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월성1호기 가동중단에 유리하도록 ‘경제성’ 저평가”
  • 서지민 객원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0 16:2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근거된 ‘경제성 평가 보고서’에 한수원·산업부 개입 정황
평가 보고서에 활용된 원전 평균 이용률·판매 단가 낮게 책정
감사원의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결정의 근거가 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한수원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가동중단에 유리하도록 경제성을 저평가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10월20일 발표했다. 사진은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1호기 ⓒ연합뉴스
감사원의 감사 결과, 월성 1호기 가동 중단 결정의 근거가 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한국수력원자력의 개입 정황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가동중단에 유리하도록 경제성을 저평가했다’는 내용의 감사 결과를 10월20일 발표했다. 사진은 경주시 양남면에 위치한 월성 1호기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결정에 대해 감사원이 ‘과도하게 경제성을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 

감사원은 20일 오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근거가 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된 것을 한수원 직원들이 알면서도 이를 보정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즉,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낮게 책정함으로써 조기 폐쇄 결정에 유리하게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삼덕회계법인이 2018년 6월11일 한수원에 제출한 용역보고서는 ‘월성 1호기가 계속 가동될 경우 즉시 가동을 중단한 경우보다 경제성이 낮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문제는 삼덕회계법인이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제공한 월성 1호기 원전 이용률과 전기판매 단가 데이터 등을 제대로 보정하지 못하도록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2018년 5월3일, 5월7일, 6월11일 경제성 평가에서 원전 평균 이용률을 각각 85%, 70%, 40%(비관)·60%(중립)·80%(낙관)로 적용했다. 세 차례의 평가에 따라 원전 판매단가는 1kWh당 평균 63.11원→60.76원→51.52원으로 낮아지면서 예상 전기 판매수익도 1조3106억원→1조369억원→7511억원으로 낮아진 것이다. 

감사원은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 데 유리한 내용으로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가과정에서 관여해 경제성 평가업무의 신뢰성을 저하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아 판단을 내놓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라며 “이런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 1호기 가동중단 결정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또 감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도 평가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산업부 직원들은 월성 1호기의 조기폐쇄 결정과 즉시 가동 중단 방침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한수원이 이외의 방안을 고려하지 못하게 했다”며 “당시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은 이를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도 내버려 뒀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이 10월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작년 9월 감사원에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관련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10월20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 결과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는 작년 9월 감사원에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관련 감사를 요청한 바 있다. ⓒ연합뉴스

다만 감사원은 한수원 보고서 관련자에 대해 직접 고발 등의 징계 관련 조치는 하지 않을 예정이다. 다만 백 전 장관의 경우 재취업 및 포상 등에 활용될 수 있도록 감사 자료를 당국에 통보하고, 수사기관이 이번 사안을 수사할 경우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를 송부하기로 했다. 

월성 1호기는 문재인 정부 들어 조기 폐쇄 결정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1982년 11월 가동이 시작된 월성 1호기의 설계 수명은 2012년 11월까지였지만 한수원이 전면 개·보수하면서 2022년 11월까지 수명이 10년 연장된 바 있다. 그러나 2018년 6월 한수원은 ‘경제성이 없다’는 문제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에 국회는 작년 9월 한수원의 결정에 대한 감사를 요구하면서 감사원이 1년 여간 감사를 진행하고 이날 결과가 발표됐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