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속 한국]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대한민국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05 10:00
  • 호수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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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클럽’ OECD 통계로 본 ‘세계 속 한국’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간단한 질문이지만 답하기 쉽지 않다. 우리의 정체성을 짚는 질문이면서 동시에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묻는 질문이기도 해서다. 

누군가는 이 질문에 ‘자부심’을 갖고 답할 수 있다. 21세기 한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 식민지를 벗어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유일한 나라다. 자랑스러운 나라다. 

정반대 스토리도 있다. 고착화되는 저출생·고령화, 청년실업, 불평등·양극화 등 오늘의 한국엔 풀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다. 청년들은 이 나라를 ‘지옥’이라는 의미로 ‘헬조선’이라 부른다.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에서 허덕인다.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의미하는 바는 대체 무엇일까. 

희망과 기대, 갈등과 모순이 뒤섞인 상황.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다층적이다.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고 하지만 이럴 때야말로 ‘비교’가 필요하다. 우리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해야 고칠 것은 고치고, 잘하는 것은 더 잘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속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 내 우리의 위치를 파악해 봤다. 

OECD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을 반영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1.0%로 낮췄다. 0.2%포인트나 하향 조정됐음에도 이 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20개국(G20) 중 중국(1.8%)에 이은 2위다. OECD 중에선 1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3.1%가 제시됐다. 한국 경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한국은 3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OECD에서 자랑스러운 1위, 부끄러운 1위를 동시에 기록하고 있다. ⓒEPA 연합

자랑스러운 1위, 부끄러운 1위

부끄러운 1위도 있다. 한국 인구 10명 중 6명 가까이는 세계보건기구에서 권고한 수준의 2배가 넘는 초미세먼지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1위다. 더 부끄러운 1위도 있다. 우리 노인 빈곤율은 OECD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리고 이 결과는 노인 자살률 부동의 1위라는 참혹한 결과를 매년 낳고 있다. ‘매일 고려장 치르는 나라’라는 말은 2020년 대한민국에선 거짓말이 아니다. 

한국은 압축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한 나라다. 예전엔 ‘달성’에 방점이 찍혔다면 최근엔 ‘압축적’에 초점이 맞춰진다. 압축적 성과에는 미뤄뒀던 갈등과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이제 ‘한민족’은 없다. 세대, 소득, 지역, 계층, 성별 등에 따라 너무나 다른 삶을 산다. 과거와 현재, 미래 세대가 같이 사는데, 서로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다. 같은 시간에 살고 있으나, 같은 시간 속에 살고 있지 않다. 

당신에게 다시 묻는다.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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