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미국…北, 미국의 ‘인권 언급’에 “집안일이나 돌보라”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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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종교 박해 거론하며 북한 압박…北 반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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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체면을 구겼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다시 제기하자 북한이 백인 경찰에 의해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언급하며 “집안 일이나 돌보라”고 비판한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 관계 정상화 조건으로 종교 자유를 비롯한 인권 문제 해결을 들고 나왔다. 샘 브라운백 미국 국무부 국제종교자유 담당 대사는 10일(현지 시각) “종교의 자유라는 문제에 있어 북한은 갈 길이 멀다”며 “정상국가처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대사는 '2019 국제종교자유 보고서' 발간을 발표하며 중국에 머무르며 신앙을 접한 북한 주민들이 귀국한 다음 강제수용소로 보내지고 목숨을 잃기도 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어떤 신앙을 가졌든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하도록, 신앙에 따라 자유롭게 모이도록, 박해와 보복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허용하길 바란다”면서 “북한이 종교의 자유 보장에 나서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 그럴 의향이 있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이날 국무부가 발간한 보고서에는 “미국 정부는 완전한 관계정상화를 하려면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걸 지속적으로 북측에 분명히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이 UN 제재 장기화에 불만을 표시하자 미국은 또 다른 압박수단을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원하는 관계 정상화에 북한의 약점인 인권 문제를 조건으로 걸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1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의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그는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한사코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되는 것 같으면 크게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말, 표정이나 행동을 꾸미는 일)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역증이 난다”고 했다.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불만을 표시하며 남측과 연결된 통신선을 모두 차단하자 미국은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권 국장은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도 했다.

미 국무부가 실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이를 그대로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말하는 그 무슨 ‘실망’을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당국에 대하여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며 “아직도 미국은 우리 인민의 격앙된 분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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