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검란·의사파업’ 집단행동에 여론도 ‘단체 응답’
  • 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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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란 청원글 동의 30만 명 육박
검사·의사 ‘집단반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여론 많아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 조직과 의료인 단체의 연이은 집단행동을 지켜보는 여론이 따갑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댓글 검란'으로 이어지면서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은 불과 나흘 만에 30만 명에 육박한 동의를 얻었다. 코로나19 속 강행된 의사 파업 과정에서 해결되지 못한 '국가고시 재응시' 여부를 둘러싼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다. 

두 사안 모두 검찰 개혁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공공의대 설립과 의료인력 증원 등 주요 정책 추진을 앞두고 벌어진 것이어서 이들의 집단행동을 견제하는 여론도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커밍아웃 검사 사표 수리"…불 붙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라는 글에는 2일 오전 10시 현재 29만5700여 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청원은 불과 나흘 만에 청와대 답변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추 장관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지켜보는 여론도 그만큼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정치인 총장이 검찰을 정치로 덮어 망치고 있다"며 "반성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정치검찰이 이제는 아예 대놓고 정치를 하기 시작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찰 중에 대전을 방문해 정치하고, 그를 추종하는 정치 검찰들이 언론을 이용해 오히려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있다"며 윤 총장의 지역 검찰청 방문 행보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성의 목소리는 없이 오히려 정치인 총장을 위해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아 달라. 검찰 개혁의 시작은 커밍아웃하는 검사들의 사표를 받는 일부터 시작이다"라고 주장했다. 

'커밍아웃' 논란은 추 장관이 검찰개혁과 수사지휘권·감찰권 발동을 공개 비판한 이환우(43·39기) 제주지검 검사를 공개 거론하자, 이에 집단반발하는 검사들이 늘면서 '판'이 커졌다. 이 검사는 지난달 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시스템 변화에도 검찰개혁은 근본부터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며 "그 목적과 속내를 감추지 않은 채 인사권·지휘권·감찰권이 남발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추 장관을 비판했다. 

이후 추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보도된 한 기사의 링크를 공유하며 "좋습니다.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입니다"라고 맞불을 놨다. 해당 기사는 2017년 인천지검 강력부 소속 한 검사가 동료 검사의 약점 노출을 막으려고 피의자를 구속하고 면회나 서신 교환을 막았다는 의혹을 다룬 것으로, 해당 검사가 바로 이 검사라는 점을 암시한 것이다. 

추 장관의 응수를 지켜 본 검찰 내부는 부글부글했다. 최재만(47·사법연수원 36기) 춘천지검 검사는 지난달 29일 이 검사에 지원사격을 하며 "저도 이환우 검사와 동일하게 '현재와 같이 의도를 가지고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우리의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저 역시도 커밍아웃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까지 최 검사에 동의와 지지를 보내는 댓글이 230건 넘게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2일 오전 10시 현재 29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 연합뉴스
'커밍아웃 검사 사표 받으십시오'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2일 오전 10시 현재 29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 연합뉴스

'댓글 반발'이 의견 표명을 넘어 더 적극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지 촉각이 집중된 가운데, 윤 총장은 지방 순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감찰 지시가 나오고 내부망을 통한 집단 반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지난달 29일 대전고검과 지검을 방문하며서 8개월 만에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했다. 3일엔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에서 초임 부장검사 30여 명을 상대로 한 강연과 만찬을 갖고, 오는 9일엔 신임 차장검사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 예정돼 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일정이 사전에 확정된 것이란 입장이지만, 감찰 대상이 된 상황에서 지방 순회 행보를 재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이같은 움직임이 검찰 내부를 더 자극해 갈등을 부추기는 형국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망에 "검찰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글을 올리며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을 해야 할 검찰이 또 다시 각종 의혹에 휘말려 '수사 대상'이 된 상황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실형 확정 판결을 받은 점을 언급하며, 2007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전 대통령의 BBK 주가조작 의혹과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점을 지적했다. 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을 둘러싼 수사,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며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데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느냐.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검찰 내부의 반성을 촉구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대 본과 4년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문제를 놓고 정부를 다시 압박하며 '강력한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의대 본과 4년생들의 '국가고시 재응시' 문제를 놓고 정부를 다시 압박하며 '강력한 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 연합뉴스

'국시 재응시' 포기 못한 의협

코로나19 속 대규모 파업을 감행했던 의사들은 의대 본과 4년생들에 대한 '국시 재응시' 기회 부여를 놓고 다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수차례 '국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에 대한 해결을 거듭 촉구하며 의정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앞서 의협은 "의사국시 해결 없는 의정협의체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보건의료체계의 파국을 막기 위해 교수·전공의· 개원의·봉직의 등 의료계 전 직역의 뜻을 모아 강력한 행동으로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향후 대응은 확대·개편 중인 범의료계투쟁위원회(범투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력한 행동'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수위를 뜻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대집 의협 회장이 '투쟁'을 시시한 만큼 지난 파업 때와 비슷한 파업 등의 집단행동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달 31일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시 문제는 금주 중 해결의 수순으로 진입했다"며 "실기 시험을 위한 실무적 프로세스가 진행 중이다. 금주 화요일, 수요일 중 당·정·청의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히며 정부가 국시 재응시를 추진하는데 긍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여당에서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박 입장을 내놓으며 의협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 회장이 당정청 합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자작극적 언론플레이를 즉각 중단하라"며 "최대집 회장의 농단이 묵과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존재하지 않는 당정청 국시 합의설을 흘리며 자기 정치의 도를 넘었다"고 쏘아붙였다. 

여론도 국시 재응시에 대한 의협과 정부 측 대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지난 파업 당시에는 '의사집단을 괴물로 키운 2000년 의료악법의 개정을 청원합니다', '국시 접수 취소한 의대생들에 대한 재접수 등 추후 구제를 반대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파업을 강행하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합니다' 등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에 비판적 시각을 낸 국민청원에 각각 57만 명, 22만 명, 20만 명 넘는 국민들이 동의를 표하며 정부 대응을 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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