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승자와 패자 [김상철의 경제 톺아보기]
  • 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4 10: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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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실물과 자산시장 괴리 커져…오로지 유동성 때문일까?

지난 2분기 세계경제 성장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중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냈다. IMF(국제통화기금)가 발표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4%.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사망자는 벌써 100만 명을 넘었는데,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나오지 못했다. 북반구에는 겨울이 다가오면서 재확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0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10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코로나 팬데믹 후 글로벌 주가 상승률 50%

그럼에도 자산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세계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50%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코스닥지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 주택시장도 비슷하다. 미국은 주택시장 거품이 한창이던 2007년보다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5%나 하락했던 선진국의 주택 가격은 코로나19 확산에도 오히려 상승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했던 지난 2분기 G7 국가의 주택 가격이 1년 전보다 평균 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 이후 심해진 실물과 금융의 괴리 이유로는, 재정 당국의 정책 대응과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가 우선 꼽힌다. 저금리와 유동성의 힘이 기업들의 실적 둔화를 메워줬다는 설명이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평균 2%포인트 인하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영국과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 머무르지 않고 회사채 시장을 직접 지원하는 등 전례 없는 규모로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이나 일시적 휴직 지원금, 복지 지원 확대 등으로 시장에 푼 돈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한다. G7 국가의 경우 지난 2분기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1000억 달러 증가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는 지금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한시적 성격의 비상 대책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면 다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풀린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연준이 갑자기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재정 당국의 경기 부양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2차 지원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당분간 금리가 다시 상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시장이 확신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금,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모두 값이 뛴다. 확실히 유동성은 금융시장 반등의 이유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제 상황을 한두 가지 지표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자칫 현실을 왜곡하기 쉽다. 지금의 상황은 시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 변화의 결과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코로나로 가속화된 디지털 시대의 승자와 패자를 드러낸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은 평등하지 않다. 정부의 세수만 해도 경기 침체의 규모만큼 감소하지는 않았다. 원래 세금을 적게 내던 저소득자가 주로 코로나19에 따른 실업자가 됐기 때문이다. 구석진 골목의 구멍가게와 세탁소, 영세 제조업체, 건설 현장의 근로자는 코로나19 충격을 버텨낼 만큼의 여력이 없다. 유례가 없는 초저금리도 의미가 없다. 금리가 낮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자금 조달 금리는 경제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을 더한 값을 웃돈다. 누구나 부담이 줄었다고 하기는 어렵다. 많은 기업은 투자를 통해 비용을 제외하고 이윤을 낼 형편이 되기 어렵다.

반대로 전례가 없는 호황을 누리는 곳들도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오히려 도약의 계기가 된 기업들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는 곳은 대형 기술기업들이다. 컨설팅회사 맥킨지의 추정에 따르면 기업의 디지털화 속도는 과거라면 7년 정도 걸려야 했을 변화가 올 한 해에 이루어질 정도로 빨라졌다. 선두기업들은 컴퓨터, 통신 장비 및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축적을 통해 생산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글로벌 IT기업들은 막대한 이익을 바탕으로 수많은 M&A(인수·합병)를 거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고, 페이스북과 구글 지주회사 알파벳, 아마존 등은 각각 매출이 17.2%, 13%, 26.4%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이버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6.7% 늘어났다.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 142% 증가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만이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147곳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35조4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4%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아니다.

10월2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문 닫은 상점 유리창에 코로나19로 인한 ‘임시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연합뉴스

디지털화 속도 내면서 기업 실적도 ‘극과 극’

디지털 전환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다.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있고, 뒤처지는 기업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5G,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이 또 기다리고 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나면 살아남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은 더 강화된다. 기본적으로 주가는 기업이 가진 미래의 성장성을 반영한다. 수익 급증에 더해 시장 지배력까지 강화하고 있는 선두기업들의 주가 상승은 놀랄 일이 아니다. 물론 근거가 있는 주가 상승이라고 해서 금융시장에 흔히 말하는 비이성적 과열이 전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10개월 사이에 다섯 배로 늘어났지만, 매출은 8.8% 성장했을 뿐이다.

그러나 모든 현상을 오로지 넘치는 유동성 때문이라고만 보는 것도 합리적인 해석은 아닐 것이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면서 지역과 산업에 따라 양극화가 더욱 현격해질 것이라며 알파벳 ‘K자’ 형태의 경기 회복을 전망했다. 물론 개인도 마찬가지다. IMF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하루 소득이 1.9달러 미만인 극빈층은 8000만 명에서 9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10억 달러 이상 재산을 보유한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오히려 불어났다. UBS에 따르면 올해 세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27.5%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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