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200만원 재테크’에 필요한 전략은 따로 있다”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5 15: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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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눈높이 재테크 선생님 ‘돈쌤’ 정현두 강사

바야흐로 재테크 시대다. 너나 할 것 없이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영끌 투자’도 유행이다. 더 이상 월급으로는 답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절박함은 조급함을 낳고 있다. 기본기를 충분히 다지지 않은 채 남들이 좋다는 곳에 ‘묻지마 몰빵 투자’를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주식을 환불해 달라”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큰 실패를 줄일 수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눈높이 교육이다. 그래서 ‘돈쌤(돈 이야기 하는 선생님)’ 정현두 강사를 찾았다. 그는 《돈워리스쿨》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재테크 초보들에게 오랜 시간 길잡이 역할을 해 왔다. ‘월급 200만원을 받는 이들을 위한 돈 되는 수업’을 지향하는 그에게 재테크의 기본기와 최근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시사저널 경제 유튜브 채널 ‘돈병상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재테크를 할 때 꼭 지켜봐야 하는 변수는. 

“유동성이다. 시장에 돈이 풀리고 있는지,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지를 가장 먼저 봐야 한다. 코로나19 쇼크로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주식도 부동산도 오히려 크게 올랐다. 코로나19 쇼크는 여전한데 말이다. 시장에 엄청난 규모의 돈이 풀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산 가격의 상승이 있었다.”

유동성의 방향은 어떻게 확인하나.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핵심 플레이어인 미국이 지금 돈을 풀고 있는지 여부다. 그래서 미국의 정책과 금리가 중요하다. 당연히 달러의 흐름, 즉 환율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내가 지금 몸을 사려야 할지,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지 여부도 감에 맡기지 말고 이런 지표들에 기초해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월수입 200만원으로도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매달 200만원의 수입이라면 일단은 살아남는 것이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일터, 업(業)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그다음은 당연히 저축이다. 월세를 내는 상황이 아니라면 수입의 70% 정도는 저축 혹은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축 규모가 너무 많지 않나. 

“사회초년생들은 ‘세상에 쓰고 남는 돈은 없다’는 점을 빨리 인식해야 한다.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면 저축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200만원의 수입이 있다는 얘기는 200만원을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은 눈앞에 큰돈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쓰고 싶어진다. 그래서 수입 중 저축해야 할 금액은 미리 덜어놔야 한다. 적금처럼 돈이 묶이는 게 싫고 그럴 상황이 안 된다면 최소한 다른 통장으로 미리 예약이체라도 해 둬야 한다. 생활비 통장에 따로 50만원이 들어 있는 것과 그냥 월급통장에 200만원이 들어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보면 차이가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잔인한 이야기다. 행복도 중요한 삶의 요소인데.

“맞다. 그럼에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면, 언젠가 나도 월세를 받고 사는 삶을 꿈꾼다면 그 정도는 해야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소비라는 것이 참 묘하다. 소비는 유턴이 안 된다. 한 번 좋은 걸 쓰고 좋은 걸 먹다 보면 다시 뒤로 가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사람의 욕망이라는 것이 당연히 좋은 걸 찾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너무 빨리빨리 가면 목표가 사라져 재미가 없어진다. 단기적 욕망을 좀 누르고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의 삶을 추구하면 좋다. 삶을 단순하게 만들자. 어차피 나중에 나이 들어 가정을 꾸리고 역할이 많아지면 삶은 굉장히 복잡해진다. 할 수 있을 때 삶을 단순하게 가져가고 자신에게 투자하기를 권하고 싶다.”

월급이 스쳐 지나간다는 말도 많다. 

“개인의 씀씀이를 전월과 비교하지 말고 전년과 비교해 볼 것을 추천한다. 경제 뉴스를 보면, ‘수출이 전년과 비교해 얼마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라고 하지 않나. 개인들도 이런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준비생일 때와 직장인일 때의 씀씀이 규모가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하지만,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지출도 연봉 인상률에 맞춰 5% 안에서 제어하겠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런 목표를 세우게 되면 확실히 지출 습관이 달라진다. 상장기업들은 매년 회계 적정평가를 받아 부실한 성적표를 받아들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사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본잠식 상태라든가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면 이건 개인이 상장폐지 위험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스스로를 냉정한 평가대에 올려보는 게 중요하다.”

신용카드가 소비의 주적이라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용카드 혜택이 분명 차별화됐던 시기가 있었다. 요즘은 아니다. 혜택은 물론이고 발급도 쉽지 않고 한도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종잣돈 모으기가 급선무라면 체크카드를 쓰면 좋다. 그리고 최근엔 지역화폐가 저렴하게 구입해 쓸 수 있게 잘 나온다. 정부가 제시하는 혜택을 꼼꼼히 살펴서 내게 맞게 쓰면 적지 않은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스스로는 월소득 200만원일 때 어떻게 했나. 

“저는 첫 월급이 150만원이었다. 배우고 싶은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사회적 기업에 들어갔다. 커리어를 쌓겠다는 판단이었다. 다른 곳에서 월수입을 50만원 늘리는 것보다는 관련 경력을 쌓아 전문성을 더 높이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사회초년생의 첫 번째 재테크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이 돼야 한다. 연봉협상을 할 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면 투자를 통한 재테크보다는 자기한테 투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남는 재테크라고 본다.”

시사저널 경제 유튜브 채널 ‘돈병상련’에 출연한 정현두 강사 ⓒ시사저널 임준선

최근 주식투자 열풍이 뜨겁다. 어떤 성향의 사람이 주식투자에 잘 맞을까. 

“사실 주식이든 아니든 재테크에 잘 맞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간의 본능대로 움직이면 대부분 실패하는 곳이 바로 재테크 시장이다. 한 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지금의 주식 열풍은 세계적 현상이다. 우리의 동학개미처럼 미국엔 ‘로빈후드’가, 중국엔 ‘부추’라 불리는 청년 투자자들이 있다. 코로나 쇼크로 실물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노동소득만으로는 삶을 영위해 나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변한 것이다. 어차피 힘들 거면 위험을 좀 감수하더라도 재테크에 나서보겠다는 생각이 최근의 투자 열풍에 한몫했다고 본다.”

주식투자를 피해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식은 계속 우상향하는 투자 상품이 아니다. 변동성이 있다. 이 변동성에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오히려 더 나쁜 행동을 하게 되는 투자자들이 있다. 가령 주가가 떨어지면 앞뒤 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더 추가 매수를 하는 식이라면 주식투자는 재고해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초저금리 상황 등을 감안하면 주식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생각이다.”

어떤 이유에서 주식투자를 필수라고 하는 건가. 

“‘72법칙’이라는 게 있다. 복리로 자산이 두 배로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간단히 계산하는 방식으로,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원금의 두 배가 되는 기간을 산출할 수 있다. 최근 은행 이자가 1% 정도인데, 72를 수익률 1%로 나누면 이자가 원금만큼 되는 데 70년 넘게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지금은 돌잔치 때 은행에 돈을 넣으면 칠순잔치를 할 때나 원금이 두 배가 되는 셈이다. 예전에는 상담할 때 ‘어떤 종목이 좋다, 나쁘다’를 주로 말했는데 이제는 ‘뭐라도 사세요’라고 권유하는 상황이다.”

빚내서 주식투자 하는 것은 어떻게 보나.

“우리 민족의 특징이 중간이 없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 쇼크 전에 코스피 지수가 1450까지 떨어질지 누가 알았나. 또 불과 몇 개월 만에 코스피가 다시 2400선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누가 예측할 수 있었나. 예측이 어려운 주식시장에 빚을 내서 뛰어드는 것은 ‘시장의 변수’에 ‘개인적 변수’까지 더해 투자를 이차방정식으로 만드는 꼴이 된다. 이렇게 투자를 어렵게 가져가면 안 된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하는 투자’가 뉴노멀처럼 되고 있다. 

“빚을 과도하게 내서 투자하면 우량주를 들고 있더라도 주가에 일시적 조정이 오면 상황이 복잡해질 가능성이 크다. 생활비 등이 부족해 마이너스 상황이 되면 더 버텨야 할 상황에서 눈물을 머금고 손절할 수도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생활까지 투자의 변수로 노출시킨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다만 어느 정도 재무관리가 되는 분들이 일정 금액을 빌려 투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 1000만원을 투자하려고 했던 걸 1000만원을 대출받아 총 2000만원을 투자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투자금 1000만원은 여윳돈이어야 한다. 만약 그 1000만원에 문제가 생겨 생활이 무너진다면 대출은 물론 투자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형편에 맞지 않는 재테크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산업자본의 금융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은산분리(銀産分離)가 있지 않나. 은행과 산업을 분리해야 하는 것처럼 개인도 마찬가지다. 저는 증권계좌와 생활비 계좌는 철저히 분리한다. 증권계좌에서 아무리 수익이 나도 생활비 계좌로는 이체하지 않는다. 돈을 벌었다고 해서 이걸 빼버리면 복리 효과가 줄어들지 않나. 반대의 경우는 더 위험하다. 그래서 일방통행으로 관리한다.”

향후 주식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유동성 변수를 보면 미국이 최소한 2023년까지 지금의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주식시장에 우호적인 거시적 환경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변수는 코로나19의 치료제와 백신이다. 외신과 전문가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내년 말에는 치료제와 백신 출시가 기대된다. 주식시장은 경제 상황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걸 감안하면 내년에도 크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내년에는 성장주가 이끌었던 올해와 달리 가치주들이 좀 더 힘을 낼 수도 있다고 본다.”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조정을 받고 있는데.

“최근 두 종목의 가파른 성장세를 감안하면 지금 10~15% 정도의 조정은 어떻게 보면 건강한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두 회사가 보여주고 있는 비전에 올라탈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도 엄청나다.

“개인적으론 코로나19 쇼크 이전엔 미국 등 해외 투자 비중이 더 높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미국이 앞으로 나빠질 것이라고 보기보단 국내 시장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 근거는 환율이다. 최근 환율 흐름을 보면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인들조차 원화 자산을 그대로 들고 대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미국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기술주들이 최근 잘나갔는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다면 독점에 대한 우려로 분사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미국 주가를 누르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회사들에 대한 정보의 비대칭성, 언어 장벽 등과 국내 주식시장의 거시적 환경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특히 주식 초보자들은 우리 주식시장에 좀 더 관심을 두길 권한다.”

주식투자를 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변수는 무엇일까.

“일단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하면 좋다. 내가 기술 관련 직종에서 일하면 기술주를, 조선소에 있다면 관다. 그리고 장기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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