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 정부 일감 몰아주기 기조 나 몰라라?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4 14:00
  • 호수 16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년 사이 내부거래 규모 25.8% 증가…계열사 5곳 세무조사 받기도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 사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규모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55개 대기업집단의 규제 대상 기업 수는 2017년 228곳에서 지난해 208곳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내부거래 규모도 12조9542억원에서 4조1459억원(32.0%) 감소한 8조8083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근절을 위한 정부의 규제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물론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한 그룹도 있다. SM그룹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힌 SM그룹 사옥 ⓒ시사저널 박정훈
서울 강서구에 위치힌 SM그룹 사옥 ⓒ시사저널 박정훈

건설업 모태로 자산 9조원대까지 성장

내부거래 규모 증가율이 25.8%에 달했다.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기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그룹은 53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그룹이다. 건설업을 모태로 제조·해운·서비스·레저 등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기준 자산 9조7000억원으로 상호출자제한집단(자산 10조원 이상) 지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SM그룹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던 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덕분이었다.

창업주인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971년 양계장을 열며 사업가로 데뷔했다. 당시 동업자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다. 그러던 1988년 우 회장은 건설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해 삼라건설을 설립하고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임대아파트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아파트 브랜드 ‘삼라마이다스’로 꾸준히 사세를 확장해 온 삼라건설은 2000년대 초 수도권에 진출했다.

우 회장이 M&A 시장에 눈을 돌린 것도 이 무렵이다. 삼라건설은 2004년 진덕산업을 시작으로 2010년 우방건설, 2011년 신창건설, 2013년 학산건설과 산본역사 등을 인수했다. 이후부터는 시공능력 평가 중상위권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SM그룹은 2016년 태길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에 이어 2017년에는 경남기업까지 사들이며 건설사업 부문을 키웠다.

우 회장이 건설사 인수에만 올인한 건 아니다. 사업 분야가 넓어야 장기적으로 경영이 안정된다는 지론에 따라 다양한 부문에 진출했다. 실제 우 회장은 2005년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과 2006년 경남모직, 2007년 남선알미늄, 2008년 티케이케미칼을 품었다. 이어 2011년에는 하이패스 사업자인 하이플러스카드(현 SM하이플러스), 2015년에는 채권추심 회사인 솔로몬신용정보(현 SM신용정보)를 각각 인수했고, 2018년에는 ubc울산방송 지분 30%를 확보하며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기도 했다.

우 회장은 특히 2013년 당시 해운업계 4위인 대한해운을 인수하며 해운업을 그룹의 핵심 사업 부문 중 하나로 안착시켰다. 이어 SM그룹은 2016년 대한상선과 한진해운 미주노선까지 사들이면서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우 회장은 주로 청산 위기에 놓인 기업을 저가에 매입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그룹에 연착륙시키는 전략을 폈다. 그 결과 지난해 계열사 수가 65개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공격적인 M&A로 SM그룹의 외형은 급속하게 커졌다. 2017년 자산 5조원, 재계 46위로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에 지정되며 순위권에 입성했다. 이어 2018년엔 37위, 지난해에는 35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룹 규모가 커진 만큼 새로 적용받는 규제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대표적이다.

SM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건 라도다. 우 회장의 외아들 우기원 라도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이 회사는 SM그룹 2세 승계의 핵심사로 지목받고 있다.

우 대표가 23세이던 2014년 설립된 라도는 직원이 2명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지만, 우방건설산업(현 SM상선)이 건설한 아파트 분양공급 대행을 전담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다. 실제 라도는 2017년과 2018년 천안역 우방 아이유쉘 분양 등을 맡아 각각 194억원과 1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아들용 회사 라도, 세 딸 위한 삼환기업

라도는 일감 몰아주기와 금융지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동아건설산업 지분 38.18%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동아건설산업은 그룹 경영권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계열사다. 주요 건설사인 경남기업(65.98%)과 신광하이메탈(50.99%), 한통엔지니어링(39.95%), 한류우드개발에이엠(87.20%), 한국인프라개발(50%), SM중공업(22.16%) 등을 지배하고 있어서다.

동아건설산업은 특히 SM스틸의 지분도 25.28% 보유 중이다. SM스틸은 SM하이플러스(54.41%)와 삼라농원(32.00%), SM인더스트리(11.96%), 우방(9.02%) 등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SM하이플러스는 다시 남선알미늄(17.95%), SM중공업(32.49%), SM레저산업(100%), 벡셀(100%), SM신용정보(21.06%), 대한해운(16.37%), 서남바이오에너지(38.67%), 플러스매니지먼트(100%), 탑스텐동강시스타(100%) 등의 지분을 쥐고 있다. 결국 우 대표가 라도를 통해 그룹 계열사 전반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셈이다.

라도가 ‘아들용 회사’라면 삼환기업은 우 회장의 세 딸을 위한 회사다. 삼환기업은 현재 우 회장(21.71%)과 그의 장녀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32.56%), 차녀 우지영 태초이앤씨 대표(21.71%), 삼녀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21.71%)가 지분 97.69%를 보유하고 있다. 삼환기업은 지난해 전체 매출 30억540만원 가운데 10억6800만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이 내부거래인 셈이다.

삼환기업의 전신은 SM생명과학이다. 화장품류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으로 2004년 설립됐다. 그러나 SM생명과학은 2015년 돌연 대한주택건설협회에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하고 우방건설산업이 시공한 사업의 시행을 맡아 매출을 올렸다. 그 결과 2017년 1638억원이 분양예정수익금으로 잡혔다.

분양수익 연도별 인식액은 2015년 97억원, 2016년 638억원, 2017년 906억원으로 이 기간 내부거래 비중은 76~96%에 달했다. 이는 업계에서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가운데 SM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100% 자회사이던 삼환기업에 흡수합병돼 아예 건설사로 탈바꿈했다.

삼라와 삼라마이더스 등 사명에 ‘삼라’가 들어간 계열사는 우 회장의 몫이었다. 우 회장이 최대주주(84.83%)인 삼라는 지난해 말 우방산업이 삼라와 기원토건을 흡수합병한 뒤 사명을 삼라로 변경해 탄생했다. 삼라는 지난해 매출 808억원 중 96.65%에 해당하는 781억원이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우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삼라마이더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79억7500만원 전량을 내부거래로 채웠다. 두 회사 모두 내부거래 없이는 자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SM하이플러스의 경우는 오너 일가가 직접 보유한 지분은 없다. 다만 SM스틸(54.41%), TK케미칼(34.10%), SM인더스트리(4.12%), 남선홀딩스(3.13%), 삼라(4.24%) 등 오너 일가가 대주주로 있는 다른 계열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고 있는 형태다. SM하이플러스의 내부거래도 상당한 수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체 매출 1073억원 가운데 63.16%에 해당하는 677억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들 모두 세무조사 대상

이 밖에 델라노체(100%), 에이본(100%), 한울코퍼레이션(50.0%), 삼라산업개발(47.0%), 신화디앤디(100%), 태초이앤씨(100%) 등도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내부거래가 전무하다. 오너 일가 지분율이 높아 계열사로 분류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렇다 할 영업활동은 벌이지 않고 있다. 다만 향후 이들 기업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대물림 창구로 이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관련해 거론된 계열사 대부분은 지난해 12월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 동아건설산업·SM하이플러스·SM생명과학(현 삼환기업)·우방건설산업(현 SM상선)·라도 등 5개 기업이 대상이었다. 특히 이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곳이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라는 점에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SM그룹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성실히 조사에 응하며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