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에 선거 도움 요청”…볼턴 회고록 공개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18 11: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진핑 만나 “중국이 콩·밀 수입 늘려야 농민 표 얻는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농산물 수입과 관련된 협조를 요청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밝혔다. ⓒ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나 농민 지지율을 높이고자 중국에 농산물 수입을 늘려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지난해 9월 경질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써온 회고록에 담긴 내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현지 시각)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을 입수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16일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할 정보가 넘쳐난다”며 법원에 출간 금지를 요청한 상황에서 원고 일부를 공개한 것이다.

“선거 때문에 중국에 콩·밀 수입 요청…'우크라이나 스캔들' 수준”

회고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 차기 대통령 선거를 언급하며 “자신이 이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경제력이 현재 진행 중인 선거 운동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중국의 콩, 밀 수입 증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 농산물 값에 영향을 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이는 미국 대선에서 농업 지역 표심이 승패를 결정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뒤섞거나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국익보다 앞세우는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 위기에 처하도록 만든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같은 정도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볼턴 전 보좌관 생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전화해 우크라이나 검찰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의 사업을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경쟁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천연가스 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이유로 당시 미 연방 하원이 탄핵 소추를 의결했지만 상원에서 부결됐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됐다. ⓒ 연합뉴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경질됐다. ⓒ 연합뉴스

“트럼프 외교, 제대로 조사하면 탄핵감”

볼턴 전 보좌관은 “나는 백악관 재임 시절 트럼프의 중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면서 “탄핵을 주장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집착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트럼프 외교 정책 전반에 걸쳐 그의 행동을 더욱 면밀하게 조사했다면 탄핵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검찰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독재자들에게 혜택을 주고자 몇몇 범죄 수사를 중단하고 싶어 했다”고 썼다. 할크방크와 ZTE 수사에 개입해 터키와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답하도록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 김정은 만난 자리서 ‘트럼프는 거짓말쟁이’라고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도 회고록에 실렸다. 볼턴 전 보좌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함께 배석한 자신에게 건넨 쪽지에는 “트럼프는 완전한 거짓말쟁이”라고 쓰여 있었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미 외교가 성과를 거둘 확률은 0”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회고록에 담겼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안보분야에 무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이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고, ‘핀란드는 러시아의 일부인가’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책에 썼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지급하는 방위비 때문에 탈퇴 결정을 내릴 뻔했다고도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출간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의 출간을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 연합뉴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