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이 뭐길래] 지방의회 독점 민주당, 의장도 ‘나홀로 선출’
  • 호남취재본부 배윤영·조현중 기자 (sisa612@sisajournal.com)
  • 승인 2020.06.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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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북의회 의장선거 민주당 잔치?…독과점 논란
‘그들만의 리그’로 의장 단독 결정, 의회 역사상 첫 사례
소수당 투표권 의미 상실…민생당 등 선거보이콧 움직임

광주·전남북 3개 시도의회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일제히 당 지침에 따라 민주당 후보를 뽑는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민주당의 지방의회 독점 구조 속에 민주당 단독 후보 선출은 곧 의장단을 선출하는 셈이다. 이처럼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이 ‘그들만의 리그’로 의장단 구성을 추진하면서 민생당·정의당·무소속 등 의회 내 소수정당 의원들은 ‘다수당의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다. 통상 모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장에서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뽑아 왔는데,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인 구도에 대한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제11대 전북도의회 의장 선거 ⓒ전북도의회
제11대 전북도의회 의장 선거 ⓒ전북도의회

소수당 무시 ‘민주당 경선=사실상 본선’구도

현재 회기 중인 광주시의회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오는 22일 총회를 열고 의장 선거에 나설 민주당 단독 후보를 선출한다. 의원 총회에서는 부의장과 상임위원장까지 한꺼번에 선출할 계획이다. 7월 6일 열리는 시의회 본회의 표결에서는 투표권을 경선 결과 그대로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의 경선은 본 선거에 앞서 사전에 교통 정리하는 수순으로 ‘의원 총회’에서 사실상 의장단이 결정되는 셈이다. 민주당이 본선 전에 단독 후보를 뽑으면 소수 의원의 표는 사실상 사표가 된다. 광주시의회 의원 23명 중 정의당 1명·무소속 1명 등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전남도의회 민주당 의원들도 두 차례 논란을 벌인 끝에 지침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18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고 의장·상임위원장 등 단독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을 치른다. 전남도의회는 전체 의원 58명 중 민생당 2명, 정의당 2명, 무소속 1명 등 5명을 제외한 53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사실상 당내 경선이 본선이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이들 의원 중 최종 후보가 선출되면 본회의서 형식상의 투표를 거쳐 후반기 의장으로 확정된다. 민주당 일색인 전북도의회 사정도 엇비슷하다. 오는 26일부터 닷새간 임시회를 열어 의장 1석, 부의장 2석, 상임위원장과 운영위원장 6석 등 모두 9석의 후반기 원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른다.

민주당이 사전 경선으로 의장단 단독 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11대까지 거쳐 온 전남도의회 전통을 저버린 역사상 첫 사례다. 민주당은 의원 간 자리싸움을 막으려고 사전에 조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장단 구성이 ‘당내 업무’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이 독점적으로 의장단 구성을 추진하면서, 소수당 의원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의당과 민생당, 무소속까지 전체 의원의 8.6%에 이르는 5명 의원들의 투표권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의당과 민생당 등 소수정당 소속 의원들은 민주당이 경선을 그대로 강행할 경우 본회의장서 이뤄질 의장 선거 자체를 보이콧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자치 본질 훼손” vs “본연의 정당정치 구현”

민주당 안팎에선 당의 사전 교통정리가 ‘다수당 횡포’라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당 밖에선 “지방자치를 훼손한다. 소수당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의장단 선출이 시도의회 전체 의원들의 참여가 아닌 ‘당내 행사’로 한정되게 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당 안에선 “긁어 부스럼을 만든 꼴로 심지어 특정인의 입김으로 공정하게 치르기 어렵다”는 반발이 나온다. 

일부 전남도의원들은 “원구성에서 소수당은 철저하게 배제될 수밖에 없다. 상임위원장 자리 하나도 차지하기 어렵게 된다”며 “의장단 독점은 민주당 출신 도지사 견제를 더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회권력의 핵인 의장단마저 민주당이 독식하면 지방정부에 대한 감시가 소홀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지역민에게 손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소수당과 무소속 의원들의 의장단 진출 자체가 차단된 탓으로 민주당 독점 집행부 견제가 실종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얘기다. 

일부 민주당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런 비판 여론에 당내 경선이 필요하냐는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본으로 돌아가 모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본선에서 의장단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광주시의회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민주당 후보가 어차피 의장에 선출될 것인데 굳이 비난을 무릅쓰고 자체 경선이 필요한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많다”며 “당내 경선이 특정인에게 의장단 선출 개입 명분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독점 경선에 반대하는 정의당 최현주 도의원도 “당내 경선은 상대 당에서 유능한 경쟁자가 나오고 당내 경쟁이 심할 때나 하는 것이다. 호남처럼 타 당의 후보가 없는 상태에서 당내 경선은 무의미하다”며 “본 선거에서 의장선출을 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도의원도 “민주화의 성지, 민주화를 부르짖는 전남에서 이 같은 행태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 당내 경선으로 의장까지 다 결정해 버리면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경선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사전 당내 경선에 긍정적인 입장도 있다. 전경선 전남도의원은 “여태까지 원 구성 과정에서 불협화음이나 금권 선거, 향응 제공 등 여러 가지 볼썽사나운 사건사고가 많았다”며 “불미스러운 일을 막아 신뢰받는 의정상을 재정립한다는 차원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 간 경선으로 미리 의장을 확정하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그러면서 “소수당에서 규율하는 사회적 약자 배제논리와 정당정치 구현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며 “정당정치에서 소수당 의원까지 참여시켜 경선을 치룰 수는 없는 만큼 본선거 투표에 참여해 민주당이 내놓은 후보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동욱 전남도의회 운영위원장은 “당원이다 보니 정당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명확히 정해 당의 지침을 어길 수는 없고, 대부분 의원들이 이를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소수정당 의원들의 소외감을 충분히 이해한다. 이에 대해선 새로 선출될 의장단에서 의원들과 논의해 함께 풀어나가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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