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된 최서원 회고록…어떤 내용이길래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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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 회고록 통해 억울함 호소

11일 징역 18년형이 최종 확정된 최서원씨는 대법원 판결을 앞둔 지난 8일 《옥중 회오기-나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회고록을 출간했다. 출간 소식이 알려진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11일 교보문고 인터넷 베스트 기준으로는 시·에세이 분야에서 판매량 2위에 올랐으며 전체 분야 판매량 순위는 7위다.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최순실씨 회고록이 진열된 서울시내 한 대형 서점 ⓒ 연합뉴스
최순실씨 회고록이 진열된 서울시내 한 대형 서점 ⓒ 연합뉴스

“권력·명예 추구없었다…진작 박근혜 떠날걸 후회”

이 책은 주로 최씨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잘 극복하고 박정희 대통령을 잘 보필하며 국민 통합을 위한 새마음 운동까지 펼치는 모습에 존경하는 마음을 갖게 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근거리에 있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각 정권마다 온갖 고초와 시련을 겪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권력자의 곁에 있었다는 이유로 항변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면서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며 회고했으며, 비록 지금은 욕을 먹더라도 왜곡돼 알려진 것들에 대해 사실관계와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고 했다.

최씨는 “나는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투명인간’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분(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공개적 활동을) 싫어하셨기 때문”이라고 썼다. 그는 “박 대통령은 내 개인사에 관심조차 없었다”며 “내가 뭘 먹고 사는지, 이혼했는지, 이런 건 대화의 소재가 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어느 날 갑자기 비선 실세 국정 농단이라며 이야기를 하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연결이 안 되는 이야기들”이라고 썼다. 그는 “내가 권력·명예를 좇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한 자리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가족도 없는 그분의 허전한 옆자리를 채워드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그분 곁을 떠났다면 훌륭한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칠 수 있었을까. 진작 떠나지 못한 나 자신이 후회되고 한스럽다”고도 했다.

 

“최태민 심령술 쓰고, 박근혜가 장시호 생모? 고소하려다 참아”

최씨는 이혼을 비롯한 가정사도 공개했다. “그 무렵 가족들과도 소원해졌다. 남편이던 정윤회 (박근혜 의원실) 비서실장과도 수시로 갈등을 겪었다”고 썼다. 그는 “사실 내가 아버지(최태민) 딸만 아니면 우리 부부 사이는 문제가 없었다. 그(정윤회)는 아버지와 박 대통령에 엮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 나에게 제발 박 대통령 곁을 떠나라며 수차례 권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을 떠나자니 의리를 저버리는 것 같고, 그대로 있자니 세상이 놔두질 않을 것 같고…, 나는 그를 최태민의 사위에서 놓아주기로 했다”고 썼다. 최씨는 “그런데 정윤회라는 방패가 없어지니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나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고, 그게 비극적인 내 운명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최씨는 부친 최태민 목사와 박 전 대통령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의 이미지에 흠을 내기 위해 나의 아버지를 이용한 것”이라면서 “비판하는 세력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사람이 바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라고 썼다. 책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 목사에 관련된 소문에 대한 입장도 나온다.

그는 “아버지가 심령술로 박 대통령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이야기부터 우리 조카 아이(장시호)가 아버지와 박 대통령 사이의 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가족들은 명예훼손으로 고소라도 해보자고 했으나 아버지는 박 대통령에게 누가 될 뿐이라며 극구 반대했다”고 썼다. 이어 “그들은 샤머니즘의 늪을 만들어 아버지를 빠뜨리고 주술사로 만들었다”고도 했다.

최씨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불려가 친국을 받고 온 아버지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정을 하신 것 같았다”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억울하게 음해를 당한 아버지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 이후 아버지는 그 허탈함과 비애감에 꽤 오랫동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했다.

최순실씨 회고록은 출간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 인터넷 교보문고 캡쳐
최순실씨 회고록은 출간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 인터넷 교보문고 캡쳐

“승마협회 전무의 계략…삼성 괘씸죄 걸렸다”

자신뿐만 아니라 삼성도 억울하게 사건에 휘말렸다고 했다. 최씨는 “정식으로 계약하고 시작한 법인이 어떻게 어느 의원 말대로 페이퍼컴퍼니며 그 계약이 뇌물이라고 볼 수 있단 말인가”라며 “죄 없는 삼성 사람들이 줄줄이 기소되고 구금되는 희극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썼다.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정유라씨 협찬을 중개하면서 최씨는 삼성과 연을 맺었다. 최씨는 “나는 어떤 순간에도 유라 혼자 지원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바보도 아니다”라며 “괜한 소문이 나서 시끄러워질 게 뻔한 일일뿐더러 대기업에서 유라 하나만을 지원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내가 미리 알았다면 삼성의 로드맵에 유라를 집어넣지도 않았을 테고 이렇게 말려들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삼성도 박 전무에게) 당했는데 미처 발을 빼지 못한 것 같았다”고 썼다.

최씨는 “삼성은 괘씸죄에 걸려 이곳저곳에서 숨도 못 쉬며 얻어맞고 있었다”며 “그들이 무슨 죄가 있나. 기업은 스포츠 육성을 위한 승마 지원 프로젝트에 의해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썼다. 그는 “나는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쓰거나 횡령한 일도 없다”며 “사실 유라의 승마 관련 후원도 받고 싶지 않았는데 박씨의 계략에 말려든 것”이라고 썼다.

최씨는 현 정부에 대해 “경제는 다 죽어가고 여기저기서 힘들다고 난리인데 멀쩡한 기업들을 죽이려고 하다니 이해할 수 없다”며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억울한 수사를 당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가짜뉴스로 가족 멸망…분발해 되갚겠다”

이 책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언급됐다. 최씨는 “지금 밖에서는 법무부 장관 후보 조국의 끝없는 거짓말, 딸과 관련한 불법적인 것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아니다, 모른다’로 일관하는 그들의 힘은 과연 어디서 나오는지 부럽기까지 하다. 이건 국정농단을 넘어 국정장악”이라고 했다.

최씨는 “나는 왜 그렇게 버티질 못하고, (중략) 왜 침묵을 하고 있었는지,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며 “나는 이제 어처구니없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나의 가족을, 특히 우리 딸 유라를 멸망시킨 이들에게 하나하나 되갚아주기 위해 분발할 것”이라고 썼다.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최씨는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나 내가 뇌물을 받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그런 판결을 내렸다”며 “특검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나를 엮으려는 그들의 술수와 조사 방법은 도를 넘어 거의 협박 수준”이라면서 “언젠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날이 오면 재심을 요청하겠다”고 했다.

최씨 대리인 이경재 변호사는 지난 8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형식적 사법절차는 곧 끝나지만, 그때부터 역사의 법정이 열리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하기 위한 ‘법률 돌격대’”라며 “김명수 대법원의 판결도 한시적으로 영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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