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과 정부 따로 노는 ‘올림픽 의지’
  • 류애림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5 16:00
  • 호수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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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3분의 2 “내년 도쿄올림픽 중지 또는 재연기해야”
정부 “반드시 실현할 것”

“(올림픽) 중지는 안타깝지만, 코로나19 특효약 등을 확보하는 게 가능하다는 전망도 없는 상태에서 개최하는 것은 무책임합니다. 올림픽 탓에 감염이 확대되면 (일본은) 전 세계에 얼굴을 들 수 없을 겁니다. 이벤트 한 번 불을 지피는 것으로 경제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이 카지노와 다름없는 발상입니다.”

지난 7월5일 치러진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레이와 신센구미(れいわ新選組)’ 후보 야마모토 다로는 도쿄올림픽 중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현 도쿄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가 올림픽에 집착하는 이유를 “자기 주위에 (올림픽과)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거기에 더해 “올림픽을 열어 도지사로서 이름을 남기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점은 아베와도 공통된 부분”이라며 “이런 발상으로는 국민과 도쿄 도민을 위한 정치가 불가능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과는 올림픽 개최를 약속한 고이케 지사의 당선이었다. 

올림픽 개최지의 수장을 뽑는 선거니만큼 지난 7월의 도쿄도지사 선거에서는 올림픽을 둘러싼 개최·재연기·중지 여부가 코로나19 대책과 함께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됐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의 후보 다치바나 다카시는 가두연설에서 “4년 후 (2024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파리도 준비가 늦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을 포함해 모든 올림픽을 2년 후로 옮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올림픽을 재연기해 2022년에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모리 요시로 2020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왼쪽)이 4월16일 (현지시간)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화면 속)과 1년 연기된 대회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EPA 연합

“올림픽 예산을 코로나 대책에 썼으면” 

고이케 유리코가 도지사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올림픽 개최 의지를 도쿄 도민들이 평가해서라기보다, 현직 도지사로서 코로나19에 대응했던 경험과 지명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도쿄도지사 선거를 전후해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내년 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에 회의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월19~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간소화해 개최해야 한다’는 대답이 46%, ‘지금 상황을 생각해 보면 중지는 불가피하다’는 대답이 43%였다. 7월18~19일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질문에 33%가 ‘내년 여름에 개최’, 32%가 ‘재연기’, 29%가 ‘중지’라고 각각 답했다. NHK의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7월17일부터 3일 동안 이루어진 조사에서 내년 7월에 ‘개최해야 한다’고 대답한 사람은 불과 26%로, ‘다시 연기해야 한다’(35%), ‘중지해야 한다’(31%)에 비해 가장 낮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중지해야 한다’는 이유로는 54%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이 지속될 것 같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일본 국내 감염 확대가 걱정된다’ ‘올림픽 예산을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대책에 썼으면 한다’는 이유를 댄 대답이 각각 14%로 뒤를 이었다. ‘다시 연기해야 한다’ ‘개최해야 한다’는 응답의 경우, 가장 많은 사람이 중지될 경우 ‘선수들의 노력이 보상받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도쿄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는 어렵사리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비록 예선 경기라도 좋아하는 축구 티켓 예매에 성공해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최근 환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아무래도 이 상황에서는 내년에도 올림픽이 열릴 가능성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선수들의 노력이 보상받았으면 하기에 어렵더라도 개최되거나, 아니면 재연기라도 되었으면 하는 희망도 품고 있다. 

도쿄 근교의 요코하마에 거주하는 B씨의 경우 내년 여름에 개최했으면 하는 쪽이다. 재연기로 질질 끌 바에는 빨리 개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으로, 코로나 대책을 잘 세워 오히려 코로나를 극복한 대회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투입된 세금과 재정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무리해서라도 내년 여름에 개최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C씨의 경우 원래부터 올림픽을 반대했고, 중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오직 올림픽용으로, 올림픽 이후엔 쓸모없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 무의미하고 일시적인 올림픽 효과로 사회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사고”라며 올림픽 개최 자체에 회의적인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내 스포츠도 거의 관중 없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계적 대회를 개최할 생각인지 전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고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7월23일 도쿄에서 한 소년이 연기된 올림픽의 카운트다운 시계를 가리키고 있다. ⓒEPA 연합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 불가능” 중론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불안 속에 재연기나 중지를 바라는 여론을 뒤로하고, 일본 정부는 내년 7월 개최를 목표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올림픽을 진행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책 조정회의’를 9월4일 발족시켰다. 도쿄도의 대회조직위원회와 연계해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개최 시나리오를 일본 국민은 물론 세계에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첫 회의에서는 앞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로 선수와 관중의 검사 방법과 빈도, 선수촌과 경기장의 감염 방지책, 감염자가 발생했을 경우의 치료 체계 정비 등이 제시되었다. 

또 출입국 관리에 대해서도 검토할 예정이다. 올림픽에는 206개국에서 약 1만1000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미즈기와(水際)정책(외국인 입국 거부 정책)의 일환으로 159개국이 원칙적으로 입국 거부 대상으로 지정돼 있기에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은 코로나19를 수습하고 어떻게든 도쿄올림픽을 실현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내년 7월 개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준비상황을 관리·감독하는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9월7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도쿄올림픽은 2021년 7월23일 개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본 내에서는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IOC는 7월 총회에서 코로나19 대책을 철저히 하고 대회를 간소화하게 치르는 것으로 정했다. 무관중으로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관중 수를 줄일 것인가 등 간소화 방법도 앞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전 올림픽 담당장관이었던 스즈키 준이치 자민당 의원은 9월6일 한 방송에 출연해 “만약 감염증으로 인해 10여 개국이 참가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숫자상으로는 올림픽이 성립된다”며 일부 국가와 지역의 참가 없이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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