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떠나는 교사들 증가 “교권추락이 원인”
  • 부산경남취재본부 박치현 기자 (sisa518@sisajournal.com)
  • 승인 2020.06.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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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서 18명 하반기 명퇴신청, 올해 152명 교단 등져
'교권추락'과 ‘교육환경변화’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

공무원연금제도 개편 논란 이후 급격히 줄던 교원 명예퇴직(명퇴) 신청이 다시 가파른 증가세로 돌아섰다. 울산지역 유치원·초등·중등 교사들의 명예퇴직(명퇴)이 전년도 대비 1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퇴 신청은 초등보다 중등 교사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원 명퇴는 2월 말과 8월 말, 1년에 2차례 시행한다.

울산에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3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에서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3년 연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 2월과 8월 말에 명퇴를 하겠다고 신청한 유치원·초등·중등 교원은 모두 152명으로 지난해 125명보다 17.7%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말 명퇴 신청은 유치원·초등·중등 교원 각각 61명 73명 등 총 134명이다. 그리고 오는 8월 말 명퇴 신청을 마감한 결과 유치원·초등 8명, 중등 교사는 10명 등 총 18명의 교원이 접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52명의 교원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셈이다.

명퇴 신청 교사는 공무원 연금제도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졌던 2014년도에 12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매년 증가 추세를 보였다. 2015년도 125명, 2016년 148명까지 증가했다. 

 

명예퇴직 신청 교사, 다시 3년 연속 증가 추세

하지만 2017년도에는 91명으로 두 자리 숫자로 감소했다가 2018년 109명으로 또다시 세 자리 숫자로 늘어났고 2019명 125명, 올해는 152명으로 늘어나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 명퇴 신청자가 많아진 데는 연금 수령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연금법 개정으로 2021년까지 퇴직하는 공무원만 60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고 그 후로는 몇 년 단위로 1년씩 수령 시기가 늦춰지기 때문이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청사 전경ⓒ울산광역시교육청
울산광역시교육청 청사 전경ⓒ울산광역시교육청

또한 베이비 붐 세대에 해당하는 교사들 숫자 자체가 많은 것도 명퇴 신청자수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학교 신설이 많이 이뤄지던 시기에 임용된 교사들이 명퇴를 고려할 연배가 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명퇴 신청 증가 분위기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명퇴 증가를 세부적으로 보면 '교권추락'과 교육환경변화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교총이 지난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명퇴 증가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학생 생활지도 붕괴 등 교권 추락'이라는 응답이 89.4%로 가장 많았다. '학부모 등의 민원 증가에 따른 고충'도 73.0%였다. 

 

교권추락이 명예퇴직 신청 증가 요인

교권침해 사안이 심각해지자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은 교육 활동 침해행위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교원보호법(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과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명퇴 심사도 기준 완화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예전에는 예산에 맞춰 명퇴를 허용했으나 몇 년 전부터 법적인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명퇴를 승인하고 있다. 명예퇴직 신청은 8월 말 기준으로 20년 이상 근속하고, 1년 이상 정년퇴직 잔여기간이 있는 교원이 대상이다

명퇴 뒤 행정업무, 학생생활지도의 부담이 적은 기간제 교사 등으로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급격하게 변한 교육환경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0세 시대를 맞아 더 늦기 전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교사들도 명퇴대열에 합류하는 추세다.

교총은 "교원에게 자긍심을 주는 교육환경을 조성해 대규모 명예퇴직을 방지해야 한다"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교권 3법(아동복지법·교원지위법·학교폭력예방법)`을 현장에 안착시키고 교육당국이 `학생 생활지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실질적인 생활지도가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17개 시도교육청 중 전년대비 교사 명퇴인원이 증가한 곳은 13곳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전북이 50.6%(88명)로 증가율이 가장 컸다. 이어 △제주 44.3%(35명) △세종 37.5%(6명) △울산 33.3%(39명) △인천 32.6%(76명) △대구 26.2%(81명) △충북 24.1%(40명) △경북 18.3%(72명) △경기 18.2%(183명) 순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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