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북한…개성공단 묶인 1조원대 자산 어떻게 되나
  • 이혜영 객원기자 (applekroop@naver.com)
  • 승인 2020.06.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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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여 개 중소기업, 고정자산·유동자산 투자 손실 등 피해
정부 상대 헌법소원·민사소송 제기했지만 지지부진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다음 수순으로 ‘개성공단 철거’ 가능성도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발표에 철수작업을 시작한 2016년 2월11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한 화물차량들이 통일대교 검문소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전면중단 발표에 따라 철수작업에 들어간 공단 입주기업 차량들이 2016년 2월11일 경기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통일대교 검문소를 지나 이동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며 남북관계 파국을 예고한 북한의 조치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예측불허 행동에 기업들이 개성공단에 두고 온 1조원에 육박한 자산 회수도 실현 가능성이 점차 옅어지는 모양새다. 

17일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개성공단 입주기업 120여 곳이 2016년 2월 개성에서 철수하며 북한에 남겨두고 왔다고 정부에 신고한 자산은 9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기계설비를 비롯한 고정자산과 완제품 등 유동자산만 집계한 금액으로, 그 외 부분을 합하면 관련 자산은 최소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협회 관계자는 "보험 등을 통해 정부에서 지원한 금액은 5000억원 정도 된다"며 "정부에서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남은 금액은 기업에서 손실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개성공단 기업들은 보험금 등으로 투자 손실의 일부를 보전받았지만, 전체 손실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며 각종 소송을 제기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기업을 대신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가 위헌이라며 2016년 5월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4년 넘도록 공개 변론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투자 손실 보전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역시 판결까지 이어진 사례가 거의 없는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민사소송은 개별 기업들이 진행하므로 구체적인 사항까지 알지는 못하지만 1심 판결이 나온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부분은 2016년 북한의 핵실험에 따른 조치로 정부가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선언한 후 북한의 즉각적인 추방 결정에 따라 자산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 남쪽으로 넘어왔다. 당시 북한은 기습적으로 개성공단을 군사통제구역으로 선포하며 남측 인원을 전원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자산동결과 공단 폐쇄로 갈 곳을 잃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부채가 확정되지 않아 폐업 절차조차 밟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측은 정부가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완전한 종료를 선언해야 폐업 절차 등 관련 행정 절차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정권 교체 후 남북 관계가 호전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최근 북한의 초강경 태도에 재가동에 대한 불씨도 사그러들고 있다. 전날 북한은 공단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 시키겠다고 선포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개성공단과 금강산 철거가 다음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이같은 돌발상황에 대해 "아주 안 좋게 보고 있다. 제일 우려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현 정부 들어 개성공단이 곧 열리지 않을까 기대했던 게 실망으로 다 바뀌는 순간"이라며 "개성공단 철수 가능성도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정 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고 그런 부분에 대해 불만이 시간이 흐를수록 거듭 쌓여가다가 이번에 전단살포 문제로 남측과 대화 단절을 불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6월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6월16일 오후 2시50분경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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