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물이 바뀌었습니다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20.06.08 09:00
  • 호수 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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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바뀌면 많은 게 바뀝니다. 환경,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것이니까요. 사람도 물갈이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여행할 때 평소 먹던 물과 다른 물을 먹었다가 고생하신 기억들 있으실 겁니다. 하물며 물과 함께 사는 생물들이야 더하겠지요. 물갈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물고기들은 죽기까지 합니다. 저도 과거에 어항의 물을 함부로 갈아 물고기들을 죽게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수온 변화는 물속에 사는 개체군 자체를 바꿉니다. 지난해 우리 연근해에서 고등어가 감소하고 삼치가 많이 잡힌 것도 이런 변화의 반영입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어떨까요. 물이 바뀐다는 것은 모든 것이 바뀐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이 바뀌면 생활양식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일상에도 변화가 옵니다. 삶의 태도도 바뀌고 지향하는 가치도 새롭게 정립됩니다. 기존에 바라보던 시각과는 다른 시각에서 사안을 평가·분석하게 되지요. 자연히 비중을 두는 것도 달라지고 움직임도 기민해집니다. 이것이 상식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시대에 뒤처지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사라지게 됩니다. 개인인 경우에는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겠지요.

지난 총선 결과는 한마디로 ‘물이 바뀐 것’입니다. 유권자들의 세대 지형이 달라졌고 판단 준거와 가치가 변했습니다. 국회의원의 판도가 크게 바뀐 것은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환경이 바뀌니 거기에 맞는 정치세력이 세를 얻고 그렇지 않은 세력은 약화됐습니다. 변화한 환경에서 어느 정치세력이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응해야 합니다. 세를 얻은 쪽은 새로운 수준으로 올라갔으니 빨리 적응해 안정적으로 터전을 다져야겠지요. 세를 잃은 쪽은 살아남기 위해 어딘가로 옮기거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털갈이를 해야 합니다. 이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4월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 유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이해찬 상임공동선대위원장과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4월2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당 유세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아직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거대 여당은 힘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헌 함구령’ 등을 내린 이해찬 대표의 언급이 도드라지는 정도입니다. 청와대는 지난달 31일 비서관 일곱 명을 교체했습니다. 청와대 개편은 일단락됐다는 말이 나옵니다. 8월 민주당 전당대회와 관련한 물밑 흐름에서는 긴장감마저 엿보입니다. 여권은 큰 틀에서 기존 흐름을 이어가기로 방향을 정한 듯합니다. 야당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종인 체제’가 출범한 통합당은 내부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정의당, 국민의당 등도 존재감 부각 자체에 힘들어하는 모습입니다. ‘바뀐 물’에 누가 빨리 잘 적응하느냐, 누가 변화할 수 있느냐 하는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날이 더워집니다. 기상청은 그 어느 해보다 올해 더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참 힘겨운 여름을 나게 생겼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에서는 요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미스터트롯》 7인방을 커버스토리로 보도합니다. 코로나19 상황 중간 점검, 미국의 추락으로 상징되는 세계 질서의 급변, 21대 국회의원들의 전과 기록 기사 등도 준비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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