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 채용 논란’ 나주시·의회 정면충돌, 그 끝은
  • 배윤영 호남본부 기자 (sisa611@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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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vs 시의원, 맞고소 전면전 양상
지방의회 사상 초유 의정발언 고소 사례 기록
“공무원 명예훼손” vs “의원 고유권한 침해”

전남 나주시가 청소원 채용비리를 폭로한 시의원 고발해 지방정가는 놀라움과 함께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집행부가 의회 회기 중 의정 발언을 문제 삼아 시의원을 고소한 것은 전국 최초로 1991년 기초의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맞서 해당 시의원이 맞고소하고 나서고 시의회가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전남 나주시와 시의원·시의회가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벌어진 논란을 놓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나주시정을 이끄는 양대 수레바퀴인 나주시와 시의회가 왜 죽기 살기로 싸우는 걸까. 그리고 그 끝은 어디인가. 

나주시청 전경 ⓒ나주시
나주시청 전경 ⓒ나주시

나주시-시의회, 왜 죽기 살기로 싸우나

지차남 의원이 나주시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된 발단은 나주시의회 제227회 임시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월 4일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에서 비롯됐다. 이날 지 의원은 지난 4월에 진행된 환경미화원 채용 과정에서 면접점수 조작, 금품 수수 정황 등이 있다며 행정사무 감사 특위 구성을 주장했다. 6월에 나주시가 환경미화원채용 최종 합격자 발표했는데 1,2차에서 최고점을 받은 응시자가 불합격되면서 의혹이 일고 있다면서다.  

지 의원은 “응시자를 통해 확인한 금품 제공 사실과 금품 제공자가 사법당국에 두 번이나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나주시가 지 의원에게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청소미화원 채용에는 총 113명이 응시해 1차 서류심사(10점)와 2차 체력장(45점)을 통해 27명을 선발, 3차 면접(45점)에서 최종 합격자를 선발했다. 하지만 1, 2차 최고 득점자가 불합격하고, 1, 2차 하위 점수자가 합격했으며. 심지어 1차 서류심사 최저점자도 합격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의 불씨가 됐다.

 

시의원 5분 발언서 “비리의혹”-시 고소-의원 맞고소-시의회 결의안…귀추 주목 

지 의원의 주장이 나오자 나주시는 이날 즉각 입장문을 내고 “환경미화원 공채는 법과 규정에 따라 일체의 부정과 비리 없이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은 시와 시의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보름여 뒤인 9월 18일 관계 공무원 이름으로 지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나주시는 입장문에서 “관련 공직자와 나주시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 대응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부득이하게 고소장을 접수했다”며 “결코 나주시의회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거나 시의원 개인을 곤란하게 할 목적이 없다”고 밝혔다.

나주시 한 관계자는 “시의회 5분 발언은 마치 나주시 공직자들이 환경미화원 채용관련 금품을 수수하고 면접점수를 조작한 양 기정사실화해 인사위원들은 물론 나주시 공무원 전체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다”며 “집행부 견제와 정당한 권리도 좋지만 시의회 5분 발언에 대한 면책권이 없는 시의원으로서의 도가 지나쳐 어쩔 수 없이 고소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 의원이 맞받아쳤다. 지 의원은 나주시 부시장과 총무국장 등으로부터 겁박을 받았다고 폭로해 걷잡을 수 없는 파장을 몰고 왔다. 그는 9월 16일 오전 11시쯤 여성 의원이 혼자 있는 방에 나주시 부시장, 총무국장, 기획예산실장 등 4명이 예고 없이 찾아와 의회 5분 발언에 대한 공식 해명이나 사과를 요구하고, 만약 해명 내지 사과를 하지 않으면 곧바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최후 통첩식으로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지 의원은 마침내 10월 22일 광주지검에 A부시장, B국장, C과장에 대해 ‘무고’, 지난 9월 16일 지 의원실을 방문해 사과를 요구한 A부시장, B국장, D실장, E과장 등 4명을 ‘협박’ 혐의로 각각 고소했다. 지 의원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고소부터 해서 저를 재갈을 물리면 이 또한 지나가겠지 하는 오만함의 소치다”며 “나주시를 잘 이끌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출해 준 시민들은 안중에 없고 오직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의회의 기능과 민주주의 가치를 무참히 훼손하고 있는 작태를 이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나주시의회 본회의 ⓒ나주시의회
나주시의회 본회의 ⓒ나주시의회

시의회 “시의원의 고유권한 침해…고소 철회 촉구”

나주시의회와 의정동우회도 갈등 대열에 합류했다. 시의회는 지난달 12일 제228회 임시회 개회일에 시 간부공무원들의 ‘나주시의회 의원 고소 규탄과 나주시장 공식 사과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전체 15명 의원 중 찬반 논란 끝에 8명이 찬성해 통과했다. 이들은 “시의원의 5분 발언은 시의원의 의무이자 고유권한이며 (나주시의 고발은) 시의회의 감시, 견제의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임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고소 철회”를 촉구했다. 

전직 시의원들로 구성된 나주시 의정동우회도 “‘나주시의회 의원이 환경미화원 인사비리 의혹을 제기하고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한 행위’는 나주시 집행부를 견제하는 정당한 행위로서 시의원으로서의 고유권한이다”며 ‘나주시의 시의원 고소’ 건에 대해 규탄 성명을 냈다. 

나주시가 시의원을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당한 의정활동을 위협했다는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지역 내 SNS상에서는 “이렇게까지, 어이없다” 등 나주시를 비난하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일부 네티즌들은 “나주시가 구린 데가 있으니 더 과민 반응을 보인 것”, “시의원님 쫄지 말고 나주시에 맞고소 가자”, “일반인도 아니고 감사권을 가지고 있는 시의원을 고소했다니..”라며 나주시의 고소 건에 대해 격한 감정과 시의원에 대한 염려를 표현했다.

 

‘악선례 될라’ 비판 여론 봇물…깊어지는 갈등

이처럼 시와 시의회가 각각 법적 맞고소 공방까지 이어가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주시민 김아무개(59)씨는 “SRF 열병합발전소 문제 등 당장 주요 현안들이 산적해 시와 시의회가 협력해도 못자랄 판에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은 민의를 저버리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전직 시의장 A씨는 “나주시 역사상 행정부가 의원을 고소한 사례가 없었다”며 “의원의 발언이 설혹 정확한 증거와 팩트에서 다소 벗어났다 할지라도 시의원으로서 의혹제기 수순 정도의 질의에 불과한 것을 고소까지 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나주시의 대응 방식에 우려를 표명했다. 

지역사회의 우려대로 시의원의 5분 발언으로 촉발된 갈등 양상이 해결될 기미는커녕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 마냥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나주시는 시의회 사과 요구 등에 경찰의 수사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나주시가 지 의원의 맞고소와 의회 규탄 결의안에도 대응하지 않고 있어 양측의 갈등은 더 깊어지고 있다. 

나주시 환경미화원 채용 비리 의혹은 나주시의 검찰 고소에 앞서 시민단체 등의 고발로 현재 전남지방경찰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연 지난 4월 실시된 청소원 채용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 등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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