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 막자”…美대선 사전투표에 ‘흑인층 결집’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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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층, ‘백인우월주의’ 트럼프 재선 막으려 결집
2008년 오바마 대통령 당선 당시 결집력 수준
10월11일(현지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중심가의 루프 슈퍼사이트에 유권자들이 대선 사전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벌써 660만 명이며 2016년 대선보다 10배가 넘는 숫자라고 보도했다. 특히 흑인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열풍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10월11일(현지 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중심가의 루프 슈퍼사이트에 유권자들이 대선 사전투표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한 사람이 벌써 660만 명이며 2016년 대선보다 10배가 넘는 숫자라고 보도했다. 특히 흑인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열풍이 거센 것으로 나타났다. ⓒ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시작된 사전투표에 흑인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백인우월주의로 여기는 흑인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19일(현지 시각) 사전투표에 흑인 유권자가 기록적으로 몰렸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전투표는 우편투표와 조기 현장투표로 분류되는데, 특히 조기 현장투표에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주는 투표 첫날인 10월15일 흑인의 비율이 30%가 넘어 4년 전 대선(23%)보다 훨씬 높았다. 같은 날 기준 조지아주 사전투표에서는 흑인 비율이 32%를 기록했고, 디트로이트·밀워키 등지에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WP는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기 위해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디트로이트 주의 한 흑인은 사전 투표를 한 이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또 사전투표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를 뽑았다는 한 흑인 유권자는 “내 아들 때문이다. 아들이 영리하든 공부를 잘하든 상관없이 사람들이 그를 ‘흑인’ 남자로만 볼 뿐”이라고 말했다.

이 언론은 최근 흑인 유권자의 사전투표 열풍은 2008년 대선 때 버락 오바마 후보를 첫 흑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결집했던 당시보다 뜨거운 수준이라고 전했다. WP는 “10개 주에서 흑인 유권자를 인터뷰해보니 그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심각한 각오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미국의 민주주의가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라고 본다”며 “일부 유권자는 ‘오바마 때보다 더 투표하고 싶다’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흑인 유권자는 이번 대선을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드러난 흑인 취약계층의 생사 문제와 결부해 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지난 5월 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에 의해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촉발된 인종차별 시위는 여전히 미국 내에서 많은 갈등을 낳고 있다. 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감염률이 흑인이 백인보다 2배가량 높고, 입원할 확률은 5배, 사망할 확률은 2배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자를 부인하지 않는 인종 차별주의적인 태도를 보이자 흑인 유권자들이 이번 대선에 흑인차별에 대한 항거라는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흑인 유권자의 대부분은 바이든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다. WP와 NBC가 지난달과 이번 달에 실시한 여론조사결과에서 흑인 유권자의 바이든 후보 지지율은 92%에 달했다.

지난 10월12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벨 오디토리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월12일(현지 시각) 미국 대선 사전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유권자들이 조지아주 오거스타에 있는 벨 오디토리움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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