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정은경 “생활 속 코로나 영향력 실감”
  • 이진성 세종본부 기자 (sisa415@sisapress.com)
  • 승인 2020.08.18 10:00
  • 호수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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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산하 기관장이 전체 영향력 8위 오르는 ‘이변’ 연출
초대 질병관리청장 유력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권력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부처 산하 기관장이 한국을 움직이는 전체 영향력 순위 10위 안에 든 건 1989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일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전체 8위에 랭크됐다.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마스크를 착용하게 만든 코로나19 사태에서 방역 전문가로서 책임지는 리더의 모습을 보인 결과로 평가된다.

정 본부장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1월20일부터 현재까지 매일 밤낮없이 직접 방역체계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100명씩 쏟아져 나올 당시에는 방역체계를 챙기는 데 머리 감을 시간도 아깝다며 머리를 숏컷으로 하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던 당시 매일같이 코로나19 브리퍼로 나서며 모든 질문에 침착하게 답변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주요 계기가 됐다.

해외에서도 정 본부장에 대한 극찬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4월 주요국 보건 당국 책임자들을 영웅으로 표현하면서 특히 정 본부장을 비중 있게 소개했고, 반한 감정을 주로 담는 일부 일본 언론조차도 한국의 코로나19 대응만큼은 모범 사례로 평가하면서 그 중심에 정 본부장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체 영향력 8위에 오른 시사저널의 조사 결과에 대해 정 본부장은 “우리 생활 속에서 코로나의 영향력을 실감한다”면서 “협력과 연대, 신뢰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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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질병관리청장 유력…독자 방역 기대감 커져

이번에 질병관리본부가 차관급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데도 정 본부장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질병관리청 승격은 논의됐으나, 1급 기관에서 차관급으로 올리는 수준에 머물렀다. 질병관리본부가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청으로 승격해 독립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메르스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방역 당국의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사태를 키웠다는 책임론이 앞섰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일같이 확진자가 나오고 8월12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4714명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조직이 커지는 청 승격에 대한 반감은 거의 없다. 메르스 때와는 달리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최대한 많은 질문에 답변하려는 정 본부장의 브리핑 모습이 매일같이 카메라에 담겼고, 이는 질병관리본부의 기존 이미지를 바꿔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조직이 확대되면 공무원에 대한 반감으로 반대 여론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질본의 청 승격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면서 “오히려 조직을 더 키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설명했다.

국회는 8월4일 본회의를 열어 질병관리본부를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르면 9월 차관급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거듭나고, 감염병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지정돼 독자적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정 본부장은 초대 청장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에도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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