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길원옥 할머니 측 진실공방…“돈 빼갔다” vs “할머니가 썼다”
  • 정우성 객원기자 (wooseongeric@naver.com)
  • 승인 2020.06.1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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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임의 출금 주장하자 정의연 반박 나서
검찰 수사서 진실 여부 가려질 전망
2019년 수요 집회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 시사저널
2019년 수요 집회에 참석한 길원옥 할머니 ⓒ 시사저널

정의기억연대가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의 통장에서 돈을 빼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길 할머니 양아들이 고 손영미 소장을 비롯한 정의연 마포쉼터 관계자들이 할머니 몰래 돈을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다. 그러자 정의연은 18일 저녁에 입장문을 내고 할머니 개인 용돈, 요양보호비, 기부금으로 사용했다고 맞섰다.

“치매 할머니 이용해” vs “그럼 입양도 무효”

길 할머니는 4년 전부터 치매 증상을 보였다. 황 목사는 길 할머니가 말을 잘 못하고 기억을 잘 못하며 현재 정의연을 둘러싼 상황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손 소장과 정의연 마포 쉼터 관계자들이 이런 길 할머니를 이용해 통장에 있는 돈을 빼서 썼다는 주장이다.

정의연은 치매 상태라면 양자도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입장문에는 “양아들의 법적 양자 취득 시기는 아주 최근의 일”이라면서 “할머니가 이미 치매 상태라면, 지난 5월, 길원옥 할머니의 도장과 주민등록증을 가져가 등록한 양아들의 법적 지위 획득 과정 또한 문제가 된다”고 썼다.

고 손 소장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출금된 금액은 길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길 할머니가 요양보호를 받는 비용도 들어갔다고 했다.

정의연은 “마포 쉼터에는 네 분의 요양보호사분들께서 돌아가며 길원옥 할머니를 돌봤다”면서 “매월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만으로는 모자라 정대협도 추가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정대협에서 1545만6000원을 길 할머니 요양비로 지급됐다고도 했다.

바른인권여성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단체 대표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는 보조금과 기부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고 여가부는 정의연 지원 내역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른인권여성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단체 대표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는 보조금과 기부금의 사용처를 투명하게 밝히고 여가부는 정의연 지원 내역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 보조금 몰랐다” vs “아들이 돈 받아갔다”

황 목사 아내인 조아무개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어머님께서 매달 110만~120만원 정도 받으시는 줄 알았는데, 매달 350만원씩의 지원금을 받으신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이렇게 큰돈을 받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정의연은 황 목사가 정부 보조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길 할머니가 황 목사를 만날 때마다 현금을 준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정의연은 길 할머니를 만나러 올 때마다 황 목사가 현금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방문이 제한되자 고 손 소장이 길 할머니를 대신해 황 목사에게 6월 3000만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황 목사는 앞서 “어머니로부터도 목사인 나에게 선교하라고 매달 50만~60만원씩 주신 것을 받은 게 전부”라고 말했다.

“왜 언론에 기부” vs “인권운동가로서 기부”

길 할머니 통장에서 미디어몽구, 통일뉴스에 송금한 내역도 발견됐다. 이들 매체는 정의연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같은 기부 내역과 관련해 정의연은 “길원옥 할머니는 인권운동가의 삶을 실천해 왔다”면서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통해 인권의 가치를 널리 퍼트렸다”고 했다.

길 할머니 계좌에서 기부금으로 빠져나간 금액 역시 이 같은 기부활동의 연장선에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정의연은 “길원옥 할머니의 기부금은 공시에서 별도로 표시되지 않았을 뿐 기부금 전체 금액에 포함되어 있으며, 정의연 결산서류에 정확히 반영되어 있다”고도 했다.

2017년 길 할머니는 시민 성금 1억원을 받았다. 황 목사 측은 이 같은 사실도 “알지 못했다”며 마포쉼터에 전화해 1억원의 사용 내역을 물었다. 정의연은 황 목사에게 1000만원을 송금하고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됐다고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 정의연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44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 정의연 지지 피켓을 들고 있다. ⓒ 연합뉴스

“가족과 살기 원해” vs “쉼터 남기 원해”

길 할머니는 이달 11일 14년간 살아온 마포쉼터를 떠났다. 마포쉼터를 운영하던 손 소장이 자살하자, 며느리 조씨는 정의연 길 할머니를 데려가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할머니를 모셔가는 것을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시냐. 할머니는 쉼터에서 살고 싶어 하신다”면서 이를 막고자 했다.

조씨는 이후 마포쉼터를 방문했을 때, 정의연 관계자들이 길 할머니를 둘러싸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씨가 “어머니의 남은 생을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하자 정의연 관계자는 “모든 것을 어머니가 선택할 수 있게 하자”고 맞섰다.

길 할머니는 쉼터를 떠나기로 선택을 했다. 그는 조씨와 정의연 관계자들 앞에서 “여기서 떠나지 못 할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길 할머니가 떠나면서 마포쉼터에 남은 위안부 피해자는 한 명도 없게 됐다. ⓒ 연합뉴스
길 할머니가 떠나면서 마포쉼터에 남은 위안부 피해자는 한 명도 없게 됐다. ⓒ 연합뉴스

한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16일 황 목사와 조씨를 불러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정의연 후원금 유용 논란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길 할머니 통장에서 빠져나간 자금 흐름을 추적해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길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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