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도시공사, 송도 E4블록 ‘레지던스호텔 갈취 시도’ 의혹
  • 인천취재본부 이정용 기자 (teemo@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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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약사항 들먹이며 잔금납부 거절…개발이익 우선 보장계약 불과
중국 ‘하이타오 투어’ 투자 의향 묵살…“지인에게 헐값 매각 추진”

인천도시공사가 송도센트럴파크호텔과 붙어있는 레지던스호텔을 빼앗으려고 한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도시공사가 민간 사업자와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트집을 잡거나 억지를 부려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이런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인천도시공사 전·현직 직원과 민간사업자의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인천도시공사 전·현직 직원들은 송도센트럴파크호텔 건설과 레지던스호텔 매매 업무를 직접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녹취록의 신뢰도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만한 것으로 보인다.  

인천도시공사 전경. ⓒ인천도시공사
인천도시공사 전경. ⓒ인천도시공사

애매한 신탁개발 조항…매매계약 해지 단초

인천도시공사는 2013년 3월11일 ㈜미래금과 송도센트럴파크호텔과 붙어있는 레지던스호텔을 178억4200만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토지는 127억2134만6000원이고, 건물은 51억2065만4000원이다. 미래금은 송도센트럴파크호텔의 시행사이면서 우선매수권자 지위를 갖고 있었다.

미래금은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날에 계약금 17억8420만원을 지급했고, 잔금 160억5780만원은 2017년 6월30일에 납부하기로 했다. 미래금은 매매대금을 완납한 후 30일 이내에 소유권 이전을 청구하고, 인천도시공사는 즉시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교부하기로 했다.

또 특약사항에 레지던스호텔을 ‘신탁하여 개발하고, 개발을 위한 PF대주단을 1순위 우선수익권자, 인천도시공사를 2순위 우선 수익권자로 지정해 개발이익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발이익은 인천도시공사 명의의 계좌에 적립했다가 미래금이 송도센트럴파크호텔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 사용하도록 했다.

이 특약사항은 인천도시공사가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하는 단초가 됐다.

미래금은 2016년 1월27일 신탁회사를 통해 레지던스호텔에 대한 개발신탁(토지신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천도시공사에 특약사항 변경을 요구했다. 이어 2017년 6월21일 인천도시공사에 신탁개발 방식을 처분식탁으로 제안한 후, 더 획기적인 제안이 있으면 역제안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래금은 2017년 7월3일 담보신탁한 후 개발신탁으로 전환하겠다고 제안했고, 2017년 7월13일 담보신탁 후 준공되면 처분신탁으로 전환하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미래금은 이런 과정에서 제3자 매각이나 전매, 준공 후 대출을 통한 잔금 납부, 송도센트럴파크호텔 매매 계약 시 잔금 납부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게다가 미래금은 2015년 10월27일부터 2017년 12월27일까지 인천도시공사에 잔금 납부와 동시에 토지 지분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달라고 10차례 이상 요청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번번히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서 및 합의서의 관련내용에 위반(저촉)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 토지 지분 소유권 이전을 요구하기 전에 잔금 납부와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명시된 신탁개발 이행 담보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며 거절했다. 결국 인천도시공사는 2018년 1월2일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했다.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송도국제도시 E-4블록에 들어서 있는 센트럴파크관광호텔(왼쪽)과 레지던스호텔 전경. ⓒ이정용 기자

사실상 개발신탁…“인천도시공사와 공동으로 해야”

인천도시공사는 2017년 6월20일 미래금 관계자 등에게 “신탁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정해 놓은 것은 없다”면서도 “이미 분양관리신탁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는 잔금 납부기일을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당시 인천도시공사와 미래금이 레지던스호텔의 토지뿐만 아니라 건물도 매매하는 계약서를 작성한데다 건축 공정이 80%이상 진행됐고, 특약사항에 개발을 위한 PF대주단이 거론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발신탁이 명시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인천도시공사에서 레지던스호텔 매매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레지던스호텔의) 공유지분 가지고는 도저히 신탁개발이 안된다”며 “신탁개발을 하려면 도시공사가 엮여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또 “숭의운동장도 마찬가지다. 주상복합아파트를 넣을 때 대지 지분권을 나눠 놓지 않아 인천도시공사의 이름이 들어갔다”며 “(인천도시공사도) 공동으로 같이 해야 된다는 생각을 해서 그렇게 계약서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인천도시공사가 레지던스호텔의 신탁개발 방식을 개발신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인천도시공사가 미래금 관계자 등에게 분양관리신탁을 언급한 것은 사실상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서의 특약사항이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금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는 구조적으로 개발신탁이 분명한 특약사항을 거론해 놓고, 나중에는 신탁의 종류에 대해선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며 “사실상 개발신탁이 불가능한 레지던스호텔을 매매하면서 개발이익에 눈이 먼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미래금을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 내 한류 금지령으로 국내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었다”며 “인천도시공사는 상황이 엄중한데도 레지던스호텔 개발이 이익이 날지 손해가 날지 모르면서 무조건 특약사항을 들먹이며 잔금 납부를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 투자 거절…“호텔 빼앗으려고 했다”

미래금은 2016년 1월27일 인천도시공사에 레지던스호텔을 개발신탁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3자 매각이나 제3자 공동개발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제3자 매각금액으로 레지던스호텔을 완공하고, 그에 따른 개발이익금 60억원을 인천도시공사에 납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래금이 송도센트럴파크호텔 매매계약금을 납부해 사실상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과 송도센트럴파크호텔 매매계약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제3자 매각이 성사되면, 인천도시공사는 미래금의 송도센트럴파크호텔 우선매수권 미행사에 대한 우려와 레지던스호텔 매매 잔금 리스크에 대한 짐을 덜어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중국 베이징에 있는 여행사 ‘하이타오 투어(海濤旅遊, Haitao Travel)’는 2016년 2월22일 미래금에 레지던스호텔 매수의사를 전달했다. 하이타오 투어는 중국의 아웃바운드 전문 여행사다. 하이타오 투어는 레지던스호텔을 매입해 중국인들에게 투자이민상품으로 분양하고,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객실을 판매할 계획이었다.

인천시의 입장에서는 적잖은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는 2016년 3월7일 레지던스호텔 제3자 매각은 매매계약서 등 관련계약의 중대한 변경이나 위반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도시공사 고위 간부가 레지던스호텔을 갈취하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래금과 체결한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의 지인에게 싼 값에 넘겨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천도시공사가 레지던스호텔을 하이타오 투어에 매각하는 것을 거절한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로 A씨는 당시 인천도시공사의 고위 간부가 ‘레지던스호텔을 빼앗아야겠다’는 의미가 담긴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또 인천도시공사의 고위 간부 B씨도 “당시 레지던스호텔 매매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미래금 관계자는 “인천도시공사 고위 간부가 레지던스호텔 매매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의 지인에게 헐값에 넘기려고 했다”며 “하이타오 투어의 투자를 막은 것도 레지던스호텔을 빼앗기 위해 미래금의 숨통을 옥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적 분쟁이 본격 시작되면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을 제시할 예정이다”며 “인천도시공사 고위 간부가 외국인 투자유치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막아버리는 바람에 인천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것을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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