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언론 사상 단일 주제 최장기 기획인 시사저널의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는 1989년 창간 이후 31년째 계속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오피니언 리더들인 행정관료·교수·언론인·법조인·정치인·기업인·금융인·사회단체인·문화예술인·종교인 각각 100명씩 총 100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여론조사 전문기관 ‘칸타퍼블릭’과 함께 했다.
‘전체 영향력’을 비롯해 정치·경제·언론·문화예술 등 13개 부문에 걸쳐 각 분야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총망라됐다. 6월22일부터 7월15일까지 리스트를 이용한 전화여론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자는 남성 72.2%, 여성 27.8% 비율이며, 연령별로는 30대 23.6%, 40대 33.3%, 50대 32.9%, 60세 이상 10.3%다. 각 문항별 최대 3명까지 중복응답을 허용했다.
임기가 종반으로 치닫는 문재인 정부의 진짜 위기는 딱히 내세울 만한 정책 결과물이 없다는 점이다. 선제적인 코로나19 방역으로 이 모든 문제를 가릴 순 없는 노릇이다. 특히 경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정권과 지방권력에 이어 의회권력까지 ‘싹쓸이’했기에 이젠 더 이상 핑계를 댈 수도 없다.
정부가 그토록 오매불망 목을 매던 남북관계도 연내 급진전되기 힘든 상황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화파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북한은 몇 달째 아무런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월7일(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개인 골프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재선된다면 북한과의 협상에 신속히 나서겠다”고 밝혀 대선 전 깜짝 이벤트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 1, 2위에 올랐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목률은 각각 17.3%와 16.4%였다. 올해는 순위만 바뀌었다. 김 위원장이 30.9%로 1위, 트럼프 대통령은 24.6%로 2위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이뤄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우선 협상 파트너가 바뀐 것과 일맥상통한다. 지난해까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테이블을 걷어차고 나온 미국을 달래야 했다면, 올해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킨 북한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게 더 시급하다.
여권 내 대북 협상 핵심 관계자들도 한목소리로 한미워킹그룹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대북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우선순위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임기 내 도드라진 성과를 내야 하는 게 급선무인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북한과 미국 두 정상에게 더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거취 논란 계속되는 노영민 실장 영향력 작아
3위는 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인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지했다. 지목률은 지난해(13.0%)와 비슷한 수준인 12.9%였지만, 순위는 한 단계 올라섰다. 민주당 대표에 도전하는 이낙연 의원이 4위(10.9%), 이해찬 당 대표는 5위(9.3%)였다. 현 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는 2018년 1위에서 지난해 6위, 올해는 7위(8.4%)로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조사에서 임 특보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지난해 5위, 올해는 6위(9.0%)를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현 청와대 비서실장(노영민·8.1%)이 전직 비서실장(임종석)보다도 순위가 더 낮았다는 점이다. 노 실장은 집값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실패를 책임지고 최근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바 있다. 비서실 장악을 놓고 최근 논란이 불거진 것은 노 실장의 여권 내 영향력이 그다지 크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낙연 의원의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동 9위(5.0%)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