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 ‘교육감·전문직’ 작심 비판 왜?
  • 호남취재본부 정성환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1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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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위주 편애 정책’에 뿔난 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
6년전 폐기 법안 교육감협에 기습제출…논란 불씨

전남도교육청의 교원 위주 편애 정책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남교육청 공무원노동조합이 일부 교육전문직들의 교원중심 ‘편애 정책’을 공개적으로 작심 비판하고 나서면서다.

공무원 노조는 10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장석웅 교육감 체제 이후 일부 전문직들이 교원 위주 졸속·편협 행정으로 도교육청 구성원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교육청 일부 전문직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것”을 촉구했다. 장석웅 교육감 체제 출범이래 편향된 시각을 가진 교육전문직들이 자행하는 교원 위주 각종 정책을 바로 잡아 달라는 것이다. 특히 이날 보도자료는 오는 7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하는 제8대 위원장‧사무총장 당선자 명의로 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가 2018년 11월 22일 전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개편안 폐기를 촉구했다. ⓒ전남도교육청 노조
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가 2018년 11월 22일 전남도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개편안 폐기를 촉구했다. ⓒ전남도교육청 노조

공무원노조 “편협·편애 전남교육청 졸속행정” 비판

아직 정식 출범도 안한 새 공무원노조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표면적으론 최근 전남도교육청이 수년 전 폐기된 법안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정식 안건으로 제출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전남교육청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를 앞두고 실무협의회 안건으로 ‘보건교사 직무 관련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 건의’ 안건을 지난 8일 제출했다가 공무원노조의 항의로 철회했다. 이번 일은 교원 중심의 행정을 펴는 전문직의 편협과 편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시각이다. 

해당 안건은 학교 환경위생 업무를 포함해 신체가 허약한 학생에 대한 보건지도, 보건지도를 위한 학생가정 방문, 보건 교육자료의 수집·관리, 학생건강기록부 관리 등을 보건교사 직무에서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2014년에도 발의했다가 국민적 논란에 휩싸여 폐기됐던 학교보건법시행령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2018년 조직개편 당시 일반직공무원 15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무원 집회를 유발했던 건이기도 하다. 현재도 일선 학교에서 구성원 간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이다. 대안없이 시행령이 개정되면 보건교사는 해당 직무에서 빠지는 대신 행정실 직원 등의 업무만 가중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 공무원노조의 우려사항이다. 

공무원노조는 교육전문직들이 민감한 사안을 충분한 내부 의견 수렴절차 없이 추진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통상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할 때는 사전에 주무부서 의견, 실무협의회 등 여러 절차를 거쳐 제출토록 돼 있다. 그런데도 해당 안건이 교육감은 물론 비서실조차 모른 상태에서 협의회에 제출돼 17개 시‧도교육청에 배포됐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서울과 충남 등 전국 시·도교육청노조가 격앙해 전남교육청을 상대로 항의성명서까지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노조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은 2018년 조직개편 당시 뿐 아니라 현재도 일선 학교에서 구성원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으로 예민한 문제다”며 “그런데도 교육감은 물론 비서실조차 해당 안건이 협의회에 제출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부 전문직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노조는 “도교육청이 당사자 간 합의를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5월 중순까지 보건교사와 일반직공무원 간 보건업무TF를 운영했던 상황이라 일반직들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며 “앞에선 협상하는 척하며 뒤에서 이런 꼼수를 숨기고 있었나 싶어 교육감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졌다”고 장 교육감을 성토했다.

 

“정책에서 일반직은 없다”…‘교원 편애’에 대한 누적 불만 표출

전남도교육청 전경 ⓒ시사저널DB
전남도교육청 전경 ⓒ시사저널DB

이를 두고 전남 교육계 안팎에선 그간 곪을 대로 곪은 일반직에 대한 정책적 차별이 터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현 교육감 체제에서도 여전한 ‘교원 편애’를 괘씸하게 여긴 조합원들의 ‘의중’이 반영돼 공무원노조가 강경 비판에 나섰다는 것이다. 교육계 한 퇴직 인사는 “장 교육감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일부 교육전문직들이 ‘교원’을, 노조는 ‘일반직’ 권익을 상대적으로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양측 간 갈등이 축적돼 왔다고 볼 수 있다”며 “일부 전문직들의 납득할 수 없는 학교보건법 시행령 개정 건의를 계기로 일반직의 소외감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반직 직원들이 전남교육청의 ‘편협·편애’라고 느끼는 박탈감은 크다. 이른바 ‘교원 편애’ 논란의 발단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 교육감은 자신의 핵심 공약인 학교중심의 교육 행정력을 구축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2018년 11월 본청과 교육지원청에 대한 대규모 조직개편을 시도한다. 하지만 인력 감축 규모에서 교육전문직과 일반직 공무원 수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타나 일반직의 반발에 부딪혔다. 교육전문직이 6명 감축되는데 반해 일반직은 8배가량 많은 47명이 축소되기 때문이었다. 

수적 규모뿐만 아니라 보건교사의 직무를 일반직에게 떠넘기고, 특정부서장 자리에 교육전문직만을 겸임토록 한 것도 일반직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일반직 노조는 “교사 출신인 장 교육감이 밀실에서 교육전문직의 근무 여건만 개선시키고, 뒤통수를 쳤다. 심한 배신감마저 든다”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결국 이 조직개편은 수포로 돌아갔다. 

공무원노조가 품고 있는 서운함은 이날 장석웅 교육감 체제의 실정을 굳이 끄집어내 비판한 대목에서도 읽힌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2018년에는 학교보건 업무를 분리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가 일부 반발로 도의회에 상정조차 못하는 등 장석웅 도교육감 체제 이후 잦은 졸속행정으로 교원과 직원 간 잦은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현 전남교육청 공무원노동조합 사무총장 당선자는 “현 교육감 체제하에서 대부분 정책이 교원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일반직이 정책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의견이 무시되는 경향이 많았다”며 “전남교육청 정책에서 일반직은 없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한 교육전문가는 “전남 교육행정이 교원 위주로 치우치면서 곪은 대로 곪은 상처가 터지고 있는 것이다”며 “고질적인 직렬 간 ‘정책 편애’ 병폐를 고치지 않으면 이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첨예화될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노조도 “교원 위주의 편협한 시각으로 도교육청 구성원 간 갈등을 야기하는 교육청 일부 전문직들의 공직기강을 바로 세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일련의 갈등 표출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이견 차원에서 불거진 문제일 뿐 정책 편애 등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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