 불렀다. 이런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팬들이 임영웅을 트로트 ‘영웅’이라고 하는 것이다.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이 3월19일 팬들의 환호 속에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했다. ⓒ뉴스1
《미스터트롯》 우승자 임영웅이 3월19일 팬들의 환호 속에 《박명수의 라디오쇼》에 출연했다. ⓒ뉴스1

‘감성 장인’에서 ‘슈트 장인’으로 이미지 변신

애절한 분위기만 있는 건 아니다. 본선 1차 팀미션 ‘댄싱퀸’에선 잔망스러운 골반 튕기기와 윙크 끼부림을 선보였다. 중반에 실연당하고 침울해 있다가 격려 한마디에 바보처럼 웃는 표정으로 무대에서 코믹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본선 3차 기부금 팀미션 ‘뽕다발 메들리’에선 흥이 넘치는 관광버스 댄스 트로트도 여유 있게 소화했다. 중반에 브레이크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결승전 당시 목 부상으로 직전까지 보호대를 찼음에도 댄스곡인 《두 주먹》을 격렬한 안무와 함께 소화했다. 쇼에 능한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이야기다. 오디션 이후 예능에선 최신 팝송을 리드미컬하게 부르기도 했다.

임영웅은 축구, 태권도 등을 섭렵한 스포츠 마니아이기도 하다. 체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이러면 예능에도 적응하기 쉬울 것이다. 요즘식 예능 분위기와도 잘 맞는다. 과거엔 무조건 겸손해야만 했는데 요즘은 어느 정도 솔직하게 자신이 잘난 것도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으스대면 거만하다고 역풍을 맞는다. 그래서 선을 잘 지켜야 하는데 임영웅이 바로 그렇다. 자신이 《미스터트롯》 진이고 인기가 많다는 걸 약간 드러내면서도 기본적으론 겸손하다. 이런 것도 호감이 생기는 이유다.

외모도 뛰어나다. 처음 별명이 ‘감성 장인’이었는데, 요즘 ‘슈트 장인’이라고도 불린다. 182cm의 ‘기럭지’로 탁월하게 옷을 소화하기 때문이다. 실력, 끼에 외모라는 자산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스타성이 범상한 수준을 넘어섰다. 트로트 가수지만 젊은 세대의 인기도 탄탄하다.

귀공자 같은 외모인데 사실은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사연이 더욱 팬심을 솟구치게 한다. 오디션 상금 1억원을 어머니에게 드릴 정도로 효자라고 알려졌다. 본인 살림도 힘들고 요즘 코로나19로 행사 수익이 없는데도, 첫 광고 수익을 모두 기부할 정도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도 있다. 예능에서 말할 때 신인 같지 않게 안정적이고, 특히 시청자와 전화로 대화할 때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능력이 있다.

 

위로를 전하는 국민스타

임영웅의 부상 이면에는 경제사회적 분위기가 맞아떨어진 측면도 있다. 위로를 필요로 하는 힘든 시절이다.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목소리를 대중이 원하고 있었다. 임영웅의 감성적인 가창이 바로 그런 시대에 위로를 전해 줬다.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에서 임영웅을 통해 위로받았다는 국민이 속출했다.

 우리 국민이 가장 보편적으로 선호하는 가창 스타일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감성을 울리는 노사연의 《만남》 같은 성인가요 스타일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랑받는다. 임영웅의 보컬은 그런 성인가요풍 노래에 최적이다. 개성 넘치는 스타도 사랑받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랑받는 스타일은 안정적이고 선한 이미지다. 임영웅이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를 아들, 손자처럼 아끼는 시니어 팬들이 많다.

이런 면들이 모두 더해져 임영웅이 국민스타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조용필처럼 팬들의 연령대가 광범위하다. 남은 숙제는 오리지널 콘텐츠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잘 부르는 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임영웅만의 다양한 콘텐츠만 이어진다면, 즉 좋은 노래들을 발표한다면 그의 앞날은 탄탄대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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