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 왜 왔나” 박정희 추도식서 야유 세례 받은 김종인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0.2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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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국민의힘 지도부에 고성·막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지 않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서 박 전 대통령 묘소에 헌화하지 않고 행사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가 보수 지지자들로부터 고성과 야유 세례를 받았다. 

김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2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박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등도 찾았다.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은 개식사에서 "세월이 하수상하니 세상 물정이 물구나무선 오늘"이라며 "형형했던 대한민국의 기상이 볼품없이 시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님의 따님(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도 박정희 시대부터 쌓아 올린 경제력과 국가재정,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한 제도, 그리고 의료 및 통신 인프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의장은 "지금 권력자들은 이 빛나는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전쟁에서 구해낸 큰 어른들의 묘를 이곳 현충원에서 파내자는 패륜적 언동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고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국민의 생각과 기대의 높이를 더 일찍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이토록 우리들 마음이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이토록 뒤집히고 이토록 수모를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강 전 의장의 추도사가 끝나자 참석자 일부는 박수를 쳤지만,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추도사를 묵묵히 들은 뒤 별도로 박수를 치진 않았다. 이후 주 원내대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조문 일정으로 먼저 자리를 떴다. 

김 위원장이 따로 헌화를 하지 않고 행사장을 뜨려하자 현장에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기 왜 왔느냐", "빨갱이가 왔나봐", "보수를 망치지 말라", "보수를 버리면 뭐로 할 거냐. 물러가라"는 등의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김 위원장의 앞을 가로막으며 통행을 방해하기도 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해 달라"며 김 전 위원장과 국민의힘 지도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같은 소란에 별다른 반응이나 대답을 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 나간 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지난해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는 보수 정당 정치인들을 향한 비판과 항의가 빗발쳤었다. 2019년 10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추도식 현장을 찾았을 때 보수 지지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며 황 대표를 향해 "배신자"라는 거센 항의를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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