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리더-의학·과학]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1 14:00
  • 호수 161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인의 유전변이 지도를 만들다

고영일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혈액암 환자에게 맞춤 치료법을 제시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백혈병,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이 혈액암이다. 그가 맞춤 치료법을 제시하는 근거는 유전체 분석에 있다. 

지금까지 암 치료 결정은 혈액검사, CT(컴퓨터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등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고 교수는 환자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치료 방향을 잡는다. 같은 암이라도 환자의 유전체 돌연변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전체 돌연변이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이 모인 국제암유전체컨소시엄(ICGC)은 2018년 전 세계 암 환자 2만5000명의 유전체에 나타난 유전자 변이 분석을 완료한 바 있다. 고 교수도 2012년부터 ICGC에 참여해 한국인 급성 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 맞춤형 치료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까지 50%에 못 미쳤던 다발성 골수종 환자 생존율은 최근 들어 70%에 육박한다. 그는 2005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2010년과 2018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각각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근 연구 성과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관련해 한국인의 유전변이 지도를 완성했다. 이것이 서양의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세계 유수의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현재는 다발골수종에 대한 유전변이 지도 작성을 목표로 연구하고 있다.”

그런 연구는 환자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혈액암센터에서 진료하는 혈액암은 다발골수종, 림프종, 급성 백혈병, 만성 백혈병 등이다. 이들 질환을 열심히 치료하는 것이 관심사다. 21세의 젊은 여자 환자였는데 림프종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백혈병으로까지 진행했다. 매우 힘든 상태에서 고용량 항암치료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았다. 사실 치료 전에는 치료받으면 살 수 있을까 하고 환자는 물론 보호자도 절망과 걱정 속에 살았다. 그러나 치료 후 현재 건강한 모습으로 집에서 생활하면서 이따금 외래진료를 받고 있다. 병을 잘 이겨낸 사례여서 기억에 남는다.”

환자들에게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가. 

“혈액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매우 두려워하고 걱정한다. 이런 환자가 편안하고 쉽게 치료받도록 하는 의사가 되고 싶다. 다른 종양과 달리 혈액암은 그 특성상 힘든 고비만 잘 이겨내면 많은 경우 완치도 가능하고 굉장히 오랜 기간 병이 없는 상태로 지낼 수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힘든 고비를 의료진과 함께 잘 이겨내면 좋겠다.”

ⓒ일러스트 신춘성
ⓒ일러스트 신춘성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