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에 화웨이 반도체 구매 ‘올스톱’…한국 기업 영향은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09.15 12:1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출 감소로 단기적인 영향 불가피
반사이익 기대 등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
“거래처 다변화 등 업계 대응에 따라 달라질 것“
3월8일 중국 베이징 한 빌딩 너머로 비치는 화웨이 소매점 간판.  ⓒ 연합뉴스
지난 3월 중국 베이징 한 빌딩 너머로 비치는 화웨이 소매점 간판 ⓒ 연합뉴스

세계적인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를 상대로 한 미국 정부의 초강력 제재가 15일(현지 시각) 발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미 상무부의 사전 허가 없이는 화웨이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없다.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는 미·중 갈등으로 불거진 제재가 현실화하며 상당 기간 불확실성 속에 기업 경영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국내 기업에 큰 타격을 주지 않을거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날부터 화웨이와의 모든 신규 거래를 중단했다. 화웨이는 삼성전자의 5대 공급사 중 한 곳이며, SK하이닉스는 화웨이와의 거래가 차지하는 매출이 전체의 1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의 반도체 수출액 중 대 중국 비중은 전체 41.1%에 달한다. 이 기간 반도체 총 수출액 547억4000만 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 달러가 중국을 상대로 한 거래다. 

두 번째로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는 홍콩이다. 이 기간 113억7500만 달러가 수출돼 전체의 20.8%를 차지했다. 홍콩 수출 물량에는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것도 포함돼 있어, 실제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의 반도체 수출량은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평판디스플레이 및 센서 수출액은 38억2200만 달러로, 수출 비중은 43.7%였다. 베트남(44.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반도체 업계는 수출 금지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000만 달러(약 112조)임을 고려할 때 비중이 아주 크진 않다. 그러나 단기적인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번 제재가 우리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상황을 예의 주시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 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시장 등 반도체 외의 분야에서 화웨이의 부진에 따른 점유율 반등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화웨이가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스마트폰 등에서 생산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 타 경쟁업체들이 그만큼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의 오포(Oppo)나 샤오미 등은 일찌감치 하반기 스마트폰 생산량 목표치를 올리는 등 판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5G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 중인 화웨이의 위축으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로 추산했다. ⓒ 연합뉴스
증권 업계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3.2%(7조3000억원), SK하이닉스는 11.4%(3조원)로 추산했다. ⓒ 연합뉴스

화웨이에 스마트폰용을 비롯한 OLED 패널을 공급해 온 삼성과 LG 등 디스플레이 업계는 국내 업계 의존성이 낮아 큰 타격이 되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의 한 종류인 디스플레이 패널 구동 칩도 제재 대상에 포함돼 우려가 있긴 하지만, 화웨이 공급 비중이 적고 이 물량을 다른 업체에 공급하거나 거래처를 다변화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화웨이는 미국 정부의 제재 발효를 앞두고 반도체 등 재고 부품을 대량 확보하는데 집중했다. 주요 외신은 화웨이가 최장 6개월 가량을 버틸 수 있는 부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화웨이가 핵심 반도체 부품의 재고를 많이 쌓아놓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우리의 단기 수출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업체로 수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