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3 14:00
  • 호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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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에 윤석열 총장, 국감에서 작심 비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 극에 달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듯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또다시 정면으로 충돌했다. 추 장관은 10월19일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건’에 대해 윤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튿날엔 윤 총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윤 총장은 즉각 ‘중상모략’이라고 맞받아쳤다. 10월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서는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말 그대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이런 와중에 라임 사건을 맡은 서울남부지검의 박순철 검사장은 윤 총장에 대한 국감이 시작되기 직전 사표를 던졌다. 박 검사장은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 전반을 수사할 특별검사 도입 법안을 발의했다. 이번 발의에는 국민의당 의원들(3명)과 무소속 홍준표·윤상현·김태호·박덕흠 의원 등 총 110명의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야당의 라임 특검은 ‘최순실 특검’의 1.5배에 이르는 규모다. 법안에 따르면, 파견 검사 30명, 파견 공무원 60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했고, 대통령이 4명의 특검보를, 특검이 60명 이내의 수사관을 각각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수사 대상에는 라임·옵티머스 펀드와 연관된 금융 사기뿐만 아니라 정·관계 인사들의 로비 의혹까지 포함됐다. 내년까지 내다보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프레임 싸움이 본격화했다. 야당이 특검 카드를 꺼내들면서 라임 및 옵티머스 사건은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윤 총장이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윤 총장과 추 장관의 대립도 계속될 전망이다. 윤 총장은 “거취 문제는 아직 임명권자께서 말씀이 없고, 임기라는 것은 취임하며 국민과 한 약속이다. 어떤 압력이 있더라도 제가 할 소임을 다할 생각이다”면서 “총선 이후 민주당에서 사퇴하라는 이야기 나왔을 때도 (대통령이)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서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추 장관 역시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남부지검장이 사표까지 내자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추 장관은 전혀 개의치 않고 있다. 즉각 입장을 내고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흔들림 없이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진실 규명에 전념할 것을 당부드리며, 독립적인 수사지휘 체계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금명간 후속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승자 없는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두 사람의 끝 모를 갈등은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추미애-윤석열 두 사람의 최근 주요 충돌 지점과 양측 주장을 정리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추 장관은 10월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야당과 언론은 ‘사기꾼의 편지 한 통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고 맹목적 비난을 하기 전에 국민을 기만한 대검을 먼저 저격해야 한다”며 “‘중상모략’이라고 검찰총장은 화부터 내기 전에 지휘관으로서 성찰과 사과를 먼저 말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은 “중범죄를 저질러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정말 비상식적”이라면서 “수사지휘권은 장관이 의견을 낼 필요가 있을 때 검찰총장을 통해서 하라는 것이지 특정 사건에서 지휘를 배제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대부분 법률가가 검찰청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

윤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장관의 부하라면 정치적 중립과 거리가 먼 얘기가 되고 검찰총장이라는 직제를 만들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관은 기본적으로 정치인, 정무직 공무원”이라면서 “전국 검찰을 총괄하는 총장이 장관의 부하라면 수사와 소추가 정치인의 지휘에 떨어지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나 사법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지난 1월 윤 총장이 인사 관련 의견을 개진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내 명을 거역했다”는 표현을 써 ‘왕조시대의 법무장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6월에도 “(윤 총장이) 내 지시를 절반 잘라 먹었다” “겸허히 장관 말을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캐내기 위한 ‘준사법기관’이다. 검찰총장은 정부·여당에 치우칠 수밖에 없는 법무장관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을 지키는 방패 역할을 한다”면서 “검찰총장 1인에게 수사지휘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임기 2년을 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라임자산운용(라임) 펀드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10월22일 사의를 표명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 라임 수사, 문제 없었나

추 장관은 수사지휘서를 통해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됐다”면서 “현직 검사들에 대한 향응 접대와 다수의 검찰 관계자에 대한 금품 로비가 있었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고도 관련 보고나 수사가 일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사팀을 이끌었던 박순철 전 남부지검장은 “검사 비리는 김봉현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를 하지 않았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쯤 전임 남부지검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면담에서 보고서를 작성해 총장에게 보고했다”면서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고, 8월31일 그간의 수사 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 저를 비롯한 전·현직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해 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 인사 논란, 추 장관 아들 수사, 조국 수사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월 추 장관이 “윤 총장에게 인사 의견을 물었지만 명을 거역하고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 “추 장관이 전화해 (직접) 초안을 짜라고 했다”며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추 장관께서) 저에게 초안을 짜라고 해서 ‘아니 장관님, 검찰국에서 기본 안이라도 해서 주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본인은 제청권자고 인사권자가 대통령이라서 인사안이 청와대에 있을 거다. 청와대에 연락해서 받아 보시고 의견 달아서 주세요’(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는 펄쩍 뛰었다”고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추 장관 아들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수장 가족 관련 사건이어서 대검 차장에게 지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조남관 대검 차장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 핵심 참고인인 지원장교 진술의 번복 경위에 대해 보완수사를 지시했다”면서 “보완수사를 지시했지만, 서울동부지검에서 결론이 안 바뀔 것 같다고 강력하게 주장해 무혐의로 결론 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박상기 전 법무장관이 “‘윤 총장이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언론 인터뷰에 대해 “박 전 장관이 압수수색 당일 저를 좀 보자고 해서 만났다”면서 “(박 전 장관이) 어떻게 하면 선처가 될 수 있느냐고 물어서 ‘야당과 언론에서 자꾸 의혹 제기를 하는데, 만약 여기서 사퇴를 하면 조금 조용해져 저희도 일 처리를 하는 데 재량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장관이 먼저) 말씀을 하셨기 때문에 저도 의견을 드린 것이다. 제가 무슨 그분에게 그런 뜻(조 전 장관 사퇴)에서 말씀드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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